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이 올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에서 20년 동안 근무하며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지냈던 이호웅 호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이 교수는
안랩에서 퇴임한 지 5년이 넘은 만큼 현행 상법상 결격사유에서는 자유롭다. 다만 사외이사 제도가 요구하는 실질적 독립성 측면에서는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법상 결격 기준인 퇴임 후 2년은 넘겨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안랩은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호웅 호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으로 상정한다.
안랩은 이 교수에 대해 "사이버보안·정보보호 분야의 전문가로 호서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로 활동하고 있고 한국차세대컴퓨팅학회 수석부회장 등 정보보안 분야의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적인 부분에서 많은 조언을 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약 20년 동안
안랩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던 인물이다.
안랩에서는 시큐리티대응센터(ASEC) 센터장, 엔드포인트플랫폼(EP) 사업부문 연구소장 등을 거쳐 초대 CTO로 선임됐다. CTO 직에서 물러난 지는 현재 기준으로 5년이 경과했다. 이 교수는 원유재 사외이사의 자리를 메우기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 이사는 2020년부터 6년 동안
안랩 사외이사를 맡았다. 그는 이사회 의장도 담당해왔다.
원 이사는 국내 사이버보안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거쳐 미래창조과학부 정보보호 민간전문가(CP)를 역임하며 공공·정책 영역에서 국가 사이버보안 체계 강화에 기여했다. KISA 인터넷침해대응센터 본부장으로 재직하며 사이버 침해 대응 관련 실무 경험도 축적했다.
이 교수가
안랩에서 20년 근무하면서 C레벨 임원까지 지냈다는 점은 그가 사외이사를 맡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행 상법 제382조 제3항 등은 최근 2년 이내에 해당 회사의 상무에 종사한 이사·감사·집행임원·피용자 등을 사외이사 결격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형식적 요건만 놓고 보면 사외이사 선임에 법적 문제는 없는 셈이다.
다만 사외이사 제도의 본래 취지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시각을 가진 인물이 이사회에 참여해 감시·견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20년에 걸쳐 회사의 핵심 기술 전략을 총괄했던 전직 임원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CTO 포함 안랩 20년 경력, 독립성 판단의 핵심 변수되나 기관투자자와 의결권 자문사들은 사외이사 후보의 독립성을 판단할 때 단순한 법적 결격 여부뿐 아니라 후보자의 과거 회사와의 관계, 재직 기간, 담당 직무의 성격 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을 전해진다. 법적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회사와의 관계가 밀접했던 인물에 대해서는 독립성이 약하다고 평가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CTO는 기업의 기술 방향과 연구개발 전략을 총괄하는 핵심 경영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일반 임직원보다 회사와의 관계가 훨씬 밀접하게 평가될 수 있다.
사외이사 선임은 보통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 4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안랩의 주주 구성을 보면 최대주주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특수관계인이 25.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안건 가결 자체는 어렵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 이후 기관투자자들은 사외이사의 독립성 문제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추세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등은 최근까지 회사 임직원으로 근무했거나 회사 경영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인물을 독립적 이사로 보기 어렵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교수의 이력은 전문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 사이버보안 기업인
안랩의 사업 특성상 기술 분야에 정통한 인사가 이사회에서 기술 리스크와 전략적 판단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회사 측이 내세울 수 있는 논거다. 이 교수는 국내 정보보안 분야에서 오랜 연구와 산업 경험을 축적한 전문가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