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증권은 아시아 1등 증권사로 평가받는다. 1925년 오사카노무라은행 증권부가 전신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축적된 자본과 역사를 통해 일본 자본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입만 거둬도 성장은 가능하다. 하지만 100년 노무라는 파격을 거듭한다.
노무라홀딩스 이사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특이한 이름이 발견됐다. 이사회 산하 중국위원회다. 이사회 산하에 경영이나 리스크, 보상 등을 키워드로 위원회를 두는 것은 일반적이다. 중국이란 지명으로 위원회를 만든 것 자체가 파격이다. 국내외를 통틀어 유례를 찾기 힘들다.
노무라홀딩스는 대표이사 사장(CEO)을 정점으로 하되 각 기능별 최고책임자(C레벨)와 전문위원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분산시켰다. 최고책임자들은 대부분 노무라증권 등 주요 계열사의 임원을 맡고 있는 전문가들로 꾸려졌다. 노무라홀딩스는 대표 1인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탈피해 ‘다중 책임 체계’를 유지한다. 중국위원회 처럼 이사회가 경영의 구체적인 사안을 직접 챙기는 형태가 가능한 이유다.
노무라의 촘촘한 C레벨 체계는 단기 성과뿐 아니라 장기 리스크까지 동시에 관리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완전 소유 분산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가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 지 보여주는 사례다.
◇증권 측 임원이 홀딩스도 겸임, 경영진내 위원회도 노무라홀딩스의 경영진은 크게 대표, 부사장(Deputy President), CFO, COO, CRO, CHRO 등 7여 명의 그룹 임원진으로 구성된다. 이사회 외에도 그룹 전체의 전략·리스크·혁신 기능을 나눠 담당하는 다층적 구조를 두고 있다.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것은 대표이사인 켄타로 오쿠다(Kentaro Okuda)다. 그는 글로벌 사업 재편과 수익구조 다변화를 직접 지휘한다.
그 아래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히로유키 미로우치(Hiroyuki Mirouchi), 최고전환책임자(CTO)인 타쿠미 키타무라(Takumi Kitamura), 홀세일총괄 및 투자운용총괄 크리스토퍼 윌콕스(Christopher Willcox),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소타로 카토(Sotaro Kato), 중국위원회 위원장 토시야스 리야마(Toshiyasu Iiyama) 등이 포진해 있다. 각 임원은 실무 라인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전략위원회나 전환위원회에도 참여하며 의사결정의 균형을 유지한다. 홀딩스 측 대부분 경영진은 노무라증권의 임원도 겸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위원회 중심의 경영지원 체계다. 노무라는 이사회 산하 보상위원회·감사위원회 외에도 그룹 내부에 ‘중국위원회(China Committee)’와 ‘전환위원회(Transformation Committee)’, ‘리스크관리위원회(Risk Management Committee)’ 등을 두고 있다.
각 위원회는 대표 직속으로 운영되며 해당 지역·사업의 리스크나 투자 방향을 독립적으로 점검한다. 예컨대 중국위원회는 본토 사업 리스크 및 파트너십 전략을 전담하고 전환위원회는 디지털·인사·조직 혁신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변화를 추진한다.
이처럼 대표 외에도 각 기능별 최고책임자들이 독립적 의사결정 단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무라의 거버넌스는 ‘다층형 시스템 경영’에 가깝다. 내부 견제와 리스크 관리가 제도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는 지배구조 철학에서 비롯된다. 노무라는 전통적으로 ‘조직 내 분산형 리더십’을 강조한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인수 이후 글로벌 사업 확장 과정에서 특정 개인의 판단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 경영을 구축했다. 노무라의 경영진에서 눈에 띄는 점은 경력의 다양성이다. 일본 내 인사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권 출신 임원을 적극 영입해 ‘글로벌화된 관리체계’를 완성했다.
기타무라 다쿠미 CFO는 1985년 입사 후 리스크관리·재무를 거친 내부 전문가이고 이이야마 CRO는 30년 넘게 해외 IB부문을 담당한 리스크 전문가로 그룹 전체의 자본·시장리스크를 통합 관리한다. 반면 윌콕스 COO는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을 거친 외부 인사다.
◇사업 아닌 지역 중심 구성, 중국위원회에 눈길 노무라홀딩스가 공시 등 자료에 중국위원회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 설명해놓은 것은 없다. 다만 노무라는 이전부터 중국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국내 증권사를 넘어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 중 이처럼 특정 국가를 전담하는 위원회를 명시적으로 두고 운영하는 사례는 노무라가 사실상 유일하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UBS 등 미국·유럽계 IB들은 중국시장 관련 별도 위원회를 두지 않고 지역 조직 내에 통합 관리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노무라의 중국위원회는 그룹 본사 내 전략·리스크관리 체계에 속한 상설 조직으로 중국 관련 사업의 기회 발굴과 리스크 통제, 거버넌스 점검을 동시에 수행한다. 회사 공식 임원 명단에는 ‘헤드 오브 차이나 커미티(Head of China Committee)’ 직책이 별도로 표기돼 있다. 2024년 기준으로는 이이야마 도시야스(Toshiyasu Iiyama) 노무라홀딩스 부사장이 중국위원회 위원장(Chief of Staff and Head of China Committee), 아시아퍼시픽 지주사의 CEO인 데시마 켄지(Kenji Teshima)가 부책임자로 각각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이야마 부사장은 노무라가 중국 내 합자증권사 노무라 오리엔트인터내셔널증권(Nomura Orient International Securities)을 설립할 때부터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그는 일본 및 아시아 지역 경영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그룹 차원의 중국 진출 전략과 리스크 관리 틀을 함께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라의 중국위원회는 이사회 산하 공식 위원회(감사·보상·리스크 등)와 달리, 경영진 직속의 전략조정·리스크관리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세부 운영 규정이나 회의 내용 등을 공개하지 않지만, 관련 자료와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내 사업전략 수립 및 점검 △규제환경 변화 대응 △환율 및 자본이동 리스크 관리 △조인트벤처·지분투자 승인 및 내부 조정 △중국 관련 내부통제·컴플라이언스 강화 등이 주요 역할인 것응로 보인다.
특히 중국 내 금융허가 및 외자기업 규제, 자본시장 개방 속도, 데이터 보안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노무라가 중국 리스크에 대응하는 별도 통제라인을 마련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노무라는 중국위원회를 통해 그룹 전체의 리스크관리위원회, 거버넌스&컨트롤위원회 등과 협조체계를 유지하며 중국사업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는 구조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미국계 IB들의 구조는 다르다. 이들은 본사 이사회 산하에 감사·보상·지배구조·리스크위원회 등 핵심 상설위원회만을 두고, 중국을 비롯한 개별 국가·지역 전략은 각 사업부문이나 지역본부 차원에서 관리한다. 예컨대 JP모건의 이사회 위원회 구성은 감사(Audit), 보상(Compensation & Management Development), 지배구조(Nominating & Governance), 공적책임(Public Responsibility), 리스크(Risk Committee) 등 다섯 가지가 전부다. 중국시장 전략은 별도의 위원회가 아닌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APAC Headquarters) 산하에 배치된 리스크관리 및 비즈니스관리팀이 담당한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UBS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 중국시장 관련 포럼이나 투자자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지만 이들은 내부 거버넌스 조직이 아닌 마케팅·리서치 플랫폼에 가깝다. 즉, 공식적 의사결정 기구로서의 ‘차이나위원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IB 가운데 중국위원회를 명시적으로 두고 있는 곳은 현재 노무라홀딩스가 사실상 유일하다. 이는 일본계 금융그룹으로서 중국시장에 장기적 전략비중을 높여온 노무라의 경영기조를 보여준다. 실제로 노무라는 중국 내 기관투자자
대상 주식중개, 자산관리, 투자은행(IB) 업무 등을 확장하면서 현지 라이선스 취득 및 내부통제 기준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