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돌파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벽이 무너졌다. 상법 개정을 필두로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마스가(MASGA) 프로젝트 가동 등 거시 경제 여건이 맞물린 결과다. 기업 지배구조도 시장 평가를 좌우하는 주요 이슈다. theBoard는 올해를 관통하는 10가지 지배구조 이슈를 선정했다.
신세계 오너 일가의 지분 교통정리는 2025년 들어 ‘분리 선언’의 영역을 넘어 ‘계열분리 완결 국면’에 진입했다. 정용진은 이마트, 정유경은 신세계라는 축이 소유 구조상 확정됐고, 이제 남은 것은 SSG닷컴이라는 마지막 연결고리다. 계열분리는 더 이상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정리 순서와 방식의 문제로 넘어간 상태다.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 교통정리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다. 2024년 10월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이후 2025년 들어 실제 지분 이동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그룹 내부에서 오랫동안 준비돼 온 남매경영 구도가 소유·지배 구조 차원에서 사실상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핵심은 모친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해 온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넘겨 각자 상장사의 단일 최대주주 구조를 확정했다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남매 간 직접적인 지분 교환은 없었다. 대신 모친 지분의 소진을 통해 교차 지배 가능성을 제거하는 방식이 선택됐다.
◇2011년부터 이어진 단계적 정리
신세계의 계열분리는 2024년 갑자기 시작된 작업이 아니다. 2011년 이마트 인적분할을 기점으로 남매는 이미 각자 사업 영역을 나눠 책임지는 구조로 이동했다. 2016년에는 남매 간 지분 맞교환을 통해 정용진 회장의 ㈜신세계 지분과 정유경 회장의 이마트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2020년에는 이명희 총괄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8.22%씩 증여하며 남매를 최대주주로 올려놓았다. 다만 이 총괄회장이 양쪽 모두에 10% 내외의 지분을 유지하면서 법적 동일인 구조는 유지돼 왔다.
전환점은 2025년이다. 1월10일 이마트는 정용진 회장이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하던 이마트 지분 10%(278만7582주)를 시간외매매로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매입 단가는 주당 7만6800원, 거래 금액은 약 2140억원 규모였다. 2월11일 거래가 마무리되면서 정 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은 28.56%로 상승했다.
주목할 점은 증여가 아닌 현금매입 방식이 선택됐다는 점이다. 이는 세금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책임경영과 지배력 강화를 동시에 택한 결정으로 해석됐다. 이마트 주가가 장기간 저점에 머물러 있는 상황도 매입 타이밍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정유경 회장 측도 같은 해 5월 말 신세계 지분 10.0%(98만4518주)를 이명희 총괄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았다. 정 회장의 신세계 지분율 역시 29% 안팎으로 올라 단독 최대주주 구도가 완성됐다. 결과적으로 2025년의 지분 교통정리는 남매 간 이해관계 조정이 아니라 모친 지분을 소진시켜 두 개의 상장사를 완전히 분리된 정점에 올려놓는 작업이었다.
소유 구조 정리와 함께 사업과 재무 흐름에서도 분리의 선은 한층 분명해졌다.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축은 대형마트·창고형 할인점·편의점·이커머스를 아우르는 규모의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SCK컴퍼니(스타벅스)를 중심으로 조 단위 현금흐름이 창출되지만 SSG닷컴·신세계건설 등 변동성 높은 자회사도 동시에 안고 있다.
반면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 축은 백화점·패션·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안정적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광주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 등 랜드마크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로 일시적인 잉여현금흐름(FCF)의 변동은 있지만 사업 포트폴리오는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현재 계열분리의 마지막 과제로 꼽히는 곳은 SSG닷컴이다. 이마트가 약 45.6%, ㈜신세계가 24.4%를 보유한 공동 지배 구조는 공정위 계열분리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정리가 필요하다. 상장사 기준 상호 지분 3% 미만이라는 기준을 고려하면 한쪽이 지분을 대폭 줄여야 한다.
출범 배경과 사업 시너지를 감안하면 이마트로 지분을 모으는 시나리오가 유력하지만 이마트가 최근 이커머스 투자 강도를 낮추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남아 있다. 신세계가 보유 지분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