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더보드 노트

쪼개면 독립적일 거란 착각

허인혜 기자

2025-07-21 08:36:33

너무 복잡해서 후회가 막심했다. 독일과 한국의 이사회 제도를 분석하면서다. 이원이사회냐, 단일이사회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독일은 경영인의 역할을 맡는 집행이사회와 견제자인 감독이사회로 이사회가 나뉘어 있다. 감독이사회는 또 주주대표와 노동자대표로 쪼개진다. 각각 10명씩이니 감독이사회만 20명이다. 20개의 독일식 이름이 뒤섞여 헤르베르트와 하랄드, 한스와 푀치가 정신없이 헷갈렸다.

제도에 대한 평가를 떠나 이사회 멤버가 저렇게나 많은 독일은 당연히 의사결정이 독립적일 것이라 짐작했다. 감독이사회가 20명이지 경영이사회에도 약 10명의 인원이 들어가 있다. 그러니까 오너라도 약 30명의 이사 중 한 명일 뿐인 셈이다.

국내 기업의 이사회 멤버는 통상 두 손으로 헤아려진다. 적은 곳은 한 손으로도 셀 수 있다. 열에 아홉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동일인이다. 오너가 곧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인 곳도 흔하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대부분 이와 같은 구조다.

겉으로 보면 국내 기업들의 오너 영향력이 훨씬 강할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도 국내 기업들 중 오너가 곧 대표이자 의장인 곳들은 그 배경으로 신속한 의사결정 등을 들었다. 오너의 전략이 곧바로 의안이 되고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빠르게 실체화된다.

그렇다면 독일의 경영진들은 비교적 오너로부터 자유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사례들을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대표적인 곳이 폭스바겐그룹이다. 주주대표 이사회에 지배주주인 피에히·포르셰 가문이 포함돼 있다. 이들이 속한 감독이사회는 집행이사회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 디스 전 CEO는 감독이사회와의 갈등 끝 투표로 물러났다.

BMW그룹도 표면적으로는 전 CEO가 스스로 떠났지만 이면에는 이사회와의 협의가 있었다. 개별 의안을 두고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더라도 그 안건을 내는 인물이 지배주주 측근이라면 결국 강력한 오너십이 구축된다.

오너의 결정을 수긍하는 이사회가 나쁘다는 판단이 아니다. 지나치게 높은 독립성은 오히려 기업의 판단력을 흐린다. 다만 제도가 어떻든 활용하는 이들에 따라 의도는 얼마든지 다르게 쓰이게 된다.

쟁점을 남기며 통과된 상법개정안도 이 점을 돌아보며 잔류 의제를 논의해야하지 않을까. 이미 선진경제의 반열에 진입한 만큼 현행이든 개선안이든 모두 근거가 있는 제도다. 개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를 다루는 이들의 태도다. 쪼개도 독립적이지 못한 독일의 일부 기업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