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신탁이 자본 잠식 자회사 코레이트자산운용를 지원하는 이사회 결정 과정을 상세히 공개해 눈길을 끈다. 한토신은 자회사 완전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자기주식 교환사채(EB)를 발행하기로 했다. 한토신은 공시를 통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과 경영권 방어 목적과의 무관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공시엔 자사주 활용 배경과 이사회 논의 과정, 주주이익 영향까지 상세히 담았다.
공시서식 개정과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맞물리며 자금조달 과정에서 주주보호 논리를 보다 명확히 설명해야 하는 환경 변화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회사 지원에 자사주 동원, 이사회 주주가치 영향논의 강조 한토신은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200억원 규모의 사모 EB 발행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교환
대상은 자사주 1488만여주로 처분예정 단가는 1344원으로 제시됐다. 처분 상대방은 복수 기관으로 기재됐다. 해당 공시에는 여러 조달 수단 가운데 자기주식 교환사채를 선택한 이유, 향후 자기주식 활용계획, 관련 안건을 논의하면서 이사회가 경영진에 요구한 사항 등이 담겼다.
주주보호·경영권 방어와 무관함을 강조하는 서술은 한토신만의 단독 사례로 보긴 어렵다. 최근 공시에는 자사주 EB가 지배력 강화나 특정 주주 편익과 무관하고 주주 전체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했다는 점을 적시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공시 내용이 길어진 직접 배경으로는 공시제도 변화가 거론된다. 금융감독원은 2025년 10월29일 자기주식
대상 교환사채 발행 관련 주요내용이 투자자에게 충실히 제공될 수 있도록 기존 주주이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주요사항보고서에 기재하도록 기업공시서식을 개정했다.
실제 10월20일 이후 자기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발행을 공시한 기업들은 한토신과 같이 자기주식
대상 EB 발행 선택 이유, 잔여 자기주식 활용계획, EB 주식교환 시 지배구조 및 기업 의사결정 영향, 주주이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기재했다. 반면 공시제도가 바뀌기 직전인 지난해 10월17일 관련 공시를 내놓은 무학만 해도 앞서 언급한 내용들을 공시에 담지 않았다.
한토신 공시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일반주주 이익보호, 충실의무 관점, 경영권방어 목적아님 같은 표현은 2025년 개정 상법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한 내용을 포함하며 해당 조항은 2025년 7월 22일 공포와 함께 시행됐다. 사외이사는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강화의 적용
대상이라는 점에서 이사회가 의사결정 과정과 주주보호 논리를 더 촘촘히 공시로 남길 유인이 커졌다.
한토신은 업황부진으로 인한 실적하락에도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현금배당을 실시해온 바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3개년 별도재무제표 기준 평균 54.4% 수준의 현금배당성향을 기록했다. 향후 5개년의 중장기 경영계획상으로도 매년 일정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함으로써 안정적 주주환원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가 주주가치에 충실했다는 내용 역시 강조됐다. 한토신 이사회는 자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유상증자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같이 함과 동시에 그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투명한 설명과 정보 제공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토신은 이사회가 조달 구조의 필요성과 불가피성, 일반주주 보호장치 등을 시장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주주 및 투자자
대상 IR 활동을 한층 체계적으로 강화할 것을 경영진에게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코레이트운용, 소송 후폭풍으로 완전잠식 EB발행 자금은 한토신의 자회사인 코레이트자산운용 유증에 그대로 투입된다. 코레이트자산운용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의 여파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코레이트운용은 지난해 3분기 인식한 소송충당부채로 인해 자본잠식에 빠졌다. 소송충당부채는 2024년 말 17억9200만원에서 2025년 9월 말 134억7400만원으로 늘었다. 코레이트운용은 공무원연금공단 등이 제기한 펀드투자금 소송, 예금보험공사가 제시한 손해배상소송에서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2심에서 일부패소했다. 이에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액을 충당부채로 설정했다.
한토신이 피고로 계류중인 주요 소송금액은 공무원연금공단 펀드투자금 청구 196억원, 예금보험공사 손해배상 200억원, 새마을금고중앙회 손해배상 268억원, 개인 손해배상 10억원 등 총 674억원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와 개인 관련 소송은 1심이 진행중이다.
한토신은 "금융투자업자로서 규제 요건 준수와 대외 신인도 회복을 위해 1월 내 빠른 자본 확충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코레이트자산운용의 경영개선 계획을 검토한 결과 조직 재정비를 통한 비용 절감 등 긴축경영 의지를 확인했고 핵심 프로젝트 위주의 수익구조 개편 시 조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출자금 회수 가능성을 제고하고 금융권 제재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이번 유증참여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코레이트운용은 소송 충당부채의 여파로 2024년 188억원, 2025년 3분기 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영향으로 자본총계는 2023년 461억원에서 2024년 178억원, 2025년 9월 말 -3억원으로 감소했다. 자본금은 359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