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Board Match up 현대차 vs 폭스바겐·BMW

한·독 완성차 톱티어, 의사결정 체계 '단일 vs 이원'

[거버넌스]①정의선 회장 '절대적 영향력' vs 폭스바겐·BMW 경영과 주주 분리

허인혜 기자

2025-06-25 08:35:30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뛰어난 개인 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하지만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다. 기업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분석해본다.
한국과 독일은 자동차가 핵심 산업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판매량을 기준으로 톱3에 꼽힌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수많은 메이커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폭스바겐, BMW는 기술력·글로벌 점유율·전기차 전환 속도 등에서 나란히 상위권에 올라 있다. 세 기업 모두 절대적인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가 있다. 하지만 이들의 지배구조와 경영 의사결정 체계는 뚜렷하게 갈린다. 시장 환경이라는 공통의 변수에 대응하면서도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체계가 각기 다르게 진화해 왔다.

전기차 전환, 공급망 재편, 수출 시장 다변화는 완성차 기업들이 직면한 주요 과제다. 특히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정권 변화와 맞물려 독일식 이원화 이사제 등 지배구조 논의가 활발해지는 상황이다.

◇'독일식' 거버넌스 두드러지는 폭스바겐·BMW

독일의 5대 자동차 기업으로는 아우디와 벤츠, 포르쉐와 폭스바겐, BMW 등이 꼽힌다. theBoard는 현대차의 거버넌스 비교군으로 BMW와 폭스바겐 두곳을 꼽았다. 각 기업별 지배구조 특성과 규모를 반영하고 독일식 지배구조가 잘 드러나는지, 그리고 사업 모델이 현대차그룹과 얼마나 유사한지에 중점을 뒀다.

BMW는 연간 매출액과 글로벌 평가에서 현대차그룹과 비교가 가능한 위치에 있으면서 대주주 가문을 중심으로 한 오너십도 유사하다. 여기에 이원이사제 구조가 혼합돼 단일이사제와 다른 점도 분명하다. 폭스바겐의 경우 독일의 주 정부와 노조, 대주주 가문 등이 얽힌 독특한 독일식 지배구조를 보여 역시 비교분석에 적합한 기업이다.

아우디는 폭스바겐 그룹의 자회사로 중복 분석을 피하고자 했다. 벤츠의 경우 중국계의 지분이 20%를 넘어서는 만큼 전통적 독일식 지배구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봤다. 포르쉐는 차종을 '고급차'에 집중해 전방위 차량을 제조하는 현대차그룹과는 이사회 안건과 그 전략이 다르고, 폭스바겐의 오너 일가인 포르쉐와 피에히 가문이 지배한다는 점을 고려해 비교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과 폭스바겐, BMW 거버넌스의 핵심적인 차이는 단일이사회제냐, 이원이사회제냐다. 다만 이 세 기업의 비교분석을 통해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지배구조를 짚어볼 수 있다. 전기차 전환기, 차종 포트폴리오 구성, 수출 전략 설정 등 주요 사안을 경영진과 이사회가 어떻게 조율해왔는지 살펴보고 국내 기업의 방향타에도 참고할만 하다.


◇'퍼스트 무버' 정의선 절대적 영향력 속 견제구

현대차그룹의 거버넌스를 단일 키워드로 요약하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귀결된다. 그만큼 정 회장의 오너이자 경영진, 이사회 의장으로서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전형적인 단일이사회 구조 아래에서 정 회장에게 힘이 쏠리는 구조다.

오너 경영인이지만 전문성도 확실하게 다졌다. 정 회장은 철저하게 완성차 시장에 천착해 왔다. 여기에 외부 인재 영입과 내부 인재 발탁을 통해 전문 경영인을 보강했다. 현대차의 경우 호세 무뇨스 사장과 이동석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루크 동커볼케 사장과 브라이언 라토프 등 해외에서 영입한 인재가 두드러진다.

이같은 경향성은 현대차 사외이사의 구성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올해 3월 기준 12명의 이사 중 7인을 사외이사로 꾸리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선임된 벤자민 탄 사외이사는 싱가포르 국적의 GIC 아시아 포트폴리오 매니저 출신이다. 김수이 사외이사도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를 거친 글로벌 인재다. 현대차가 공개한 이사회의 역량 구성표와 이사들의 연혁을 보면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 지식과 신기술 이해도, 재무 전문성 등을 선임의 주요 자격으로 삼는 것으로 분석된다.

요약하면 정 회장 중심체제 아래 오너 경영의 색채가 두드러지지만,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견제 방안을 마련해 뒀다. 이사회 의장은 정 회장이지만 선임 사외이사 제도도 도입해 균형을 맞췄다.


◇'주정부·대주주·노조' 폭스바겐, 내부·공학도 중심의 BMW

독일의 국민 완성차 회사 폭스바겐(Volkswagen)은 이름이 곧 그 수식어와 같다. 민중을 뜻하는 폴크(Volk)와 바겐(Wagen)이 만나 '민중 자동차'가 됐다. 정체성과 맞닿았는 지 폭스바겐은 본사가 자리한 니더작센주 정부가 직접 투자를 통해 지분의 20%를 갖고 있다. 해외 자본이 폭스바겐에 쉽게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지 장치 역할도 한다.

폭스바겐의 지배구조와 그에 따른 경영진·이사회의 구조는 독특하다. 니더작센주에 앞서 포르쉐·피에히 가문이 지배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입김도 강하고, 노조가 이사회에 포함되기 때문에 실제 의사 결정에도 이들이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주주와 노조의 이중 견제로 경영진의 독립성은 다소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이원이사제도로 경영진은 주요 주주와 구분된다. 독일은 이원이사회 제도를 법제화했다. 이사회를 경영 담당의 집행이사회(Vorstand)와 견제 역할의 감독이사회(Aufsichtsrat)로 구분해 뒀다. 국내의 경우 사내이사가 경영진과 이사회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지만 독일은 경영과 감시·감독 역할을 명확하게 나눠둔 셈이다. 감독 역할의 이사회도 구성원에 따라 다시 두 분류로 갈린다. 주주대표와 노동대표다.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가 폭스바겐그룹과 포르쉐의 CEO를 겸임하고 있다. 1968년생으로 1994년 아우디 국제연수생 프로그램을 졸업한 후 폭스바겐그룹에 입사했다. 기계공학 전공자다. 신기술을 위해 하우케 스타스(Hauke Stars) 박사를 영입해 IT 이사회 멤버로 선임했다.


BMW의 리더십은 기계공학도이면서 내부 출신인 인물에 쏠려있다. 주요 경영진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이 BMW에서 평생의 커리어를 쌓은 공학도들이다. 올라프 집세(Oliver Zipse) 회장 등이다. 1991년 BMW 엔지니어 연수생으로 입사해 현재까지 BMW에 몸담고 있다. 다른 주요 경영진도 마찬가지다.

역시 이원이사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감사위원회는 완전히 독립적인 별도의 조직으로 구성했다. 대주주인 콴트 가족이 감독이사회에 포함돼 있지만 경영이사회와 분리돼 있다. 주주 구성은 현대차, 폭스바겐과 마찬가지로 오너 가문(콴트)이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