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대상기업집단 사이에서 증권사, PEF, 리츠,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 기능을 가진 계열사가 그룹 외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신규 지정 집단 가운데서는 한국교직원공제회와 QCP그룹이 대표적이다.
과거 금융투자 계열사는 대형 재벌그룹을 제외하면 금융업, 건설업을 주력사업으로 삼았던 기업집단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공제회나 PEF로 성장한 기업집단 모델은 국내 자본시장 성장에서 기인한 새로운 지배구조 집단 트렌드를 보여준다.
◇교직원공제회·QCP그룹, 금융투자 계열사가 자산 대부분 구성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
대상기업집단으로 총 102곳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올해 처음 공시
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된 곳은 라인, 한국교직원공제회, 웅진, 쉴더스, 대명화학, 토스,
한국콜마, 희성,
오리온, QCP그룹, 일진글로벌 등 11곳이다.
교직원공제회와 QCP그룹 사례는 금융투자 자산 비중이 높은 공시집단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곳은 직접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가 아닌 PEF나 리츠 등을 통해 대부분의 자산 외형을 만들었다. 투자 자산만으로 대기업 반열에 오른 새로운 유형이 만들어진 셈이다.
교직원공제회는 15개 계열사 중 8개가 금융투자 계열사다. 리츠 6곳, PEF 1곳, 저축은행 1곳 구성으로 전체 자산 8조670억원 가운데 6조원가량이 금융투자 계열사 몫으로 추산된다.
QCP그룹도 유사하다. 계열사인 PEF 운용사 큐캐피탈파트너스를 축으로 투자 비히클로 활용된 다수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보유했다. 전체 43개 계열사 중 16개가 금융투자 계열사로 파악된다. 투자 계열 구조 자체가 그룹 외형 형성의 기반이 된 사례다.
다른 곳들은 금융투자 계열사를 보유했지만 교직원공제회 QCP그룹과는 결이 다르다. 라인은 더블저축은행, 더블캐피탈에 더해 리츠인 더블에셋자기관리부동산투자회사를 보유했지만 본업인 건설업 비중이 압도적이다.
오리온도 벤처캐피탈 더이로운파트너스를 계열사로 뒀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토스는 16개 계열사 중 5개가 금융 계열사다. 다만 토스가 보유한 금융계열사는 핀테크를 중심에 둔 사업 회사들로 투자 자산이 핵심이 된 교직원공제회, QCP그룹과는 차이점이 있다.
쉴더스는 금융투자 계열사를 직접 보유한 사례로 보긴 어렵지만 다만 사모펀드 운용사 EQT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 기업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본과의 연결성이 두드러진다.
◇예외적 모델 등장, 자본시장 성장 기업 자산구조에도 영향
과거 금융투자 계열사는 금융업, 건설업을 본업으로 하는 그룹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금융그룹은 PEF를 장기간 활용해왔고 건설그룹의 경우 부동산 개발사업을 위한 SPC인 프로젝트파이낸싱비히클(PFV)이나 리츠를 보유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업과 건설업을 제외한 기업집단 가운데 금융투자와 연관된 금융 계열사를 다수 보유한 사례는 대형 재벌을 제외하면 흔치 않았다. 삼성,
현대자동차,
한화, 롯데 정도만 본업 외에 금융투자 계열사를 복수로 보유한 기업집단이었고 DB, 태광, 유진 정도만 예외로 거론되는 정도였다.
작년 말 기준으로 DB그룹은 34개 계열사 중 13개가 금융 계열사로 나타났다. 이 중
DB손해보험,
DB증권 등이 투자업을 영위한다. 태광그룹은 38개 계열사 중 11개가 금융 계열사다. 흥국생명,
흥국화재, 흥국증권 등을 대표적 금융투자 계열사로 볼 수 있다. 유진도 68개 계열사 중 25개가 금융 계열사로 유진증권, 유진프라이빗에쿼티 등이 포함돼 있다.
올해 교직원공제회와 QCP그룹의 등장은 예외로 거론됐던 모델이 새로운 표준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투자업계에서는 국내 자본시장의 성장이 기업집단 자산 구조에도 직접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 추세라면 향후 신규 공시
대상기업집단은 본업과 금융투자 자산을 융합한 ‘
하이브리드형’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ICT 기업의 성장으로 금융업과 비금융업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지는 추세”라며 “앞으로는 본업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금융투자 계열사로 굴리는 기업집단이 더욱 일반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