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이락의 주가가 부진한 가운데 오너일가가 지분 증여에 나섰다. 낮아진 주가를 활용해 증여세 부담을 낮추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정부가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의 지분 상속·증여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오너일가의 승계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노은식 디케이락 대표는 11일 보유 지분 일부를 장남 노동형 디케이락 이사와 차남 노찬호 씨에게 증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아들에게 각각 전체 발행주식의 약 6.88%에 해당하는 지분을 동일하게 넘기는 구조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노 이사의 지분율은 0.62%에서 7.51%로, 노찬호 씨의 지분율은 0.28%에서 7.16%로 높아진다.
이번 증여는 디케이락의 주가가 장기간 약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뤄진다. 최근 주가는 7700원 안팎으로 1년 사이 저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해 2월 1만168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후 내리막을 타면서 지난달 21일에는 고점 대비 47.2% 하락한 617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주가 하락국면을 활용해 승계 세 부담을 낮추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상장주식은 통상 증여 시점 전후의 시장가격을 토대로 증여재산가액이 결정된다. 주가가 낮을수록 같은 수량의 주식을 넘기더라도 증여가액과 이에 따른 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노 대표의 연령을 고려하면 승계를 구체화할 시점이라는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1957년생인 그는 올해 만 68세다. 이번 증여 이후에도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는 만큼 추가 증여 가능성도 열려 있다.
향후 변수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PBR 기업의 상속·증여 과세체계 개편이다. 정부는 장기간 저평가된 상장사의 지분 상속·증여 시 주식 평가액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디케이락은 최근 PBR이 0.54배 수준으로 장부가치에도 못 미치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밸브·피팅 업종이 전반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산업은 아니지만 동종업체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같은 섹터 주요 기업의 PBR은 0.89배에서 1.37배 수준에 형성돼 있다.
회사 역시 낮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주주환원책을 내놓고 있다. 디케이락은 지난 4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연결재무제표 당기순이익 기준 배당성향을 25%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배당성향은 45.28%로 이미 목표치를 웃돌았다. 저평가 해소를 위한 주주환원 기조와 오너일가의 지분 승계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향후 주가 흐름과 추가 증여 여부가 주목된다.
디케이락은 산업용 계장 피팅·밸브 전문기업이다. 제품은 석유·가스와 조선·플랜트뿐 아니라 반도체와 수소·방산 등 다양한 산업에 공급된다. 최근 미국·중동의 에너지 인프라와 글로벌 반도체 설비 투자가 확대되면서 관련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해외법인과의 매출·비용 인식 시점 차이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부진했지만 성장 모멘텀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디케이락 측은 "이번 지분 증여는 오너일가의 중장기 승계 계획 등을 고려해 진행한 것"이라며 "공교롭게도 증여 시점에 주가가 낮은 수준에 형성돼 있는 것일 뿐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