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정원을 축소하는 정관 변경은 올 정기주주총회 시즌의 주요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기업은 이사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집중투표제를 무력화하는 방어장치라고 본다. 이에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부결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역시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사 수를 줄이는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소액주주 연합이 주주행동에 나선 데다 과거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과 경영권을 다퉜던 조현식 전 고문 등이 소액주주 측과 연대하고 있는 만큼 안건의 부결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효성중공업 사례, 한국앤컴퍼니에서 재연될까 한국앤컴퍼니는 26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변경 △사내이사 선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분리 선출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안건을 상정한다. 이 중 정관 변경안건과 분리 선출 이사 선임 건에는 소액주주 연합(주주연대)의 주주제안이 포함돼 있다.
주주연대는 정관에 이사의 결격 및 당연 퇴임 사유를 추가하는 변경 안건과 김유니스경희 우영산업 대표이사를 감사위원으로 분리 선출하는 사외이사 선임안건 등 안건을 제안했다. 이와 동시에 현 이사회가 추천한 이행희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외이사의 사외이사 선임과 여치경 여치경 종합법률사무소 대표의 사외이사 선임, 이사의 수 변경 등 안건에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
특히 이사 수 변경 안건의 경우 개정 상법에 따라 9월부터 강제되는 집중투표제와 관련이 있는 만큼 이번 주주총회의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집중투표제는 선임 이사의 수가 많을수록 위력을 발휘하는 만큼 이사회 정원 축소는 집중투표제를 무력화하는 시도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주행동주의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의 현행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 정원은 3~15명이다. 회사는 이를 3~11명으로 변경해 최대 정원을 4명 줄이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앤컴퍼니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사외이사 1명이 임기 만료로 사임을 앞두고 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2명을 신규 선임해 8인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회사 측 계획이다.
올 3월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기업들 중 이사회 최대 정원을 축소하거나 최대 정원에 상한을 두는 방식의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 곳이 30개사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효성중공업의 경우 앞서 19일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주주들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앞으로 남은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정원 관련 안건의 가결 여부에 주목한다. 특히
한국앤컴퍼니의 경우 지분구조상 안건 부결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도 분석되는 만큼 시선이 쏠리고 있다.
◇주주연대의 소액주주 결집력이 핵심 요소 한국앤컴퍼니 측은 이사 정원 축소와 관련해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실제 이사회 규모와 정관상 정원 간의 괴리를 해소하는 한편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구조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설명했다.
안건에 따라 최대 정원을 축소하더라도 추가 선임이 가능한 이사의 여유 인원이 3명 있는 만큼 해당 안건은 소수주주 권익을 제한하거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반면 주주연대 측은 "올 9월부터 집중투표제가 강제되는 상황에서 이사회의 최대 정원을 축소하는 것은 소수주주 권익을 보호한다는 개정 상법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 권고 사유를 설명했다.
한국앤컴퍼니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을 포함한 특별관계자의 보유지분이 47.24%에 이르는 반면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20.49%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안건 부결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과거 조 회장과 경영권을 다퉜던 형 조현식 전 고문과 누나 조희원씨가 주주연대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필요한 안건이다. 총 발행 의결권 주식 수의 3분의 1, 주주총회 출석 의결권 주식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라는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주주연대 측은 정관 변경 안건의 부결을 위해 지분율 33.33%를 초과하는 의결권이 필요하다.
조 전 고문은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18.93%, 조씨는 10.61%씩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합산 29.54%의 지분을 보유한 만큼 주주연대가 소액주주 지분을 단 3.8%만 결집해도 합산 지분율이 33.33%를 넘어서게 된다.
한국앤컴퍼니는 특별관계자와 5% 이상 주주, 소액주주의 지분만 합쳐도 지분율이 97.27%에 이른다. 지분구조상 기타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향방은 특별결의 안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결국 주주연대 측에 결집된 소액주주 지분율이 이사회 정원 축소 안건의 가결과 부결을 가르는 핵심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