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전체 보유 지분 7.7% 가운데 ㈜한화가 보유한 지분 1.28%만 매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지분 가치가 2조5000억원 수준에 달해 이를 소화할 만한 다수의 원매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화가 지분을 매각하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우호 연대는 균열 발생이 불가피하다. 다만 올 주주총회에서 나타난 소액주주 지지를 고려하면 당면 현안인 감사위원 분리선출에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최 회장 측이 감사위원을 확보하면 대부분의 이사들이 임기 만료를 맞는 내년 주주총회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된다.
◇㈜한화 보유 지분만 매각할 듯, 통매각은 비현실적 관측
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 1.28%를 매각하기 위해 원매자를 물색하고 있다. 해당 지분의 장부가액은 약 3137억원으로 최근 주가인 150만원 후반대를 적용한 가치는 4200억원 수준이다.
한화그룹은 2022년
고려아연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할 목적으로 ㈜한화, 한화임팩트, 한화파워시스템즈 등 3개 계열사가
고려아연 지분 7.7%를 확보했다.
고려아연도 이 과정에서 ㈜한화 지분을 확보했다가 2024년 말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자 해당 지분을 한화에너지에 매각했다.
현재 투자업계에서 ㈜한화의
고려아연 지분 매각은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지분 매각을 위해 주관사가 선정됐고
메리츠증권 등이 유력 인수후보로 부상했다는 말도 돌고 있다.
㈜한화는 2조5000억원 규모의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대규모 현금을 조달해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전날 이사회에서 유상증자 배정물량을 120% 소화하기로 의결하면서 약 84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유상증자 납입일이 6월 말이라 비핵심자산 중 비상장사 보유 지분을 매각해서는 해당 기한을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상장사인
고려아연 지분이 자금조달을 위한 사실상 유일한 카드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한화임팩트,
한화파워시스템즈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6.42%를 이번에 함께 매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
한화 보유 지분을 제외하고 두 회사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의 시장 가치만 2조원에 달한다. 이를 인수할 만한 복수의 투자자를 함께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조원이 넘는 대량의 지분을 블록딜 형태로 매각하는 것이
한화그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블록딜은 주가 대비 일정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매각 규모가 클수록 할인율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할인율 적용이 배임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금융기관이 지분을 인수할 경우에는 금산분리 원칙 침해 여부를 살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화그룹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인수하면 경영권 분쟁 중인 비금융사 지분을 대량 보유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전체 판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최윤범 회장 우위 유지 전망
올 3월 주주총회 기준으로
영풍-MBK파트너스는 41.1%, 최윤범 회장 측은 37.9% 지분율을 확보했다. 국민연금(5.2%), 현대차 계열사인 HMG글로벌(5%)이 사실상 중립을 유지하면서 기타주주(10.8%) 다수의 지지를 확보한 최 회장 측이 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 측은 기타주주의 80% 지지를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지분율로 따지면 약 8% 지지를 받으면서 안건별로 약 46% 지분율을 확보해
영풍-MBK파트너스 측(41.1%)을 앞설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현 상황에서 ㈜
한화가 이탈하면 최윤범 회장 측 지분율은 36.62%로 낮아진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올 주주총회 수준의 기타주주 지지를 확보하면 지분율 우위는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당면 현안인 올 9월 감사위원 분리선출도 최윤범 회장 측에게 아직까지는 유리한 구도로 분석된다. 3%룰이 적용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에도 현재 수준의 기타주주 지지가 유지된다면 주주 구성이 다양한 최윤범 회장 측이
영풍-MBK파트너스보다 유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사인 감사위원을 확보하면 내년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된다. 내년 주주총회에는 전체 이사 19명 중 13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올 하반기 최윤범 회장 측이 감사위원을 확보하면 4:2로 유리한 상황에서 내년 주주총회 표대결에 임할 수 있다.
이 경우 내년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임기만료 13석 중 6석만 차지해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대략 지분율 기준으로 41%를 확보하면 가능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
한화가 보유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기타주주 절반의 지지를 얻으면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