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데스크 칼럼

삼성이 성과급으로 얻은 것

최명용 부장

2026-09-09 07:55:04

성과급, 기업이 경영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보상이다. 기업이 예상했던 목표치보다 더 많은 이익을 냈을 때 이를 종업원들에게 일정 부분 나눠준다.

성과급의 목적은 무엇일까. 돈을 많이 벌었으니 종업원과 나누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론적으론 좀 더 구체적인 목적이 있다.

첫번째는 두말할 나위 없이 인재 확보다.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이를 통해 회사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성과급 제도가 필요하다. 고정급은 전 직원에게 공통으로 적용하고 우수 인재에겐 성과급을 통해 유인책을 마련한다.

메타는 AI 핵심 인력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1억달러 규모의 보너스 패키지를 지급한다는 얘기가 회자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이같은 보너스가 지급됐는지 사례까진 파악되지 않지만 상당 규모의 성과급이 인재 확보를 위해 활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두번째는 인재 유지다.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과 달리 기존 직원들이 타사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애플은 오픈AI의 인재 영입에 대응해 20만달러~40만달러 규모의 보너스를 아이폰 디자인팀 인력에게 지급한 바 있다. 해당 금액은 현금이 아닌 제한조건부주식으로 4년에 걸쳐 매도 가능하도록 했다. 종업원과 회사의 목표를 묶어 놓는 수단이었다.

세번째 이유는 동기부여다. 열심히 일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게 성과급의 가장 큰 목적이다. 대만 TSMC나 엔비디아가 대표적이다. 엔비디아는 젠슨황의 이름을 따 젠슨 스페셜 그랜트라 불리는 보너스를 지급한다. 입사 시 부여받은 기존 주식 보상에 25%를 추가하는 특별 RSU로 주가 상승분을 직원들과 공유하려는 취지로 알려져 있다. 주가 상승을 위해 함께 열심히 일하자는 취지다.

TSMC는 2025년에 역대 최대 규모인 8조6800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책정했다. 직원 7만8000명을 대상으로 인당 약 1억1000만원 (264만 대만달러)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한 바 있다. 2026년엔 이보다 약 30% 인상된 성과급을 줄 것이란 회장의 공언이 있었다.

최근 삼성의 성과급이 세간의 화제에 올랐다. 수백조원을 벌어들인 DS부문의 직원들에겐 인당 6억원에 달하는 보너스가 지급될 예정이다. 주식이 섞여 있어 추가 보너스도 기대된다. 2026년 결산이 끝나면 내년엔 더 많은 보너스가 가능하다. 매년 영업이익의 약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삼성의 성과급은 위에 언급한 성과급 원칙에 얼마나 부합될까. 규모나 액수만 보면 삼성의 성과급은 주요 글로벌 기업들보다 월등히 앞선다. 하지만 성과급의 순기능은 잘 모르겠다.

삼성의 인재 유지 전략은 실패했다. 삼성의 성과급은 DS부문에만 국한됐다. 인당 6억원이상을 받는 DS부문은 만족할지 모르지만 시스템LSI나 파운드리, DX부문은 상대적으로 발탈감을 느끼고 있다. SK하이닉스 경력직 채용에 이들 부문의 직원들이 대거 지원을 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실제로 수천, 수백명이 지원서를 낸 것은 자명해보인다.

동기 부여는 더욱이 틀렸다. 삼성전자 DX부문을 중심으로 한 동행노조는 수개월간 시위를 하고 있다. 회사를 쪼개자는 말까지 나온다. DS부문에 10%의 영업이익을 먼저 떼어주는 것을 두고 주주단체들의 소송까지 나올 판이다. 더 열심히 일하도록 동기를 부여한 게 아니라 운좋게 DS부문에 생산라인에 근무하면 보너스는 받는 로또 식 성과급이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삼성은 수십조원의 성과급을 주는 결단을 했다. 하지만 정작 돈을 쓰는데 회사는 쪼개지고 인재 확보와 동기 부여라는 중요한 키워드는 잃은 느낌이다.

원칙과 명분없이 숫자만 보고 내린 결정의 부작용이란 생각이 든다. 성과급을 결정하고 지급하는 과정에서 어떤 명분과 원칙을 내세울지 고민하지 않은 결과다. 회사 내에서 노사간 협의를 이어간 게 아니라 정부의 압력과 민노총, 사회적 분위기에 이끌려 성과급 문제를 봉합했다. 인재가 아니라 목소리가 큰 노조의 말을 들어주는 패착을 둔 셈이다.

삼성 성과급은 재계 전반에 까지 후폭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똑같이 10%의 영업이익을 나눠주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성과급은 단순 돈 이상의 문제다. 명분과 취지, 또 그 기대 효과에 대해 다시한번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이재용 회장 뿐 아니라 신제윤 이사 의장도 답해야 하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