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이 지난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이후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고리를 걷어내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년 새 고리 수를 1200개 넘게 축소한 데 이어 최근에는 사조오양과 사조씨푸드 지분을 최대주주 한 곳으로 몰아주는 방식으로 잔여 고리 정리에 나섰다.
지배력은 그대로 둔 채 파생 경로만 줄이는 방식이다. 다만 미국 법인 사조아메리카를 축으로 한 66개 고리와 사조시스템즈를 정점으로 한 상호출자가 남아 있어 구조 단순화 작업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1426개→220개 감축, 3분기말 140여개까지 축소 계획
7일 공정거래위원회의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분석에 따르면 올해 5월 1일 기준 사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220개로 집계됐다. 대기업집단으로 처음 지정된 지난해 5월 1426개에서 올해 5월 1일 기준 220개로 1206개 줄었다.
1426개 수치는 독립적인 순환출자가 그만큼 존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계열사끼리 지분을 서로 보유한 사례가 워낙 많아 공정위 산식으로 경로를 계산하면 실제 고리보다 훨씬 많은 출자 경로가 도출된다. 다만 경로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지분 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는 뜻으로, 한 곳의 지분만 정리해도 파생 경로가 수십 개씩 사라지는 구조다.
사조그룹은 공정위에 해소 일정도 제시했다. 올해 3분기 말까지 140여개 수준으로 추가 축소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룹 측은 현재의 출자 구조가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이전부터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것으로, 지정을 계기로 출자구조 전반을 점검해 단계적으로 풀어가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리 작업은 내부지분율에도 반영됐다. 계열회사 전체 발행주식 중 총수와 그 관련자가 보유한 주식의 비율을 의미한다. 사조그룹의 내부지분율은 81.15%로 전년(83.69%) 대비 2.54%포인트 하락했다. 이 가운데 계열회사 지분율이 73.36%에서 71.81%로 1.55%포인트 낮아졌고 총수일가 지분율 역시 8.05%에서 7.54%로 소폭 내렸다.
최근 들어서는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출자고리도 개선되고 있다. 흩어져 있던 계열사 보유 지분을 최대주주 한 곳으로 모으는 형태다. 캐슬렉스제주와 사조동아원은 이달 1일 보유하고 있던 사조오양 주식 전량을 시간외매매로 처분했다. 캐슬렉스제주가 9만주(0.96%), 사조동아원이 58만3834주(6.20%)를 각각 내놨다. 이 물량 67만3834주는 전량 최대주주 사조대림이 받았다. 사조대림의 사조오양 지분율은 71.33%에서 78.48%로 올랐다.
지난달 28일에는 사조랜더텍이 보유한 사조씨푸드 주식 14만8591주(0.86%) 전량을 장외매도했다. 매수 주체는 최대주주 사조산업으로, 지분율이 63.64%에서 64.50%로 상승했다. 두 거래 모두 그룹 밖으로 지분이 빠져나가지 않았다. 사조오양의 최대주주 등 합산 지분율은 82.85%에서 83.39%로 오히려 올랐고, 사조씨푸드는 81.71%로 변동이 없었다. 지배력은 유지하면서 얽힌 경로만 걷어내는 방식이다.
사조그룹 소유지분도. 출처=공정거래위원회
◇주요 계열사 고리는 그대로, 해외 계열사도 남은 과제
지배구조의 핵심 축은 아직 손대지 않았다. 그룹 최상단에 있는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산업 지분 29.94%와 사조대림 지분 14.06%를 보유하고 있고, 사조산업은 다시 사조시스템즈 지분 10.0%를, 사조대림은 사조시스템즈 지분 9.78%를 들고 있다. 사조대림과 사조동아원 사이에도 26.03%와 9.9%의 교차 보유가 남아 있다.
공정위가 집계한 사조그룹의 상호출자는 5월 1일 기준 5건이다. 사조대림-사조시스템즈, 사조대림-사조동아원, 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 사조농산-동화농산, 푸른저축은행-부국사료 등이다. 이 가운데 푸른저축은행이 지난 7월 부국사료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1건이 해소됐다. 나머지 4건은 그룹 지배력의 근간을 이루는 관계여서 정리 순위가 뒤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국내 출자고리 220곳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미국 법인 사조아메리카(SAJO AMERICA, INC.)를 중심으로도 66개 고리가 형성돼 있다. 사조아메리카는 국내 주요 계열사 주주로도 자리하고 있다. 사조오양 지분 28만2000주(3.00%)와 사조씨푸드 지분 53만676주(3.08%)를 각각 보유 중이다. 이달 초 계열사들이 사조오양 지분을 정리하는 국면에서도 사조아메리카 지분은 그대로 유지됐다.
사조씨푸드만 놓고 봐도 사조산업(64.50%) 외에 사조오양(5.68%)과 사조씨피케이(5.45%), 사조아메리카(3.08%), 삼아벤처(3.00%) 등 계열사 주주가 여전히 다층으로 남아 있다. 사조그룹은 앞서 순환출자 해소와 관련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고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