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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동양, 독립이사 비중·권한 확대…서로 다른 재편 배경

유진기업 자산 2조 근접, 감사위 신설·독립이사 확대…오너가 등판한 동양은 독립이사 의장 선임

김동현 기자

2026-04-03 08:33:05

유진그룹 상장사인 유진기업과 동양이 각각 독립이사의 비중과 권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일제히 거버넌스 개선에 나섰다. 모회사인 유진기업은 자산 증가와 함께 법 규정을 따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동양은 오너가의 경영 등판에 이사회의 견제·감독기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이사회를 재편했다.

유진기업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독립이사 3인을 대거 선임했다. 2018년 이후 사내이사 3인·독립이사 1인 등 이사회 4인 체제를 유지하던 회사가 단번에 3인의 독립이사를 신규 선임하며 사내이사와 독립이사가 각 3인 동수 체제로 전환했다. 전임 독립이사인 김정렬 전 필립모리스코리아 재무담당 임원은 6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유진기업의 독립이사 비중이 50%까지 올라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진기업은 사내이사 수를 많게는 4명까지 두면서도 독립이사는 1~2명만 선임하며 독립이사 비중을 절반 아래로 유지했다. 지난달 독립이사를 대거 선임하며 자산 2조원 이상의 대형 상장사 수준만큼 독립이사 비중을 높였다.



현행법상 별도 자산총계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독립이사 의무선임 비율을 50%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의 독립이사 의무선임 비율은 4분의 1이다. 지난해 상법개정으로 그 비중을 3분의 1까지 올려야 하지만 시행일은 오는 7월이다.

자산 2조원 미만의 유진기업이 개정상법 이상 수준으로 독립이사 비중을 높인 것은 최근 자산이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2년까지 1조6000억원대 수준이던 유진기업의 별도 자산총계는 2023년 1조828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했고 이후 1조8000억원대 규모의 자산을 유지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는 1조8548억원이었다.

당장 자산 2조원선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그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사전에 이사회 정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유진기업은 독립이사 비중을 50%로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마찬가지로 자산 2조원 상장사가 설치해야 하는 감사위원회도 이번에 신설했다. 회사는 올해 주총에서 감사위원회 신설 근거를 마련한 정관 변경 안건을 승인받으면서 독립이사 후보 3인 모두를 감사위원으로 추천해 이 역시 주주 승인을 얻었다.

다만 독립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기존 상법), 집중투표제(개정상법) 등 자산 2조원 상장사에 요구되는 다른 기준들까진 주총 안건에 올리지 않았다. 이사회 성별 다양성 확보 역시 향후 유진기업 이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번 신임 독립이사 선임 후에도 유진기업 등기임원진 전원 남성으로만 꾸려져 운영되고 있다.


유진기업이 자산 2조원에 근접하며 선제적으로 이사회 재편을 추진했다면 자회사 동양은 리더십 교체 흐름과 맞물려 독립이사의 권한을 확대했다. 이 회사는 4월1일자로 기존 박주형 단독대표(전무) 체제에서 정진학 사장·유정민 전무 2인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신임 각자대표인 유 전무는 오너 3세 경영인으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장녀이자 유석훈 유진기업 그룹경영혁신부문 사장의 동생이다. 단순히 회사 대표가 바뀌는 데서 그친 게 아니라 오너 경영인이 사업 전면에 등판한 것이다.

동양 이사회는 유 전무의 신임대표 선임과 함께 독립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해 외형상 견제의 무게추를 맞췄다. 동양은 정관상 이사회 의장직을 특정 인원으로 제한하지 않고 이사회에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동안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하는 체제를 유지했다.

이번 오너가의 대표 등판과 맞물려 의장직을 독립이사에게 맡기며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를 이뤘다. 동양의 첫 독립이사 의장은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