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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코스닥 톱티어

안철수 떠난 안랩, 돋보이는 이사회 투명성

⑤사외이사 위주 이사회 구축…이사회 자체 기업가치 제고 방안 필요 지적

이돈섭 기자

2025-12-17 16:15:53

편집자주

코스닥 상장사 거버넌스는 열악하다. theBoard가 올해 실시한 상장사 이사회 평가에서 상위 100위 안에 든 기업은 1곳에 불과할 정도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 거버넌스 고도화 작업에 박차를 가해 온 기업도 있다. 오너의 의지, 주주 구성, 사업 성격 등에서 지배구조 개선의 노력을 벌여온 기업들이다. theBoard는 코스닥 시장에서 찾은 거버넌스 우수 톱티어 기업을 발굴해 소개한다.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안랩은 코스닥 상장사 중 가장 선진화된 거버넌스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찍이 사외이사 위주의 이사회를 자발적으로 구축한 데 이어 이사회 산하에 소위원회를 설치해 사외이사의 활동 범위를 확대했다. 창업주인 안철수 국회의원(사진)은 일찍이 경영 일선에서 빠져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켰다.

다만 안 의원의 정치 행보에 따라 안랩 주가는 출렁이곤 한다. 자본 시장에선 안철수 의원의 그늘이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니다. 이사회 차원의 독립적인 기업 가치 제고방안까지 확립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 자발적 이사회 권한 확대…투명성 확보 노력

안랩은 2006년 이후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을 50% 이상으로 자발적으로 확대해 이사회를 운영해 왔다. 지난 9월 말 현재 자산 4862억원의 안랩은 사외이사 과반 이상 규제를 받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를 구성해왔다.

현재 이사회 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는 각각 2명과 3명이다. 창업주인 안철수 전 대표는 2005년 전문경영인에게 대표직을 맡기고 이사회 의장직만을 맡았는데 2012년 대선에 뛰어들면서 이사회 의장직마저 사외이사에게 넘겼다. 이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거버넌스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시기 지분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2012년까지 안 전 의장은 지분 37% 정도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186만주를 현금과 현물의 형태로 안철수 재단(현 동그라미재단)에 증여해 지분을 19% 수준으로 낮췄다. 안 전 의장과 동그라미재단을 비롯해 지난해 안랩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로 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정보기술기업 SITE벤처스 지분까지 모두 합치면 발행주식의 총 50% 수준에 육박한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아 이사회를 이끌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없진 않다. 현재 의장직을 맡고 있는 원유재 사외이사의 경우 과거 안철수연구소에서 최고기술책임자를 역임한 인물이다. 자사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기용하는 사례가 없진 않지만 이 경우 경영진 견제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제기된다. 과거 이사회에 몸담았던 윤연수 전 사외이사 역시 동그라미재단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를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안랩은 2007년 이사회 산하에 평가보상위원회와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두 위원회 위원을 모두 사외이사로 채웠다. 특히 사외이사가 임직원 성과 목표와 평가기준 심의 작업에 참여한 것 자체가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안랩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8년 연속 한국거래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선정하는 '지배구조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해는 유상증자에 참여한 SITE의 자회사 SITE벤처스의 하산 알후세인 CFO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면서 이사회 규모를 확대하기도 했다. 같은해 안랩은 처음으로 이사회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그 결과를 공시하기 시작했다. 2022년부터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자발적으로 발간하기 시작한 점 역시 거버넌스 투명성을 높이는 기제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해당 보고서 핵심 지표 준수율은 53% 수준이었다.

◇ 정치인 창업주 그림자 속 기업가치 제고 관건

현재 안랩이 구축하고 있는 거버넌스는 안 전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안 전 대표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이사회와 주총 등에는 일절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최대주주로서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을 빼놓고는 거버넌스를 평가하긴 어렵다. 그렇다보니 시장에선 안 전 대표 정치 행보에 따라 안랩 주가가 출렁이며 안랩이 정치 테마주로 전락한 듯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2022년 20대 대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오른 안 전 대표가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안랩 주가는 장중 22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뛰었다. 대선 전날 주가는 7만원 초반대에 불과했다. 그 이전에도 2011년 안 전 대표가 정계 진출을 공식화했을 때 안랩 주가는 널뛰기 했고 이듬해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자 주가는 17만원 문턱에 이르렀다. 안 전 대표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2017년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보니 안랩이 구축한 거버넌스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소로 인식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안랩은 자사주를 꾸준히 취득해 현재 발행주식의 14.26%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부분 안랩 주가가 빠졌을 때 주가 수준을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 취득이 이뤄졌다. 최근 5년 간 대부분 기간 안랩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매년 실시하고 있는 결산 배당 규모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랩의 주가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안랩은 2019년 이후 싱가포르와 홍콩 등에서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IR을 진행했고 그 이후 현재까지 별도의 IR 행사를 진행한 바 없다. 증권가에서도 안랩 주가 전망에 대한 보고서를 찾기 힘든 실정이다. 안랩 사외이사진은 경영과 금융, 회계 분야 전문가로 채워져 있는 만큼 이사회 차원에서 관련 문제를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기업 경영인들이 간혹 정치권에서 영입 제안을 받기도 하는데 정치권 진입 자체가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과 거버넌스에 상당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여겨 에둘러 거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안랩의 경우 창업주가 기업 경영에서 한 발 물러서 있는 만큼 이사회 차원에서 오너 리스크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문제 삼고 이에 대한 해결책이 적절하게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