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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롯데칠성 안건 반대반복…보수·이사 선임 문제

임준범 사내이사 기업가치 훼손·김희웅 사외이사 독립성 지적, 10년째 유사 안건 반대 의결

안정문 기자

2026-03-24 08:18:05

국민연금이 롯데칠성음료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절반이 넘는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2024년 3월 이후 2년 만에 이사회에 복귀하는 임준범 사내이사 후보(상무보)에 대해서는 기업가치 훼손, 재선임되는 김희웅 사외이사 후보와 관련해서는 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반대했다. 그 밖에 자기주식 관련 정관변경에 대해서는 일반주주 의견 반영가능성이 적어진다는 것, 이사보수한도는 지급보수 및 경영성과대비 과다하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국민연금은 2017년부터 매년 2건이 넘는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고 있다. 같은 사유로 반대표가 행사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롯데칠성음료는 반복해서 기관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있는 안건을 여러해에 걸쳐 상정하고 있다.

◇올 정기주총 안건 7건 중 4건 반대

롯데칠성음료는 1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과 집중투표제 도입을 비롯한 정관 변경,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 상정된 모든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받았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국민연금은 7건의 의안 가운데 4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우선 2년 만에 이사회, 6년 만에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복귀하는 임준범 ESG본부장(상무보)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그는 롯데칠성음료에서 재경부문장과 전략기획부문장 등을 거쳤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사업전략에 대한 이해와 재무 분야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은 2020년 최초 선임 당시에는 찬성했지만 2022년 그의 선임에 반대했다. 당시에도 이번과 비슷한 감시 소홀을 지적했다. 롯데칠성음료와 자회사 엠제이에이와인은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칠성음료가 백화점에서 와인 소매업을 영위하는 엠제이에이와인(이하 MJA)를 부당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11억 원을 부과하고 롯데칠성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롯데칠성은 자회사 MJA의 손익 개선을 위해 자신의 와인 공급 가격에 할인율을 높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MJA에 와인을 저가로 공급하고 MJA의 판촉 사원 용역 비용을 부담했다. 또한 롯데칠성음료 인력을 MJA 업무에 투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같은 지원행위들을 통해 롯데칠성은 2009년부터 10년 이상 장기간 MJA에 대해 총 35억원의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 이와 관련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임 후보는 재경부문장과 전략기획부문장 등을 지냈으며 자회사 엠제이에이와인에 대한 부당 지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기업가치를 훼손한 이력을 이유로 반대를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김희웅 연세대학교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도 국민연금의 반대를 받았다. 국민연금은 첫 선임 때인 2024년에도 김희웅 교수의 사외이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김 교수는 2020년부터 롯데칠성음료롯데웰푸드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인공지는(AI) 머신러닝, 빅데이터 관련 교육 프로그램인 롯데 데이터분석 아카데미 과정을 운영했다.

국민연금은 자기주식처분 관련 정관변경안에도 반대했다. 최대주주의 찬성만으로 관련 보유처분계획이 승인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정관 변경 안건을 둘러싼 갈등은 올해 주총 시즌의 거시적 맥락과 맞닿아 있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분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경영상의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보유·처분하는 근거 규정을 정관에 마련하는 등 일반 주주의 권익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이사 보수한도 안건에도 제동을 걸었다. 성과대비과도한 보수가 이유다. 롯데칠성음료의 이사 보수한도는 다른 기업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통상 기업들이 한도대비 30~50%선의 보수를 지급하하지만 롯데칠성음료는 많을 때는 80%가 넘는 한도대비 보수지급 비율을 기록했다. 지급보수의 2020년 이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지급보수의 70% 안팎은 신동빈 회장이 받아갔다.


◇10년 걸친 꾸준한 반대, 이어지는 안건상정

국민연금은 2017년부터 롯데케미칼 주주총회에서 꾸준히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왔다. 반대 사유는 시기별로 일부 차이를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이사 선임의 적정성, 이사회 감시 기능, 보수 수준, 정관 변경의 투명성 등에 집중되는 흐름을 보인다.

2017년에는 신동빈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으며 이듬해인 2018년에는 이영구 사내이사 선임과 이석윤·채경수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에 대해 감독 소홀을 문제 삼았다.

2019년에는 반대 안건이 더욱 늘었다. 신동빈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과도한 겸임과 기업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했고 김종용·이복실 사외이사 선임에도 감시 소홀을 지적했다. 이사 보수한도가 경영성과 대비 과다하다는 이유로 보수 안건에도 반대표를 행사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정관변경 안건에 대해 위임 주체가 불명확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대표에 권한을 위임한다는 이유로 잇따라 반대했다. 특히 이사 보수한도 문제는 2019년 이후 거의 매년 반복됐다.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 연속으로 이사 보수한도가 경영성과 대비 과다하다며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