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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분석

신제윤 오니 고승범 맞불, 삼전·하닉, '금융거물' 전성시대

'반도체 라이벌' 체급 맞추기, 관련 이슈 산적…김앤장 존재감 '주춤'

김경태 기자

2026-03-11 15:49:09

SK하이닉스가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데 이어 그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현실화되면 하영구 블랙스톤 한국법인 회장이 의장에서 물러난 지 약 1년 만에 중량감 있는 포메이션을 구축하게 된다.

반도체사업의 라이벌인 삼성전자의 이사회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3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을 의장으로 선임했다. SK하이닉스가 이를 의식해 이사회의 체급을 올리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양측 인물 모두 법무법인 태평양에 몸담고 있는 공통점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 1년전 신제윤 의장 선임…하이닉스, '체급 맞춘' 의장 선임 추진

11일 재계 및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하 회장이 작년 3월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기 전후로 새 의장 후보를 물색해 왔다. 하 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 최초로 사외이사로서 의장을 역임했고 작년 3월 6년의 임기를 채우면서 물러났다.

SK하이닉스는 하 회장의 퇴임을 앞두고 그에 필적할 만한 무게감 있는 인사를 영입하려 했다. 하지만 적당한 인물을 구하지 못했고 작년 3월 열린 주총에 신임 사외이사 후보자 안건을 올리지 못했다.

하 회장은 국내를 대표하는 금융계 거물로 '직업이 은행장'으로 불린 인물이다. 월가뿐 아니라 워싱턴 조야(정부와 민간)에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막후 조력하기도 했다.

당시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더벨에 "여러 사외이사 후보자들을 살펴봤지만 하 회장만 한 분을 찾지 못했다"라며 "향후 시간을 두고 살펴본 뒤 하 회장처럼 SK하이닉스에 걸맞은 사외이사를 영입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고 전 위원장을 영입하는 데 성공하면서 1년 만에 거물급 인사를 맞이하게 됐다. 고 전 위원장은 1984년 제2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평생을 금융 분야 공직에 종사했다. 금융위 요직을 두루 거쳤고 문재인 정부 시기이던 2021년8월에 제8대 금융위원장으로 선임됐다.

특히 그는 통화 정책에도 일가견이 있다. 2016년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이 때문에 최근에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거론되기도 했을 정도다.

반도체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라이벌인 삼성전자에 이어 금융위원장 출신을 영입한 점에도 주목한다. 삼성전자가 거물급 인사를 의장으로 두고 있는 만큼 메모리반도체 1위를 다투는 SK하이닉스에서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신 의장은 고 전 위원장의 서울대 경제학과 선배다. 1980년 제20회 행정고시를 수석합격했다. 금융위에서도 함께 근무해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작년 3월 신 전 위원장을 의장으로 선임했다. 신 전 위원장은 2024년3월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그 시기부터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차기 의장으로 염두에 두고 영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1년 뒤에 의장에 올라선 뒤 이사회를 순조롭게 이끌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고 전 위원장은 최근 산적한 금융·규제 관련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상법개정 등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면서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 또 미국에 AI 투자법인을 설립하는 등 고 전 위원장의 경륜으로 혹시모를 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는 부분이 적잖은 형국이다.

◇신제윤·고승범, 태평양 고문 재직…1위 로펌 김앤장 존재감 '흔들'

고 전 위원장의 SK하이닉스 이사회 합류는 재계와 반도체업계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주목하는 사안이다. 고 전 위원장과 신 의장은 금융위 퇴직 이후 국내 최상위 로펌인 태평양에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먼저 태평양은 2017년 신 의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자금세탁방지와 관련된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신 의장은 금융위원장 출신일뿐 아니라 한국인 최초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의장을 역임한 전문가다.

이어 태평양은 작년 7월 고 전 위원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당시 새 정부 출범으로 변화된 금융 정책에 관해 보다 전문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고 전 위원장은 태평양의 금융그룹과 미래금융전략센터에서 금융 분야 전반에 대한 자문을 제공했다.

반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은 국내 1·2위 기업의 의장을 배출하지 못하며 존재감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다만 김앤장도 두 기업의 이사회에 연결고리가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김앤장에서 고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에서는 김정원 전 한국씨티은행 재무기획그룹 부행장 김앤장 고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