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의장을 도입한 LG그룹 상장사가 하나 추가됐다. 영국계 헤지펀드인 팰리서캐피탈로부터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받던
LG화학이 창사 후 처음으로 사외이사 의장을 선임했다. LG그룹 상장사의 사외이사 의장 선임은
LG이노텍·헬로비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사례다.
지난 24일
LG화학은 이사회를 열고 조화순 사외이사를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2022년 3월부터
LG화학 사외이사로 기업 경영에 참여한 조화순 신임 의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이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책학부 정회원으로 과학기술 정책과 거버넌스 분야에서 경영 자문을 수행했다. 전임 이사회 의장인 신학철 부회장이 지난해 말 용퇴하며 공석이 된 자리를 조 사외이사가 채웠다.
LG화학은 사외이사 의장 선임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2021년 ESG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이사회 내 위원회로 설치한 데 이어 지난해 보상위원회를 추가하는 등 이사회 중심 경영 체계를 구축 중이었다. 경영위원회를 제외한 위원회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사외이사의 활동 반경을 넓혔다.
다만
LG화학 지분 1% 이상을 장기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팰리서캐피탈로부터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받는 등 최근 추가적인 개선 요구가 커지던 상황이다. 팰리서캐피탈은 주주제안을 통해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선임독립이사 선임 등의 내용을 정관에 못 박도록 요구했다. 해당 안건은 다음달 31일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간 상태다.
주주제안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은
LG화학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사외이사 의장을 선임했다. 정관상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사 중 한명을 선임할 수 있었지만 회사는 그동안 의장직을 대표이사 또는 계열사 임원이 겸직하는 기타비상무이사에게만 한정했다.
이는 LG그룹 상장사 전반에 해당하는 문제였다. LG그룹은 정관상 사외이사 의장 선임이 가능했음에도 상당수의 회사가 계열사 임원을 의장으로 선임하는 관행을 유지했다. 지난해 말 기준 LG그룹 상장사 12곳 중 사외이사 의장을 선임한 회사는
LG이노텍과 LG헬로비전 등 두곳뿐이었다.
먼저 LG헬로비전(옛
CJ헬로비전)은 LG그룹 편입을 앞둔 2018년 말 이사회 규정을 변경해 의장을 이사회 중에서 선임한다고 명시하며 그룹 정관 기조를 따르기 시작했다. 이후 2022년 처음으로 사외이사 의장을 선출해 현재까지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유지 중이다. 현재 LG헬로비전 이사회 의장은 이채우 사외이사(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다.
이와 같은 시기
LG이노텍도 처음으로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며 그룹의 이사회 운영 관례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했다. 회사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관행을 깨고 2022년 사외이사 의장을 선임했고 현재까지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출하고 있다. 현재
LG이노텍의 이사회 의장은 이희정 사외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고 있다.
이들 두 회사에 이어
LG화학도 올해 처음으로 사외이사 의장을 선임하면서 계열사 임원과 의장직을 분리했다. 이 회사 역시 2003년 정관을 변경하기 전까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관행을 유지했고 정관 변경 이후에는 대표이사나 전임 대표이사(고문), 그룹 지주사 대표 등이 번갈아 가며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예를 들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장기간
LG화학 대표를 맡았던 김반석 전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뒤에도 상근고문으로 사내이사로 회사에 남아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LG화학 수장을 맡았던 박진수 전 부회장 역시 대표 사임 후 상근고문 겸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권영수 전 부회장, 권봉석 현 부회장 등은 그룹 지주사 LG 소속의
LG화학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