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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카, '두 달만에 만장일치'로 나인투원 합병 철회

당초 만장일치로 합병 찬성…규제에 수익성 문제로 이사회 판단 급변

최은수 기자

2025-06-19 09:00:20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쏘카가 나인투원 흡수합병안을 취소하고 계획을 원점으로 돌렸다. 지난 4월 같은 이사회에서 같은 멤버들이 일제히 만장일치로 합병을 승인했는데 이를 두 달 만에 뒤집었다.

이사회가 짧은 시일 내에 합병을 번복한 세부 원인은 알 수 없다. 다만 쏘카가 나인투원의 공유자전거 사업 내재화로 성장 동력을 발굴하려 했던 계획은 강도높게 바뀌는 퍼스널모빌리티(PM) 규제 앞에서 무위가 됐다. 결과적으로 자본잠식 상태인 나인투원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흡수합병 의결 두 달 만에 '없던 일로' 시장 급변 영향

쏘카는 이달 17일 개최한 이사회에서 기존에 추진하던 나인투원 흡수합병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기존 4월 14일 이사회에서 나인투원 흡수합병을 추진한 지 두 달 만에 없던 일이 됐다.

나인투원 흡수합병을 의결에서 철회로 결정한 쏘카 이사회 멤버는 7명이다. 이사회에 참석한 구성원은 쏘카 이사진이다. 각각 박재욱 대표이사와 박진희 COO, 김필립 CFO 등 사내이사 3명, 배동근·강상우·이준만 사외이사 총 3명, 윤자영 기타비상무이사까지 모두 일곱명이다.


앞서 쏘카 6차 이사회 참석 인원은 4월과 모두 동일하며 회의 또한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이사회에 참여한 이사진들의 의견 역시 만장일치로 맞춰졌다. 쏘카 이사회가 나인투원 흡수합병을 번복하기까진 약 두 달, 영업일 기준으론 4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당초 쏘카는 소규모·무증자 합병으로 나인투원을 쏘카에 흡수할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기술력과 사용자(고객)경험을 융합하고 시장경쟁력과 경영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방침이었는데 두 달만에 없던 일이 돼 버렸다.

◇규제 파고 앞에 선 나인투원은 자본잠식 지속…쏘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앞서 쏘카 이사회의 첫 번째 판단은 최근 공유자전거를 포함한 PM 시장이 규제 변화에 직면하면서 결과적으로 없던 일이 됐다. 특히 과거와 달리 수도권 중심으로 PM 사용을 사실상 제한하는 규제가 도입되면서 사용자 수에 직접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게 영향을 줬다.

대표적인 PM인 킥보드의 경우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통행 또는 주차 금지 지역이 늘어나며 사업 난항에 부딪혔다. 또 서울시에선 불법 주·정차된 전동킥보드에 대당 4만원의 견인비와 30분당 700원의 주차비를 업체에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구를 제외하곤 아예 이용자들의 주차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서비스를 막는 업체도 나타났다.
한 킥보드 서비스 업체가 제공하는 킥보드 주차 가능지역. 서울 대부분 지역구가 주차금지구역으로 묶여 있고 관악구에서만 주차를 허용하고 있다.


나인투원이 서비스하는 전기자전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륜차인 킥보드와 다르게 공유 전기자전거는 일반 자전거로 분류돼 견인 등 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주차와 이용 문제를 두고 여전히 기업들의 고민이 남아 있다. 일부 전기자전거 서비스 기업들도 이용 및 주차가능 지역을 여의도 등 수도권 특정 구역으로 제한하는 추세다.

나인투원 또한 여러 변화 앞에서 수익 창출에 고전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30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5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결손금이 자기자본을 넘어서며 약 11억원의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섰다.

당초 쏘카 이사회는 완전자회사인 나인투원을 흡수합병해 사업 반등을 노릴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PM을 둘러싼 규제가 한층 강력해지고 급변하고 공유자전거를 둘러싼 업황에도 암운이 끼면서 부득이하게 흡수합병 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쏘카가 공유자전거 사업을 품기 전 자체 수익 개선이 필요했던 점 등도 앞서 흡수합병을 취소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쏘카는 2022년부터 4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2023년부터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4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턴어라운드했지만 여전히 2억원의 분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쏘카 관계자는 "급변하는 PM 시장과 나인투원의 운영 기조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합병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양사 간 체결된 합병계약의 법적 효력은 상실되며, 관련 절차도 모두 중단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