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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포스코 이사회 강점은 독립성 확보 향한 신념

환경부 장관 출신 유영숙 사외이사 "포스코 이사회, 시장의 이상 모델 자리잡길"

이돈섭 기자

2025-08-29 14:01:39

환경부 장관을 역임한 유영숙 사외이사(사진)는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아이콘과 같은 존재다. 2021년 ESG 전문가로 이사회에 합류한 그는 정부 정책을 주관했던 경험과 비영리단체를 이끌어왔던 경험을 합쳐 포스코그룹의 지주체제 전환과 그룹 회장 선임 등과 같은 굵직한 안건을 직접 다뤄왔다. 지난 27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만난 유 사외이사는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의 가장 큰 강점으로 '독립성 확보를 향한 의지'를 꼽았다.

유 사외이사와 포스코그룹 간 만남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정부 환경부 장관으로 일했던 그가 2013년 공직을 떠나 이듬해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이사직을 맡은 것이 시작이었다. RIST는 포스코그룹이 출연해 설립한 연구기관으로 통상 포스코그룹 회장이 RIST 이사장직을 겸직한다. 유 당시 이사는 7년 간 RIST에 재직하면서 정준양, 권오준, 최정우 등 역대 포스코 회장겸 이사장에게 다양한 조언을 건넸다.

그러다가 2021년 초 포스코 사외이사 후보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당시 역시 지금과 같이 포스코 사외이사 후보 선임 과정에 경영진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던 터라 과거 30여년 간 연구원 활동에 주력해온 이력에 RIST 이사 활동으로 포스코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점, 환경부 장관과 기후변화센터 대표 등으로 활약하며 환경 전문성을 쌓아온 점 등이 긍정적으로 비춰진 결과가 아닐까 생각했다.

여기에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 멤버를 한 개의 성으로만 구성할 수 없게 된 점과 해외 기관이 ESG 투자를 확대하면서 이 분야 전문가가 필요해진 것과 같은 환경적 요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유 사외이사는 "이사회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비용이 아닌 투자인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의 이사회 활동이 쉽지만은 않았다. 2023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4개월여 간 이어진 신임 회장 선임 과정은 지난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포스코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두고 기존 회장에게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란 의견이 제시됐다. 민영화된 사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이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았다. 유 사외이사를 포함한 당시 이사회는 포스코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기 위해 여러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여 왔다.

2022년 포스코홀딩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이사회는 외부 컨설팅 업체 자문을 받아 수차례 논의 끝에 그룹 지배구조 개선안을 구축했고 2023년 현직 회장 우선심사제를 폐지하는 한편 지난해 회장 3연임 시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받게 하는 안도 마련했다. "사외이사가 회장 후보 선임 절차에 절대적 책임을 감당하고 있는 만큼 관련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게 유 사외이사의 설명이다.
환경부 장관 등을 역임한 유영숙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는 지난 27일 더벨과 만나 과거 포스코홀딩스 회장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고 그것이 이사회 독립성 제고로 이어져 지금 이사회의 '강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미지=포스코홀딩스]
유 사외이사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독립성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면서 "그 신념 가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한 것이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유분산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도전적 환경 속에서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건 전문성"이라며 "사외이사진과 경영진 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전문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사회에 글로벌 CEO 출신을 기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영진이 어려운 경영 판단을 내릴 때 실질적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이를 이사회에 배치함으로써 이사회 본연의 역할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것. 경영진과 오너십을 견제하는 이사회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실제 경영 현장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인사를 이사로 영입하려는 노력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주회사 설립 건도 까다로웠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르는 온갖 리스크와 다양한 시나리오를 6개월 이상 검토했다. 지주체제 출범 이후 홀딩스 본점을 포항시로 옮기라는 지역사회 요구에 응답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유 사외이사는 "2023년 이사회는 모두 10차례 개최했지만 각종 리스크와 시나리오을 점검하기 위한 사전 논의와 각종 보고 활동 등을 모두 포함하면 이사들이 모인 횟수는 60회 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합류 이후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만큼 이 분야 성과도 기억에 남는다. 유 사외이사는 "사외이사로 NDR에 참여해 블랙록과 HSBC 등 해외 투자자를 만나 그들이 갖고 있는 ESG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도 주력했다"면서 "과거 터키 법인의 인권문제 해결 현황이라든지 아르헨티나 리튬염호 생물다양성 보전 노력 등을 소개했고 UN PRI 인터뷰 등에도 대응했다"고 소개했다.

유 사외이사는 포스코그룹의 거버넌스가 하나의 모델로 자리잡길 바란다. 국내 소유분산기업들은 회장 선임 및 퇴임 과정에서 여전히 정치권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 부인하기 힘든 사실. 유 사외이사는 "오너 중심의 대기업도 장기적으로는 소유가 분산된 구조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면서 "포스코그룹이 선진적 거버넌스를 구축해 향후 바람직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개선해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