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감사위원 표결에서 영풍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의결권이 함께 묶인 것으로 확인됐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분리돼 각각 의결권 3%를 행사했다.
두 항목은 개정 상법의 ‘3%룰’ 해석을 놓고 양측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됐던 부분이다. 하지만 최윤범 회장 측이 불리한 의결권 산정에도 감사위원을 확보해 논란의 여지는 사라졌다. 의결권 향방에 관심이 쏠렸던 한화그룹, 미국 정부 측 크루서블JV 등도 최윤범 회장 측을 지지했다.
고려아연은 9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독립이사 4인과 분리선출 감사위원 1인을 선임했다. 독립이사는 영풍-MBK와 최윤범 회장 측이 2명씩 확보했다. 분리선출 감사위원 1인은 최윤범 회장 측 인사인 백인규 후보가 맡게 됐다. 출석 의결권 기준으로 81.8%를 획득했다.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의결권 배분 방식이었다.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개정 상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감사위원 선출 과정에서 최윤범 회장과 고려아연 임원으로 등재된 친족들의 의결권을 최대주주인 영풍 계열사 와이피씨(YPC)에 묶어 3%로 합산했다. 일각에서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으로 편입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영풍과 컨소시엄을 이룬 MBK 측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의결권은 분리해 별도 3%를 인정했다. 해석상 의견 충돌 가능성이 제기됐던 두 항목 모두 영풍-MBK에게 유리하게 의결권이 산정된 셈이다.
영풍-MBK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이번 임시주총 직전 이 같은 형태로 의결권을 산정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이 영풍-MBK 측 요청을 수용한 건 최윤범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직접 보유한 지분이 많지 않은 데다 우호 주주 구성이 다양해 표결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풍-MBK 측 관계자도 “의결권 산정 과정에서 해석상 다툼이 없었다”며 “표결 전 언론이 쟁점으로 다룬 해석 대립도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형 경영권 분쟁에 처음 등장한 개정 상법 3%룰의 영향은 주주별로 크게 갈렸다. 고려아연 공시를 토대로 역산해보면 감사위원 표결에서 실제로 행사된 의결권은 발행주식총수의 40%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분 약 42%를 보유한 영풍-MBK가 감사위원 분리선출에서 행사한 의결권은 6%다. 최윤범 회장 본인과 특수관계인은 영풍과 묶여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미국 정가 참여한 합작법인으로 고려아연 지분 10.59%를 보유한 크루서블JV의 의결권도 3%만 인정됐다. 보유 지분의 약 28% 비중만 의결권을 행사한 셈이다. 크루서블JV는 최윤범 회장 측 백인규 후보를 지지했다.
지분 약 5%를 보유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HMG글로벌은 이번에도 기권했다. HMG글로벌은 작년 초 임시 주주총회부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의결권을 행사해오지 않고 있다. HMG와 지분율이 비슷한 국민연금도 양측 후보에 모두 찬성해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10% 내외 지분을 보유한 기타주주들은 이번 표결에서 최윤범 회장 측 8대 영풍-MBK 측 2의 구도로 갈라졌다. 이는 올 3월 정기주총과 거의 비슷한 비율이다.
지분 7.69%를 한화에이치투에너지(4.76%), 한화임팩트(1.79%), ㈜한화(1.14%) 등 세 개 계열사에 나눠 보유한 한화그룹은 최윤범 회장 측을 지지했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이치투에너지만 의결권이 3%로 제한됐고 나머지 계열사는 지분 전량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 한화그룹은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이 같은 지분 구조를 갖췄다.
한화그룹의 합산 의결권은 5.93%로 보유 지분의 77% 수준이다. 주요 주주 가운데 가장 높은 행사 비율이다. 백인규 후보 찬성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로 추산된다.
이는 향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기업에서 감사위원 표결의 경우 지분의 크기보다 분배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배주주 우호 세력이 이와 유사한 지분 분배를 시도할 경우 3%룰 입법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