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대형 상장사 이사회 진출은 유난히 두드러졌다. 금융위 위원장은 장관급 정무직으로 폭넓은 관료 네트워크와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밖에 재정경제부와 산업통상부 등 경제부처 출신 고위 관료들 역시 기업들이 선호하는 사외이사 후보군으로 꼽혔다. 개별 기업 중에서는 에쓰오일이 사외이사진의 70%를 고위 관료 출신으로 채운 점이 눈에 띄었다.
◇ 전직 금융위원장 절반 이상 대형 상장사 이사회행 TheBoard가 지난해 9월 말 현재 시총 상위 100개 상장사 이사회 면면을 분석한 결과 장·차관급 고위 관료 재직 경험이 있는 사외이사는 27명(동일인 겸직 포함)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기 2605개(코스피 813개 코스닥 1792개) 전체 상장사 소속 장차관급 고위 관료 재직 경험 보유 사외이사가 91명(동일인 겸직 포함)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4% 남짓에 불과한 상장사에 고위 관료 출신 4분의 1 이상이 집중된 셈이다.
고위 관료 출신 인사 상당수는 관직 경험뿐 아니라 학계와 산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기도 했다. 이번 이사회 현황 분석 과정에서는 기업이 정기보고서 상 발표하고 있는 이사진 주요경력 내용을 참고해 고위 관료 이력을 대표 경력으로 분류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비단 장차관 재직 이력뿐 아니라 기타 다른 경력을 감안해 이사회 멤버로 기용했다는 설명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장관급 사외이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정부부처는 금융위원회였다. 금융위 위원장은 장관급 정무직 공무원으로 분류된다. 시총 상위 100위 상장사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전직 위원장은 4명으로 집계됐다. 3대 위원장을 역임한 김석동
한진칼 사외이사를 시작으로 4대 위원장 신제윤
삼성전자 사외이사, 6대 위원장 최종구
삼성전기·
CJ 사외이사, 8대 위원장 고승범 에쓰오일 사외이사 등이다.
지금까지 금융위 위원장을 역임한 이는 10명이었다. 김병환 10대 위원장(2024~2025)과 김주현 9대 위원장(2022~2024)은 퇴직 후 일정 기간 취업을 제한하는 현행법에 따라 지금까지 이사회 활동이 어려웠고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임종룡 5대 위원장(2015~2017)도 타사 이사 겸직이 제한된다. 이들을 제외한 전직 위원장은 전원 현직 사외이사인데 이중 절반 이상이 대형 상장사에 적을 둔 셈이다.
김석동 전 위원장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진칼은 최근 최종구 전 위원장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하기도 했다. 실제 올 3월 주총에서 최종구 전 위원장이 사외이사로 선임될 경우
한진칼은 김석동 전 위원장에 이어 금융위원장 출신 사외이사를 연속 기용하는 기록을 낳게 된다. 최종구 전 위원장의 경우 현재
삼성전기와
CJ 등 대형 상장사 이사회에 적을 두고 있는데 이 역시 흔한 일은 아니다.
◇ 삼성 계열사 장차관 출신 필수 배치…에쓰오일 가장 적극적 재정경제부(전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부 출신도 적지 않았다. 두 부처 출신 사외이사는 각각 5명씩이었다. 기재부 장관을 역임한 유일호 전 장관(2016~2017)은
삼성생명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허경욱 전 차관(2010~2011)과 이호승 전 차관(2017~2018)은 각각
두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일하고 있다. 기재부 이전의 재경부 에서 장관(2007~2008)을 역임한 권오규 전 장관은 에쓰오일에 적을 두고 있다.
산업통상부 출신으로는 산업통상부 전신 지식경제부 시절 장관(2011~2013)을 역임한 최중경
삼성물산 사외이사를 비롯해 문재인 정부 시기 장관(2021~2022)을 역임한 문승욱 삼성E&A 사외이사 등이 대표적이다. 박진규 전 차관은
LG에너지솔루션,
한진현 전 1차관은
한국전력공사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재훈 전 차관은 같은 참여정부에서 활동한 권오규 전 장관과 함께 에쓰오일에서 이름을 올렸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 계열사가 고위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적극 기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삼성생명과 △
삼성화재 △
삼성전자 △
삼성전기 △
삼성물산 △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E&A 등 삼성그룹 계열사 7곳이 각각 적게는 1명 많게는 2명의 장차관 출신 관료를 사외이사로 맞아들였다. 시총 상위 100개 기업 내 장차관급 출신 사외이사 27명 중 11명이 삼성그룹 계열사 이사회에 둥지를 틀었다.
단일 기업으로는 에쓰오일이 적극적이었다. 사내이사 1명과 기타비상무이사 4명, 사외이사 6명 등 11명의 이사로 구성된 에쓰오일 이사회에는 권오규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고승범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재훈 전 산업자원부 차관 등이 적을 두고 있다. 장차관급까지는 아니더라도 국세청 차장을 역임한 이전환 태평양 고문도 에쓰오일에 합류했다. 사외이사진의 70%가량이 고위 관료 출신인 셈이다.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생명 등
삼성생명 계열사 3곳을 비롯해
CJ와 케이티 등이 복수의 장차관급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있기도 하다.
CJ에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장이 포함돼 있고
KT에는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이 합류하고 있다. 특히
KT의 최근 10년 간 이사회 변천을 보면 다양한 고위 관료 출신들이 이사회를 오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