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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theBoard Pick 10

지배구조 문법 깬 '네이버-두나무 혈맹’

④두나무, 최대주주 등극에도 의결권 위임…내수 갇힌 공룡 '탈출구'

고진영 기자

2025-12-19 10:59:53

편집자주

올해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돌파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벽이 무너졌다. 상법 개정을 필두로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마스가(MASGA) 프로젝트 가동 등 거시 경제 여건이 맞물린 결과다. 기업 지배구조도 시장 평가를 좌우하는 주요 이슈다. theBoard는 올해를 관통하는 10가지 지배구조 이슈를 선정했다.
2025년 한국 IT업계엔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었다.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과 두나무가 한 몸이 되기로 선언했다. 국내 1위 플랫폼기업과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의 만남. 단순한 사업 제휴를 넘어선 자본의 결합이자 창업자 간의 결단이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송치형 두나무 회장과 나란히 공식 석상에 선 장면은 올해 재계 지배구조 이슈에서 가장 기록할만한 순간 중 하나로 꼽힌다. 검색과 커머스로 대변되는 웹2(Web 2.0) 시대의 지배자, 그리고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으로 대표되는 웹3(Web 3.0) 시대의 신흥 강자가 융합한 패러다임의 전환점이다.

하지만 두 회사의 연합 뒤에는 치열한 수싸움이 있었다. 교환비율 산정부터 지배구조 개편, 그리고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엑시트 전략까지 난제들이 얽혔다.

◇최대주주 된 송치형, 의결권은 네이버

지난달 말 네이버페이와 두나무는 포괄적주식교환에 합의하고 최종 교환비율을 ‘1대 2.54(2.5422618)’로 확정지었다. 네이버페이의 주당 가치는 17만2780원, 두나무는 43만9252원으로 매겨졌다. 기업가치 총액 비율로는 약 1대 3.06이었으나 발행주식 수의 차이에 따라 교환비율도 달라졌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두나무는 네이버페이 100% 자회사가 된다.

2025년 11월 27일 네이버 사옥인 1784에서 열린 공동 기자간담회.

주목할 부분은 두나무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44만원으로 책정됐다는 점이다. 딜 발표 직전 두나무 주가가 35만~38만원 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나무 주주들에게 상당한 프리미엄을 얹어줬다. 합병의 가장 큰 걸림돌인 주주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원활한 딜 성사를 위해 제시한 당근책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설계도 눈에 띈다. 확정된 교환비율을 적용할 경우 송치형 회장은 네이버페이의 지분 19.5%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반면 기존 최대주주였던 네이버의 지분율은 17.0%로 희석돼 2대 주주로 밀리고,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10%)이 3대주주에 오른다. 외형상으론 피인수 기업의 오너가 인수 기업의 주인이 되는 주객전도가 발생하는 셈이다. .


하지만 네이버는 ‘의결권 위임’이라는 묘수를 통해 실질적 지배력을 유지했다. 주주간 계약으로 송치형 회장과 김형년 부회장의 의결권을 네이버가 위임 받는다. 이에 따라 합산 46.5%의 의결권을 확보하며 경영권을 방어했다. 송 회장이 최대주주로서 경제적 이익은 누리되, 경영상 의사결정권은 네이버에 양보하는 형태다.

이런 독특한 구조는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요건과도 직결된다. 네이버네이버페이를 연결 종속법인으로 유지하려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송 회장이 최대주주로서 의결권까지 행사한다면 네이버페이는 네이버의 품을 떠나게 되고, 네이버의 연결 재무제표에서도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의결권 위임은 단순히 네이버의 경영권 방어뿐 아니라 네이버페이를 네이버 울타리 안에 묶어두기 위해서도 불가피했다는 뜻이다.

◇FI들의 선택…'현금 대신 나스닥'

딜 성사를 위협한 또 다른 변수는 두나무 주주들의 엑시트 리스크에 있었다. 양사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1조2000억원을 초과할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문제는 두나무의 FI 지분가치가 이 기준의 3배에 이른다는 점이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59%), 우리기술투자(7.20%), 한화투자증권(5.94%) 등 3개 FI의 지분가치는 3조6000억원 규모다. 이중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59%) 보유분만 따져도 1조6000억원으로 한도를 초과한다. FI들의 지분 유지가 이번 딜의 관건으로 지목됐던 배경이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FI들은 엑시트 대신 동행을 택했다. 10년이 넘도록 두나무에 투자해 온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우리기술투자 입장에서는 이미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 중이지만, 지금 털고 나가기엔 통합 법인의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나스닥 상장’이라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작용했다는 평이다. 네이버페이가 국내 증시에 상장할 경우 네이버와의 중복 상장 이슈로 저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반면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피어그룹이 존재하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는 웹3, 핀테크가 결합된 통법인의 가치를 더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송치형 회장이 의결권을 네이버에 넘긴 것 역시 추후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영업익 3조 클럽’ 퀀텀 점프…변동성은 양날의 검

재무적 관점에서도 이번 통합은 네이버에게 퀀텀 점프의 기회다. 두나무 실적이 연결 편입될 경우 네이버는 단숨에 연간 영업이익 3조원 시대를 연다. 네이버의 기존 영업이익에 두나무의 1조원이 더해지는 구조다. 검색과 커머스에 편중됐던 수익 구조가 핀테크, 디지털 자산으로 다변화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내놓기는 이르다.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네이버의 연결 실적에 미칠 잠재적 리스크를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나무의 실적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황에 따라 극심한 널뛰기를 거듭해왔다. 상승장에선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지만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가 오면 네이버 전체의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또 두나무가 보유한 수조원 규모의 고객예치금과 예수부채, 그리고 무형자산으로 잡히는 가상자산의 평가가치 변동도 네이버의 재무제표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네이버의 재무 안정성을 왜곡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네이버페이가 사실상 금융회사와 유사한 규제 환경에 노출되면서 규제 당국의 감시망이 촘촘해질 수 있다는 점도 경영진이 풀어야 할 숙제다.

◇‘팀 코리아’ 선언, 빅테크에 맞선 생존 동맹

두 회사의 결합을 알린 간담회에서 네이버와 두나무가 강조한 키워드는 ‘팀 코리아’였다. 이번 결합이 단순한 덩치 키우기가 아니라,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글로벌 빅테크에 대항하기 위한 생존 동맹임을 선언한 셈이다. 향후 5년간 AI와 웹3 생태계 육성에 1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과감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특히 핵심은 ‘스테이블코인’을 위시한 웹3 금융 인프라의 구축이다. 그동안 두나무는 외국환거래법 등 규제에 묶여 내수 시장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네이버페이의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와 결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네이버와 두나무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새로운 금융시장이 형성되는 지금이 해외 진출의 적기라고 보고 있다.

플랫폼의 확장성, 가상자산의 폭발력이 만나 어떤 화학적 효과를 낼지는 안갯속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라는 마지막 관문도 남아 있다. 다만 네이버가 1대 주주 자리를 내주면서까지 얻고자 한 실리, 그리고 두나무가 의결권을 포기하고 택한 확장이 거버넌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웹3의 시대, 네이버와 두나무가 쏘아 올린 승부수를 두고 검증의 시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