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집중투표제 도입과 자사주 소각 확대, 배당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며 주주 친화 정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지표 준수율은 60%에 머물렀지만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와 독립이사 제도 정비, 자기주식 소각 확대 등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 개편에는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최고경영자(CEO) 승계정책을 명문화하지 않았고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어 이사회의 실질적인 독립성 확보는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준수율 60% 유지…집중투표제·주주환원 강화
두산이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핵심지표 준수율은 60%를 기록했다. 전체 15개 항목 가운데 9개 항목을 충족했다. 전자투표 시행과 주주총회 집중일 회피, 배당 절차 개선, 위험관리 체계 구축, 내부감사기구 운영 등이 대표적인 준수 항목이다. 반면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운영과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독립적인 내부감사 지원 조직 설치 등은 미충족 항목으로 남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집중투표제 도입이다.
두산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고 관련 정관 개정을 마쳤다. 오는 9월 이후 열리는 주주총회부터 해당 제도가 적용될 예정이다.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의결권을 집중해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장치로 꼽힌다.
독립이사 제도와 감사위원 분리 선임 제도 정비도 함께 이뤄졌다. 현재
두산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감사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주요 위원회는 모두 사외이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주주 권리 보호뿐 아니라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보통주 99만 주 이상을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임직원 보상에 활용할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자기주식을 순차적으로 소각하기로 했다. 결산배당과 분기배당 역시 배당액을 먼저 확정한 뒤 기준일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배당 규모도 확대됐다.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은 2024년 2000원에서 2025년 4000원으로 두 배 늘었다.
두산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와 고배당 정책을 통해 주주환원 기조를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
두산의 변화는 준수율 자체보다 지배구조 운영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집중투표제 도입과 주주환원 확대를 계기로 앞으로는 승계 체계와 이사회 독립성이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승계 체계 공백 여전…남은 과제는 이사회 독립성
반면 최고경영자 승계 체계와 이사회 독립성 측면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두산은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인 '피플 세션(People Session)'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공식적인 승계 규정으로 명문화하지는 않았다. 후보군 선정과 평가, 육성 절차 역시 별도의 제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승계 체계뿐 아니라 독립적인 감사 지원 체계 구축 역시 과제로 남아 있다. 회사는 감사위원회 규정을 통해 지원 조직의 설치 근거를 마련했지만 조직 구성원에 대한 독립적인 인사 권한은 부여하지 않았다. 주주총회 4주 전 소집 공고와 중장기 배당정책 수립도 시행하지 않고 있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는 점도 미준수 항목으로 꼽힌다. 주요 위원회를 사외이사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영진과 이사회의 역할이 완전히 분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관건은 제도 도입 자체보다 실제 운영 방식의 변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주주환원 규모뿐 아니라 이사회가 얼마나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가 얼마나 투명하게 마련됐는지를 기업지배구조의 핵심 기준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집중투표제 도입과 자사주 소각 확대를 통해 주주 친화 정책의 기반은 마련됐지만 결국 핵심은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과 승계 체계의 투명성 확보"라며 "향후
두산 지배구조의 방향 역시 제도 도입 자체보다 실제 운영 체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