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뉴지의 경영권 분쟁이 4년여만에 일단락될지 관심이 쏠린다. 과거 분쟁 당사자였던 인물이 다른 코스닥 상장사 M&A에 깊게 관여하는 과정에서 베뉴지 주식을 담보로 현금을 확보했다.
베뉴지는 지난 1979년 설립돼 1993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예식장 사업, 호텔 사업, 골프장 사업 등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베뉴지와 슈퍼개미로 알려진 배진한 씨의 인연은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됐다. 배 씨는 지난 2022년 베뉴지 지분 6.05%를 확보하면서 주요 주주로 모습을 드러냈다.
최초에는 단순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했다고 밝혔지만 지난 2023년부터는 보유 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했다. 이때부터 베뉴지 측과 배진한 씨 사이 분쟁이 본격화됐다.
분쟁이 정점으로 치닫은 것은 지난해다. 배진한 씨는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 소송을 제기하고 베뉴지 경영진의 해임 안건 등을 주주총회에 상정했다.
베뉴지는 지난해 12월 개최한 임시주주총회에서 배진한 씨를 중심으로 한 주주들의 제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핵심은 김만진 베뉴지 회장의 해임 안건이었는데 부결되면서 베뉴지 경영진 측의 승리로 돌아갔다.
올해 들어서는 비교적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분쟁의 씨앗은 남아있다. 여전히 배진한 씨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9.47%의 지분을 들고 있다. 언제 다시 행동에 나설지 알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들어 분쟁 기류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우선 분쟁을 이어갈 명분이 줄어들었다. 배진한 씨는 베뉴지에 분쟁을 일으킬 당시 문제 삼은 지점은 베뉴지가 회사 자금으로 투자 손실을 냈다는 점이다. 실제로 베뉴지는 수백억원 규모의 투자 평가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투자에 대한 부분을 지적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베뉴지의 투자가 비교적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베뉴지는 삼성전자 등의 주식에 자금을 직접적으로 투자했는데 주가가 상승하면서 평가 이익도 증가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주식을 기반으로 376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명분이 희미해진 상황에서 배진한 씨는 타 상장사에 힘을 쏟고 있다. 알엔티엑스 M&A 전면에 나서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뉴지 분쟁을 이어가기에는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모양새다.
실제로 배진한 씨는 최근 지난 2022년 베뉴지 지분을 취득한 이래 최초로 베뉴지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137만주를 담보로 30억원을 빌렸다. 일부이긴 하지만 담보 대출을 받았다는 점에서 처분 가능 자산으로 분류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배진한 씨가 사실상 베뉴지에서 손을 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소모적인 분쟁을 이어가는 대신 알엔티엑스 인수를 원활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베뉴지 최대주주 측은 이런 국면에서 장내에서 지분 매집을 예고했다. 김만진 회장 측의 가족 회사로 알려져 있는 정도진흥기업은 다음달부터 오는 10월까지 장내에서 7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배진한 씨와는 대비되는 행보다.
배진한 씨는 "베뉴지에서 손을 떼는 것은 아니고 재원 마련 차원에서 주식 담보로 자금을 빌렸다"며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라 우호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