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버크래비스로버츠(KKR)가 설립한 크리에이트자산운용이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업체인 태안안면클린에너지(이하 TACE)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KKR이 정치권 비판으로 직접 인수가 어려워지자 국내 계열사로 인수 주체를 바꾼 모양새다. 크리에이트자산운용 이사회를 사실상 KKR이 장악한 상황에서 이 같은 전략이 효과를 거둘 지 주목된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크리에이트자산운용은 작년 말부터 국내 주요 은행들이 보유한 TACE의 선순위 채권을 인수하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TACE 주주들은 태양광 발전설비 확보를 위해 해당 대출을 활용하면서 보유 지분을 모두 담보로 제공했다.
이 대출은 현재 재무약정 위반으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크리에이트자산운용이 선순위 대출을 모두 인수한 뒤 EOD를 선언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에 대한 강제 매각 절차가 개시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당초 KKR이 이 같은 방식으로 TACE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정치권 비판으로 절차를 중단했다. 여당에서는 강제 매각 절차를 활용한 KKR의 TACE 인수 시도가 해외 자본의 국내 기업 ‘헐값 인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작년 말 국회 예결위 전체 회의에서는 금융당국에 후속 보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KKR이 이런 방식을 구상한 건 기존 지분 매입 계획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랜턴에이앤아이와 함께 기존 주주들 지분을 매입하려 했지만 렌턴에이앤아이 오너들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정부는 주요 발전업체인 TACE의 지분 이전을 승인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단독 인수를 노리는 KKR이 크리에이트자산운용을 내세워 이러한 정치권 감시를 우회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보고 있다. 크리에이트자산운용은 KKR과 이지스자산운용이 협력해 설립했지만 이사회 구성 등을 살펴보면 사실상 KKR이 지배하는 구조다. KKR이 이번 TACE 선순위 채권 인수 결정에도 영향력을 미쳤을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크리에이트자산운용이 공고한 임원 현황을 살펴보면 등기이사가 4명, 비등기이사가 4명이다. 이 중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기이사 4명 중 3명이 KKR 인력들로 채워져 있다.
이들 KKR 인력은 정욱재 KKR 아시아 부동산투자 총괄대표(Managing Director), 함경민 KKR 일본 부동산투자 상무(Principal), 잭슨 예 KKR 아시아 전무(Director) 등이다. 남은 등기이사 1명은 이지스자산운용 출신인 신준호 크리에이트자산운용 대표이사다.
KKR 측 등기이사 3인은 모두 기타비상무이사로 등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욱재 대표는 2024년 5월부터, 함경민 상무와 잭슨 예 전무는 작년 3월부터 크리에이트자산운용 등기이사를 맡아오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크리에이트자산운용의 이번 TACE 선순위 채권 인수 경과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선순위 채권 매입을 완료하더라도 강제 매각을 개시하지 않는다면 금융당국이 우선 개입할 명분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크리에이트자산운용이 선순위 채권 매입 이후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사회 결정이 문제될 가능성이 있다. 크리에이트자산운용은 TACE 선순위 채권을 인수하기 위해 외부 신규 대출을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입한 선순위 채권은 기존 주주의 지분 전체를 담보로 잡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비교적 낮은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크리에이트자산운용이 채권 인수를 위해 실행한 대출 금리가 이보다 높다면 강제 지분 매각 등을 전제하지 않은 선순위 채권 매입은 기업에 손실을 입히는 행위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