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GS가의 오너 4세 경영인인 허제홍
엘앤에프 의장이 대표이사로 복귀하며 이사회 지배력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5년간 이어온 전문경영인 체제를 마무리하고 허 의장 본인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지배력 확보를 위한 정관 개정 절차에 돌입했다. 이사회 등기임원의 수를 10인 이하로 상한선을 두고 임기를 이사별로 달리 정할 수 있게 하는 등 허 의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정관에 반영한다.
1976년생인 허 의장은 연세대 화학공학과 학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대학원 화학공학 석사를 취득하고 2001년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연구소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부친인 고 허전수 새로닉스 회장은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사촌지간으로 허 의장은 범
GS가의 4세 경영인으로 분류된다.
2003년부턴
엘앤에프 연구소에 입사한 그는 2006년
엘앤에프의 최대주주 회사인 새로닉스에 합류했고 2010년 허전수 회장의 별세로 새로닉스 대표직에 올랐다. 그룹 경영 전반을 지휘하면서 2011년 기타비상무이사로
엘앤에프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2018년에는
엘앤에프 대표를 겸직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다만 허 의장의
엘앤에프 대표 겸직 기간은 길지 않았다. 2021년 새로닉스와
엘앤에프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며 최수안 부회장을
엘앤에프 대표로 선임했고 허 의장은 양사 사내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했다.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양극재 사업을 영위하던
엘앤에프는 전기차 산업의 본격적인 개화로 성장가도를 달렸지만 최근 3년 사이 급격한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지속해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매출은 4조6000억원으로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고 3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다.
이에 허 의장은 지난해 12월 대표이사 복귀와 함께 올해를 캐즘 돌파를 위한 시장 선점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회사 측은 오너가의 책임경영을 기반으로 리튬인산철(
LFP) 양극재 신사업의 조기 안착과 프리미엄·보급형 전기차 시장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오너가인 허 의장이 대표이사까지 겸하며
엘앤에프는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벗어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오너의 낮은 지배력은 해결할 과제로 남았다. 대주주인 새로닉스의 지분율이 14.29%에 머물고 있을 뿐 아니라 계열사와 오너 경영인, 임원진 등의 지분을 모두 끌어모아도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3.70%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상장사의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들이 하나둘 도입되면서
엘앤에프는 허 의장의 이사회 지배력을 유지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상법 개정으로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수 확대 등이 의무 도입되면서 오너 지배력이 비교적 낮은 회사들이 이사회 경영권을 지킬 조항을 정관에 삽입하고 있는데 그 흐름을
엘앤에프도 따르는 모습이다.
당장 25일
엘앤에프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개정상법에 따라 집중투표제 도입, 분리선출 감사위원 수 2인으로 증원 등의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여기에 추가로 이사회 운영 조항에 이사 수 상한, 이사 임기 조정 등을 수정하는 안건도 함께 다룬다.
그동안
엘앤에프는 등기임원 수를 3명 이상으로 규정할 뿐 그 수의 상한을 별도로 명시하고 있지 않았다. 이번에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 수를 3인 이상, 10인 이하로 바꿔 그 상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사 수 상한을 통해 주주추천 이사 등의 이사회 진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 부회장의 사임 직전
엘앤에프의 등기임원은 사내이사 3인(허제홍 의장·허제현 사장, 최 부회장)과 사외이사 5인 등으로 운영됐고 올해 유승헌 부사장이 최 부회장의 공백을 채우며 8인 구성은 올해도 유지될 예정이다.
이사 임기 조정도 경영권 방어 전략 중 하나로 거론된다.
엘앤에프는 이번 주총에서 정관상 3년으로 못 박던 이사 임기를 3년 이내에서 이사별로 다르게 정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바꿀 예정이다. 이사 선임 시점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이 경우 특정 주총에서 선임 가능한 이사 수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