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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분석 이랜드월드

외형 성장 이후 ‘관리 체계’로…법무·재무 전면화

글로벌 확장 이후 과제는 통제…이랜드월드의 선택

윤진현 기자

2026-04-15 08:07:46

이랜드월드가 최근 임원 인사를 통해 경영 체제의 무게중심을 재편했다. 기존 인사(HR) 중심의 조직 운영에서 벗어나 법무와 재무 기능을 전면에 배치하며 내부통제와 자본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법무 책임자를 사내이사로 끌어올리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등 핵심 의사결정 축이 이동했다는 점에서 단순 인사를 넘어 경영 방향 전환의 신호로 해석된다. 외형 성장 이후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법무본부장 사내이사 선임…‘의사결정’ 기능 강화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지난 3월 말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임원 구성을 일부 변경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고헌주 법무본부장의 지위 변화다. 고 전무는 기존 상무 직급의 감사에서 벗어나 전무로 승진한 뒤 사내이사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감사 역할을 수행하던 인물이 경영 의사결정 기구로 이동한 셈이다.

이는 법무 기능의 위상 변화로 이어진다. 사후 점검 성격이 강했던 법무·감사 조직이 경영 판단 단계부터 관여하는 구조로 재편됐다는 분석이다. 내부통제와 컴플라이언스 이슈의 중요성이 커진 환경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이랜드월드의 특성상 법무 조직의 역할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중국과 동남아, 미국 등 다양한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면서 계약 구조, 지식재산권, 규제 대응 등 법률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단순 지원 조직이 아닌 전략 조직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구조다.

감사 자리 역시 내부 인물로 채워졌다. 이미지 이사가 신규 감사로 선임됐으며, 동시에 '리스크 관리 책임(CRO)' 역할까지 맡고 있다. 감사와 리스크 관리 기능이 결합된 구조로, 내부통제 기능을 조직 전반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패션 기업들이 글로벌 확장 과정에서 법무와 리스크 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이랜드월드 역시 법무 조직을 의사결정 단계로 끌어올리며 선제 대응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FO 역할 전면화…글로벌 재무 컨트롤타워 강화

재무 라인의 위상도 한층 강화됐다. 고관주 전무는 기존 세무본부장 중심 역할에서 벗어나 CFO 직책이 명확히 부각됐다. 사내이사 지위를 유지한 가운데 자산부채관리위원회(ALM) 위원장을 겸직하며 그룹 전반의 재무 전략을 총괄하는 구조다.

특히 중국과 미국, 유럽 등 주요 해외 계열사 다수를 겸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 재무 관리 수준을 넘어 글로벌 자금 운용과 투자 구조까지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강조된다. 이는 사업 확장 국면에서 재무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읽힌다.

재무 기능의 전면화는 자본 효율성 관리 필요성과도 맞닿아 있다. 패션 사업 특성상 재고 부담과 현금흐름 관리가 중요한 가운데, 글로벌 사업 확대 과정에서 투자 규모 역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 회계·세무 중심의 관리에서 벗어나 자금 운용과 투자 구조까지 포괄하는 전략적 재무 기능이 요구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 기존 인사(HR) 축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지난해 말까지 사내이사를 맡았던 최형욱 부사장(인재본부장)은 이번 임원 명단에서 제외됐다. 조직 운영 중심의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리스크와 재무 중심 체제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흐름이 포착된다.

결국 이번 인사는 사업 실행 축은 유지하되 내부 통제와 재무 관리 기능을 전면에 배치하는 방향으로 요약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랜드월드가 외형 성장 이후 리스크 관리와 자본 효율성 중심의 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