logo

금융지주 지배구조 모범관행 2.0

'포괄적 경영승계' 예고, '부회장제' 대안 부상할까

①'발굴·육성·평가·선정' 아우르는 프로그램 요구…외부 후보 '공정성 담보' 관건

최필우 기자

2025-05-28 17:57:08

편집자주

금융감독원이 이복현 원장 체제에서 추진한 지배구조 모범관행 정립 성과를 공유하고 후속 계획까지 내놓았다. 금감원이 이 원장 취임 전부터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을 독려해 온 것을 고려하면 그의 퇴임 후에도 후속 계획에 힘을 실을 것으로 관측된다. 포괄적 경영승계 프로그램, 디지털 거버넌스 등 해외 사례와 기술 발전을 감안한 추가적인 모범관행 항목이 제시됐다. 후속 계획과 관련된 은행지주 이사회 현황과 개선점을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이 새롭게 추가할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 원칙으로 '포괄적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꼽았다. CEO 후보군을 발굴, 육성, 평가하고 최종 선정하는 절차까지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자는 취지다. 승계 개시 시점을 앞당기고 검증 기간을 늘리자는 기존 원칙에서 진일보한 형태다.

포괄적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으로 부회장 제도가 거론된다. 부회장 직책으로 차기 CEO 후보군을 명확히하고 객관적인 검증 절차를 밟는 게 가능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적했던 부회장 제도의 폐쇄성을 보완하고 외부 출신 후보에게 공정한 평가 기회를 제공하는 게 관건이다.

◇CEO 임기초 승계 절차 개시 장려

금감원은 지배구조 모범관행 30개 원칙 적용 성과를 공유하고 5개의 원칙 추가 설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후속 원칙 중 하나로 포괄적 경영승계 프로그램 조기 가동을 제시했다.

기존 30개 원칙을 제시할 때는 승계 개시 시점을 앞당기는 데 주안점을 뒀다. 현직 CEO 임기가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승계 절차를 시작해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었다. 이같은 원칙을 고려해 iM금융은 6개월, 우리금융과 JB금융은 4개월 전부터 승계 절차를 시작했다.

다만 승계 개시 시점을 앞당겼을 뿐 실질적으로 후보군을 추리고 평가하는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각 단계별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늘었으나 후보 선발과 검증 절차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포괄적 경영승계 프로그램으로 승계 절차를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 개시 시점을 앞당기는 것을 넘어 CEO 임기초부터 후임자 후보군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절차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절차를 현행 평가, 선정 시스템과 연동하면 포괄적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된다.

금감원은 해외 사례를 포괄적 경영승계 프로그램 도입 근거로 들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미국 NYSE는 CEO 임기초부터 승계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 UBS는 2027년 임기가 만료되는 CEO의 후임자 숏리스트(Short list)를 2024년 5월에 확정하고 3년에 걸친 승계 과정을 진행 중이다.

◇KB·하나금융, '포괄적 경영승계' 실질적 운영 중

금융지주 부회장제가 포괄적 경영승계 프로그램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로 꼽힌다. 현직 금융지주 회장 임기초부터 2~3년간 육성, 평가 과정을 거치려면 그룹 내에 특정 직책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그룹을 이끄는 지주 회장과 각 계열사를 책임지고 경영하는 CEO 중간 직급인 부회장이 적합하다. 부회장에는 통상 계열사 CEO로 한 차례 검증을 거친 인물들이 기용된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부문장제, 부회장제를 통해 실질적으로 포괄적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KB금융은 부회장에서 부문장으로 직책명에 변화를 줬을 뿐 그룹 핵심 아젠다인 글로벌과 디지털을 각 부문장에게 일임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3명의 부회장을 두고 있고 이중 2명을 이사회 이사로 등재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시키고 있다.

이 원장이 과거 KB금융 승계 절차를 두고 부회장 제도의 폐쇄성을 지적한 적이 있으나 이는 외부 인사 영입으로 보완될 수 있다. 그룹 내부 출신으로 계열사 CEO를 거친 인사들 뿐만 아니라 차기 CEO 후보로 외부에서 영입하는 인사에게도 일정 기간 동안 부회장 역할을 맡기는 식이다. 일부 금융지주에선 이같은 방식의 승계 프로그램을 검토 중이다.

한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승계를 위해 외부 인사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려면 CEO 임기가 넉넉히 남은 상태에서 영입해 성과를 낼 기회를 줘야 한다"며 "지주든 계열사든 외부 영입 인사에게 역할을 부여해 내부 출신 인사와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