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 곳 중 하나가 타이어 업계다. 합성고무의 원재료 가격은 유가에 바로 영향을 받는다. 유가 상승에 따른 자동차 산업의 변동성도 고민꺼리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타이어협회 최고 수장을 한 사외이사가 맡았다.
주요 산업 협회장은 해당 업권의 전문경영인이나 오너, 혹은 관료 출신 영향력 있는 인사가 맡는게 일반적이다. 타이어협회도 한국·금호·
넥센타이어 등 3개 대형사 오너 혹은 CEO가 협회장을 돌아가면서 맡았다. 하지만 올해 타이어협회장은 황각규 전 롯데 부회장이 책임을 지게 됐다.
롯데케미칼 근무 이력도 있고 업권과 정관계에 두루두루 인맥이 두텁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황각규 회장은 지난 2월 30대 대한타이어산업협회장(임기 3년)에 취임했다. 협회는 타이어 업계 전문 경영인이 아닌 황 전 부회장에게 협회장을 맡기는 파격 인사를 실시했다. 황 전 부회장은 2022년 3월
넥센타이어 사외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황 회장은 더벨과 통화에서 "
넥센타이어 경영에 전념하고자 하는 강호찬
넥센타이어 부회장이 협회장을 맡아 줄 걸 제안했다"며 "협회장 취임 후 타이어 업계를 지원할 여러 정책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타이어산업협회는 타이어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다. 회원사 애로 사항 발굴과 국내 정책 건의 활동을 담당한다. 회원사는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
금호타이어 △넥센 △
넥센타이어 △흥아 △신흥 △
DN오토모티브 △대한폴리켐 등 8곳이다.
넥센그룹 2세 경영인인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부회장이 황 회장에게 대한타이어산업협회장을 권유했다. 그동안 대한타이어산업협회장은 타이어 업계 전문 경영인이 맡았다. 2012년부터
넥센타이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금호타이어 3사가 돌아가면서 맡는 게 관례였다. 올해는
넥센타이어에서 협회장을 맡을 차례였다.
협회 이사회는 협회장 요건을 검토한 결과
넥센타이어 사외이사인 황 전 부회장이 협회장직을 수행해도 법률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황 전 부회장이 대한타이어산업협회장을 맡으면서 강 부회장은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과
넥센타이어 경영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타이어 업계 전문 경영인이 아닌 사외이사가 협회장을 맡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협회는 통상·정책 대응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황 전 부회장이 정부와 산업계 간 가교 역할을 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황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 전문 경영인과
넥센타이어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정재계 네트워크와 타이어 산업 경험을 갖췄다.
다른 업권 협회는 업계 C레벨 임원과 전직 관료에게 협회장을 맡기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은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은 정대진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다. 한국항공협회 회장 직무 대행은 박종흠 전 부산교통공사 사장이다.
황 전 부회장은
넥센타이어 사외이사와 비상근직인 대한타이어산업협회장을 겸직하며 타이어 산업 전반을 살핀다.
넥센타이어 사외이사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 협회장으로 타이어 업계 현안을 조율하고, 정책 대응 방향을 제시하는 넓은 안목도 보여줘야 한다.
국내 타이어 업계는 최근 통상 이슈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품목 관세 부과, 올해는 이란 전쟁으로 환율과 해상 운임, 주요 원재료 가격 변동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황 전 부회장은 40년 동안 롯데그룹에서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과 2세 경영인인 신동빈 회장을 도운 전문 경영인이다. 1979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여천공장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2020년 8월
롯데지주 대표이사로 전문 경영인 경력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표적인 업적은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이다. 2017년 롯데제과 대표로 취임해 지주사 전환을 이끌었다. 그해 10월 출범한
롯데지주는 신 회장, 황 전 부회장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했다. 황 전 부회장은 2020년 8월 롯데그룹 임원 인사 때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신 회장을 보좌하며 신규 사업, 인수·합병(M&A) 등을 수행해 그룹 성장과 수익성 향상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