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이 2조원을 웃도는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시장이 차갑게 반응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규모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기는 하나 시설투자 자금까지 증자로 확보하는 것은 시기상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화솔루션 이사회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향하고 있다. 이전부터 시간을 들여 유상증자를 검토해 온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한화솔루션은 최근 주주총회를 거쳐 사외이사 2명을 신규 선임했다. 이들에게는 검토와 논의의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했을 공산이 크다.
◇유상증자 시기·대금 사용처 적절한가 한화솔루션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2조397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안을 결의했다. 이 내용이 공시되자
한화솔루션 주가는 전날보다 18.22% 급락한 3만6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화솔루션 주가가 3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4일(3만9950원) 이후 16거래일만이다.
25일 종가 기준으로
한화솔루션 보통주의 시가총액은 7조7352억원이었다. 시가총액의 31%에 이르는 대규모의 증자안을 발표한 만큼 투자심리가 싸늘히 식을 수밖에 없었다. 26일 단 하루 만에
한화솔루션 시가총액이 1조4000억원가량 증발했다.
한화솔루션은 2025년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196.3%, 차입금의존도가 46.1%로 각각 집계됐다. 부채비율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차입금의존도는 2021년 이후 4년 연속 상승세다.
2020~2022년 1조원 미만에 머물렀던 자본적지출(CAPEX)이 2023~2025년 2조원 이상으로 급증한 반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22년 1조5992억원에서 지난해 4195억원까지 꾸준히 감소하자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 조달로 충당한 결과다.
한화솔루션 측은 2024~2025년에 걸쳐 1조6000억원가량의 비핵심자산 매각과 7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자구노력을 충분히 진행했으나 여전히 신용등급 하락 및 그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의 부담이 남아 있어 불가피하게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유상증자의 추진 시기와 사유는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한화솔루션은 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1조4899억원만을 채무 상환에 투입할 계획이다. 나머지 9077억원은 고출력 태양광 셀 등 신기술 관련 시설투자에 활용할 예정이다. 시장은 이 지점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신기술 투자는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현금흐름이 발생할 때의 전략"이라며 "지금의 재무구조에서는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규 사외이사 2명, 안건 검토 시간은 충분했나 한화솔루션은 앞서 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안건을 승인받아 발행예정주식의 총 수를 기존 3억주에서 5억주로 늘렸다. 유상증자 추진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주식 수의 버퍼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화솔루션의 발행 주식 수는 유상증자 이전 1억7446만7885주이며 유상증자를 통해 7200만주를 신규 발행하면 2억4646만7885주까지 늘어 3억주에 근접하게 된다.
주주총회 상정 안건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확정된다.
한화솔루션 이사회는 소집 7일 전 개별 이사들에 소집을 통보하며 이 때 안건 및 관련 자료들이 배부된다. 즉 해당 안건을 결의한 이사회는 이미 유상증자의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내용을 검토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한화솔루션은 24일 주주총회를 통해 송광호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와 배성호 경북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들은 유상증자의 결의에 앞서 사안을 검토할 시간을 단 이틀밖에 부여받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유상증자를 중점 심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과 주주 소통 절차를 살피기로 했다. 신규 사외이사 2명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안의 검토를 위한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했다고 판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화솔루션이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행예정주식수를 확대하는 안건만을 상정하고 유상증자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점 역시 감독 당국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이사회가 주주 판단을 제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유상증자 관련 일정은 당국이나 주관사 등 여러 유관기관과 소통을 통해 확정한 것이며
한화솔루션이 단독으로 정한 것은 아니다"며 "신규 이사들에게 충분하지는 못할 수 있더라도 이틀의 검토 시간을 부여하는 등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