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돌파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벽이 무너졌다. 상법 개정을 필두로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마스가(MASGA) 프로젝트 가동 등 거시 경제 여건이 맞물린 결과다. 기업 지배구조도 시장 평가를 좌우하는 주요 이슈다. theBoard는 올해를 관통하는 10가지 지배구조 이슈를 선정했다.
올해 재계에서 가장 치열한 내부 갈등을 겪은 곳 중 하나는 콜마그룹이다. 오너 일가 간 나올 수 있는 모든 갈등 요인이 불거졌다. 아버지와 아들, 남매간 갈등이 한해 내내 이어졌다.
일단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은 오빠인 윤상현 부회장의 잠정 승리로 일단락됐다. 다만 아버지인 윤동한 회장이 제기한 주식반환 소송의 결과에 따라 양측의 지분율이 뒤집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느슨한 합의문이 남긴 불씨, 거버넌스 리스크로 비화
콜마그룹은 5개월 여간 경영권 분쟁을 겪은 뒤 두 차례 임시 주총을 통해 윤 부회장이 사실상의 승기를 거머쥐었다. 10월 말 진행된 콜마홀딩스 제 36기 임시 주총에서 아버지 윤동한 회장이 제기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이에 앞서 9월 콜마비앤에이치 임시 주총에서도 윤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진입하면서 이사회 주도권을 확보했다.
갈등의 불씨는 2018년 윤동한 회장, 윤상현 부회장,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가 맺은 삼자 간 경영 합의문의 느슨한 구조에서 비롯됐다. 합의문은 정확한 수치적 기준을 제시하기보단 전반적으로 피상적인 문구를 통해 해석 이견의 여지를 남겨뒀다.
합의문 가운데 콜마비앤에이치 사업 경영에 관한 제2조에는 “윤동한이 콜마비앤에이치에 행사하던 사업운영에 영향을 행사할 권리(사업경영권)를 윤여원에게 부여한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윤 대표의 사업경영권 행사가 모회사 및 계열사들의 이익을 해치지는 않아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붙으면서 갈등의 발단이 됐다.
콜마홀딩스의 실적 가운데 콜마비앤에이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올해에도 3분기 누적 기준 콜마홀딩스 연결 매출액은 4936억원인데 이 가운데 콜마비앤에이치의 매출이 4527억원으로 90% 이상을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이 2020~2024년 들어 부진했고 이 틈을 타 윤 부회장이 경영 개입을 시작했다. 윤 부회장은 합의문 성립 이후 2019년 부친 윤동한 회장으로부터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주(무상증자 후 460만주)까지 증여받은 상태였다. 여기에 달튼이 우군으로 참여하면서 지분싸움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윤동한 회장(왼쪽)과 윤상현 부회장.
윤 부회장 측은 지난 5년 동안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과 주가 등이 하락세를 보인 점을 지적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2020년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956억원이었으나 2024년 23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은 17.8%에서 5.1%로 감소했다. 주가도 2020년 8월 7만원대에서 고점을 찍었다가 2024년에 이르러 1만원대로 내렸다.
윤 부회장 측은 그 원인이 외부 환경보다 윤여원 대표의 독단적 의사결정과 미래 비전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콜마홀딩스의 기업 가치 상승을 위해서라도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 개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콜마그룹 분쟁은 처음에는 남매갈등으로 출발했으나 이후엔 부자갈등으로 번져나갔다. 윤 회장이 딸 편에 섰기 때문이다. 그 이유로는 본인이 정한 승계구도와 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긴 데 불만을 품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윤 부회장이 2025년 5월2일 대전지방법원에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 소집 허가 신청을 내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 발발했다.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로 본인과 측근을 선임함으로써 이사회 재편을 노린 것이다.
반대로 윤 회장은 5월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콜마홀딩스 주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아들에게 증여한 지분을 돌려 받아 윤 부회장측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6월 대전지방법원이 윤 부회장 측의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 소집 신청을 허가하면서 판세가 기울었다. 결국 9월 콜마비앤에이치 임시 주총이 열렸고 윤 부회장 측 인사들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여전히 남은 불확실성, 법원 판단에 지각변동 가능
3자 합의문에 따르면 윤 부회장은 윤 대표의 콜마비앤에이치 경영권을 존중할 의무를 지닌다. 이를 윤 부회장이 어겼으므로 합의문은 무효이고 증여도 원상복구되어야 한다는 것이 윤 회장과 윤 대표측의 입장이다. 반대로 윤 부회장 측은 이 논리를 부정하고 있다.
결국 판단은 법원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 현재까지 양측은 주식반환소송 2차 변론기일에서 증인 채택을 두고 신경전을 한 차례 펼친 상태다.
법원의 판단은 그 여파가 작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만일 주식이 실제 반환된다면 윤 회장이 콜마홀딩스 지분 19%, 윤 부회장이 18.34%로 최대주주가 뒤바뀐다. 현재는
윤상현 부회장이 31.75%를 보유하고 우호지분 달튼 5.68%를 더해 약 37.43%의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국내 화장품 ODM에서 명실상부 톱티어 기업이며 특히 선크림 부문에서는 전세계적으로도 이름을 널리 알린 회사다. 하지만 오너 중심 기업의 거버넌스도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취약성을 보여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