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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지배구조 모범관행 2.0

새로운 화두로 부상한 '디지털 거버넌스'

②기술 발전으로 관련 리스크 부각, 이사회 대응안 필요…AI 전문성 보강 시급

최필우 기자

2025-05-29 07:54:36

편집자주

금융감독원이 이복현 원장 체제에서 추진한 지배구조 모범관행 정립 성과를 공유하고 후속 계획까지 내놓았다. 금감원이 이 원장 취임 전부터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을 독려해 온 것을 고려하면 그의 퇴임 후에도 후속 계획에 힘을 실을 것으로 관측된다. 포괄적 경영승계 프로그램, 디지털 거버넌스 등 해외 사례와 기술 발전을 감안한 추가적인 모범관행 항목이 제시됐다. 후속 계획과 관련된 은행지주 이사회 현황과 개선점을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이 새롭게 추가할 지배구조 모범관행 항목으로 '디지털 거버넌스(Digital Governance)'를 제안했다. 디지털 거버넌스는 아직 국내에 생소한 개념으로 선진 금융시장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논의되기 시작했다.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은행이 직면할 수 있는 리스크에 이사회가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금감원은 이사회가 디지털화 실패로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정보유출에 따라 평판이 훼손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적으로 방지해야 한다고 봤다. 전통적인 IT 영역 뿐만 아니라 AI를 비롯한 신기술 이해도가 높은 이사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관리 위원회를 신설해 AI 윤리성과 공정성을 논의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금융의 디지털화 가속…이사회 차원 대응은 미흡

금감원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디지털 거버넌스 관련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이 수집하고 처리하는 데이터에 대한 보안성과 신기술 도입에 따른 위험을 효과적으로 식별, 관리, 통제해야 한다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견해를 인용했다.


BCBS가 지난해 5월 발표한 'Digitalisation of Finance'에 따르면 은행은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5대 리스크에 직면했다. △전략 리스크 △평판 리스크 △운영 리스크 △데이터 리스크 △시스템 리스크 등이다.

디지털화가 기본 전략으로 자리 잡은 금융권 환경에서 이에 실패할 경우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게 BCBS의 진단이다. BCBS는 정보 유출로 평판이 훼손되고 시스템 장애를 겪을 시 서비스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데이터와 AI의 편향성으로 오용 사례가 늘어날 수 있고 상호 연결이 확대되면서 파급력이 커진다는 점도 짚었다.

금감원은 BCBS의 대응 전략을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T 영역을 포괄하는 지배구조를 설계하고, 은행이 도입하고 있는 AI 학습 절차에 대한 윤리성과 공정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데이터 접근과 활용 체계를 강화하고 협력업체 관리 체계를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디지털 거버넌스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 금융지주 이사회 차원의 대응은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은행 사례로 제시된 씨티그룹의 경우 이사회에 3명의 디지털 전문가를 두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 이사회 현황을 보면 1명의 디지털 전문가가 포함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AI 전문가 충원·AI관리위 신설' 제안

금감원은 이사회의 AI 전문성을 강화로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산이나 플랫폼을 기획하고 관리할 수 있는 IT 전문가 뿐만 아니라 AI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이사회에 추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AI 특화 인력을 디지털 전문 사외이사로 선임하거나 복수의 IT 전문가를 이사회에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AI 관리 위원회 신설도 대안으로 꼽힌다. 위원회 설치로 이사회의 AI 관련 업무를 명확히 설정하고 관련 리스크에 상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위원회를 중심으로 AI 윤리성과 공정성, 모델의 성능과 설명 가능성, AI의 책임 있는 활용 관리 등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할 수 있다.

다만 금융권에는 위원회 수를 늘리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금감원은 줄곧 사외이사별로 참여하는 소위원회가 다소 많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최근 지배구조법 개정으로 내부통제위원회가 신설된 것처럼 디지털 전문 사외이사를 이사회 기능을 강화한 영향도 있다. 또 위원회 수를 늘리기보다 기존 위원회 기능을 보완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법 개정으로 내부통제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될 때 기존 감사위원회에 내부통제 기능을 보충하는 게 낫다는 견해도 꽤 많았다"며 "필요에 따라 추가 신설도 가능하겠지만 사외이사별 소위원회 수를 줄이려면 전면적인 재정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