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정기주총 시즌 다양한 기업의 이사 보수 체계를 둘러싼 이슈들이 수면 위로 올라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 판례를 시작으로 상법 개정과 해외 사례들이 복합적으로 얽히고 설키면서 시장 내 상당한 잡음이 일 전망이다. TheBoard는 기업 보수 체계를 둘러싼 다양한 현안을 짚어보고 거버넌스 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해 본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 결의 과정에서 반대표를 많이 받아 온 기업 중 한 곳은 한국앤컴퍼니다. 한국앤컴퍼니는 지난해 정기주총에 이사 보수한도를 70억원으로 유지하는 내용의 안건을 올렸는데 의결권 행사 주식 중 32.1% 반대표를 받았다. 타사의 경우 10% 안팎의 반대율이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이사 보수한도 안건은 상법 상 보통결의 안건이라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과 발행주식 4분의 1 찬성이 필요하다.
올 주총에서는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 통과가 한층 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지난해 대법원이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주주인 이사의 의결권 행사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한국앤컴퍼니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조현범 회장이 이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전체 발행주식에서 주주인 이사 주식을 뺀 뒤 정족수를 산정케 했는데 이 경우 자칫 해당 안건이 부결될 수 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조 회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약 42%다. 명실상부 조 회장이 주총 통과의 캐스팅 보트를 틀어쥔 모양새다. 하지만 지난해 대법원 판단에 따라 조 회장은 상법 상 특별 이해관계자로 분류돼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 경우 법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체 발행주식에서 조 회장 보유 주식을 뺀 나머지 주식을 기준으로 정족수를 산정해야만 한다.
이 때 중요한 건 조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의 태도다. 지난해와 같이 해당 안건에서 반대표 비중이 높게 나올 경우 올해 안건 통과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주총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 결의 과정에서는 전체 발행 주식의 92.5%(과반 이상)를 가진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했고 의결권 행사 주식수 중 67.9%가 찬성표를 던졌다.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은 전체 발행량 절반 이상인 62.8%에 해당하는 물량이었다.
여기에서 조 회장 의결권을 제한한 후 결과를 예상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발행주식 총수의 87.0%가 주총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한 셈이 되고 의결권 행사 주식 수의 41.1%가 찬성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나타난다. 출석 주식 수의 절반 이하다.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은 발행주식 총수의 35.7%에 지나지 않지만 전체의 4분의 1 이상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보통결의 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안건은 부결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난해 해당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주주 인식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최근 수원지방법원은 조 회장의 형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지난해 5월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총결의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주주이자 이사인 조 회장이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사실상 '셀프 보수 설정'에 해당한다고 여긴 데 따른 결과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향후 추후 부당이득 반환 청구가 들어올 경우 조 회장은 지난해 받은 보수 전액을 반환해야 하는 처지에 처했다. 지난해 조 회장이 수령한 보수는 급여 16억원과 상여금 31억원 총 47억원에 달했다. 전체 이사보수 한도 70억원의 67.1%에 해당하는 보수를 조 회장이 혼자 받은 셈이다. 당시 한국앤컴퍼니 이사는 사내이사 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 총 7명으로 이사 한 명당 평균 보수는 8억원 정도였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한국앤컴퍼니 일반주주 연대가 조 회장을 상대로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한 것도 부담이다. 조 회장은 2023년 3월부터 11월까지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구속된 상태였는데 이 기간에도 줄곧 보수를 수령해 온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 회장은 당시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지난해 5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지난해 말 조 회장은 항소심에서 원심 징역 3년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는 곧 이사회가 조 회장이 작년 한해 절반 이상 자리를 비운 점을 감안해 이사 보수한도를 조정하지 않는 이상 올 주총에서 주주들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 회장이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 명확해지면서 일반주주 의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정관에 보수를 기재하지 않는 이상 이사에 보수를 지급할 수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올해 주총 시즌은 지난해 개정된 상법 내용을 처음 적용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이사회가 상정한 안건을 자력으로 주총 결의를 받는 데 충실해야겠지만 한국앤컴퍼니와 같이 최대주주 영향력이 작아진 상황에서는 주주를 설득하는 작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한국앤컴퍼니 이사회는 산하에 별도의 보상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