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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분석 저평가 자산주

하림지주, 오너 중심 이사회…1미만 PBR 고착화

①자산규모 16조에 시가총액 1조…김홍국 회장 이사회 의장에 언론계 출신 이사회 구성

홍다원 기자

2025-11-06 14:03:25

편집자주

저평가 자산주는 보유 자산 대비 기업가치가 상대저적으로 낮게 평가된 기업을 뜻한다. PBR 1미만 기업을 저평가 기업으로 진단한다. PBR 0.3배 기업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경영권을 내놔야 한다'는 식의 경고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저평가 자산주가 주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경영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이사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theBoard는 주요 이사회와 지배구조를 토대로 저평가 자산주를 진단해본다.
시가총액 1조원 수준의 하림지주는 대표적인 저평가 자산주로 꼽힌다. 하림지주는 16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했지만 시가총액은 1조원 미만이다. PBR은 상반기 기준 0.3배 수준이다. 연초만 해도 0.17배 수준에 불과했다.

하람지주는 저평가 자산주들의 지분 구조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하림지주를 통해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고 하림지주 지분의 승계 이슈가 있다. 지주사의 지분 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게 대주주의 이해에 맞는다.

더욱이 이사회 구성에서 오너의 영향력이 강하다. 오너인 김홍국 회장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이사회 구성원으로 학계나 산업 출신보다는 언론계 인물이 다수 자리하고 있다.

최근 자사주를 기반으로 한 교환사채(EB) 발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사주를 기반으로 한 교환 사채와 관련해 소액주주의 이해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사의 충실 의무와도 충돌된다는 논쟁이 있다.

◇'PBR 0.2배 미만' 오너 의장 둔 하림지주

하림지주 시가총액은 1조원을 밑돌고 있다. 10월 기준 8200억원 수준이다. 자산 총계는 16조원이 넘는다. 최근 3년 간 하림지주의 PBR은 2022년 0.26배, 2023년 0.27배, 2024년 0.17배를 각각 기록했다. 보유 자산이 많고 성장이 제한적인 유통업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저평가 상태다.

하림지주의 비상장 자회사인 하림산업이 보유한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는 장부가치 대비 시장가치가 낮은 자산 중 하나다. 올해 상반기 기준 양재동 부지와 식품사업 유형자산 가치에서 단기차입금을 차감한 가치는 1조4505억원이었다.

시장에서는 하림지주 전체 자산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재동 부지가 현재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사업 초기인데다 하림지주가 해당 부지에 첨단물류단지를 조성을 계획하고 있어 개발 이후의 잠재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지주사 디스카운트·자사주 EB 발행…저평가 요인

지주사 디스카운트도 저평가 요인이다. 하림지주의 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8210억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1조원에 못 미쳤다. 같은 날 하림지주가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팬오션·하림·팜스코·선진)의 지분 시장 가치를 단순 합산한 금액만 해도 1조4150억원에 달했다.

주주가치 제고 요인으로 꼽혔던 자사주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림지주는 보유한 자사주 1474만4440주(발행 주식의 13.16%)를 자산으로 EB를 발행했다. 자사주 소각이 기대됐지만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EB 발행은 법적으로 허용된 자금 조달 수단이지만 문제는 시점이었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입법 전에 자사주를 선제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가치 제고에 이목이 쏠리는 환경에서 하림지주의 자사주 전량 매각은 투자 심리를 저해한 요소였다"고 말했다.

하림지주를 비롯해 자사주를 EB로 발행하는 기업들이 늘어나자 금융감독원은 EB 발행 결정 시 투자 판단에 필요한 내용을 기재하도록 공시 기준을 강화했다. 발행시점 타당성과 기존 주주이익 영향 등을 명시하도록 했다.

자사주 기반 EB 발행이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자사주가 EB로 교환되면 의결권이 생기게 되고 이는 곧 기존 주주 지분 희석과 지배주주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개정 상법의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개정 전에는 이사의 의무를 회사로 한정했지만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으로 책임 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거버넌스 개선이 저평가 해소 조건"

저평가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대주주와 이사회가 주가 저평가 해소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게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사회는 자산 매각, 신규 투자, 자사주 활용 등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의사결정을 다룬다. 특히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한 기업일수록 의사결정이 전체 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하림지주 이사회 의장은 오너인 김 회장이 맡고 있다. 오너십이 강한 이사회는 의사결정 과정이 빠르고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너의 의중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김 회장외에도 이학림·문경민 사내이사가 2016년 이후 10년째 이사회 멤버로 자리잡고 있다.

이사회 구성원 7명 중 언론계 출신이 2명이다. 유균 전 KBS 보도국장을 비롯해 새전북신문 편집국장 출신 문경민 사내이사가 이사회 구성원이다. 앞서 한국일보 출신 윤승용 사외이사가 자리하기도 했다.

하림그룹은 이사회와 대표이사가 분리되지 않은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상장사 5곳 모두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또한 김 회장은 하림지주와 하림의 대표이자 이사회 의장이다. 팬오션 역시 사내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사회 전체 구성원 중 사외이사 비율은 7명 중 4명으로 57%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아 사외이사 후보 풀에 대한 관리 활동이 정기적으로 수행되는지 또는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의 회의가 주기적으로 열리는지 공시 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지배구조 전문가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결국 이사회가 주주충실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있는지, 지배주주 중심 의사결정을 견제할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은 "기업 거버넌스와 제도적 기반은 주식시장 할인율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면서 "이사회가 효율적으로 기능하고 소액주주가 보호될수록 투자자의 신뢰가 높아져 기대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