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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금융사 이사회 평가

하나은행, 시중은행 평가 1위…투명한 CEO 승계절차 부각

[은행]총점 173점으로 53개 금융사 중엔 3위…CFO 조건 및 필요 경력 공시 철저

고진영 기자

2025-06-19 15:02:19

편집자주

좋은 이사회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통찰 있는 결의와 책임이다. 그러나 이사회 리더십은 종종 구조부터 취약하거나 요식적으로만 기능한다. 정책거버넌스 모델을 창안한 존 카버는 “통상 이사회란 유능한 개인들이 모인 그저 그런 집단”이라 평하기도 했다. 이사회 경영이 부상할수록 그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단 뜻인데, 금융사 이사회는 특히 엄격한 기준을 요구받는다. 고정된 규칙의 집합이 아니라 새로운 리스크와 시장 구조, 사회적 기대에 맞춰 변화해야 하는 역동적 과정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이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 중일까. 더벨 theBoard가 독자적 툴을 만들어 평가해봤다.
하나은행이 4대은행 중 가장 선진적인 이사회 운영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 결과 금융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한 손에 꼽히는 점수를 받았다. 특히 최고경영자(CEO) 선임이나 승계 절차에서 투명성이 두드러진다. 경영성과 역시 4대은행 선두에 섰다.

theBoard가 실시한 '2025 이사회 평가'에서 하나은행은 220점 만점에 173점을 기록했다. 평가대상이 된 53개 금융사 가운데 iM금융지주, 부산은행과 함께 공동 3위를 차지했고 4대 시중은행 중에선 가장 높은 점수다.

평가는 올 5월 발표된 연차보고서와 2024년 사업보고서, 2025년 1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이뤄졌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동지표로 이사회 운영과 활동을 분석했다.


이중 하나은행은 견제기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평점만 따지면 3.8점(5점 만점)에 그쳤지만 다른 은행들과 비교했을 땐 앞서갔다. 견제기능 지표 총점이 40점 만점에 30점을 획득, 은행 13곳을 통틀어 카카오뱅크와 함께 선두를 차지했다.

하나은행의 견제기능이 다른 은행들보다 좋게 평가받은 이유는 CEO 승계 절차, 자격 요건과 관련한 공시나 운영 정책에 있다. 우선 ‘CEO 승계 절차를 충분한 기간을 두고 운영하는지’를 묻는 항목에서 하나은행은 최고점(5점)을 획득했다. CEO의 임기가 만료되기 최소 3개월 전 승계절차를 가동한다는 정책을 명확히 공개한 덕분이다. 경쟁사인 우리은행, 국민은행의 경우 절차개시 시기를 밝히지 않거나 기간이 충분치 않아 1~2점에 머물렀다.

또 이사회가 승계 계획의 적정성을 얼마나 자주 점검하는지 살피는 문항에서도 선전했다. 하나은행은 3점을 받았는데 대부분의 은행은 2점에 그쳤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 우리은행도 마찬가지다. 점수차는 점검 횟수가 아닌 주체에서 갈렸다. 하나은행이 승계계획의 적정성을 직접 평가하는 것과 달리 나머지 4대 시중은행은 지주사가 대신 검토하기 때문이다.

CEO의 자격 요건에 대해 하나은행이 연령과 필요경력 등을 뚜렷하게 밝히고 있는 점 역시 점수를 더했다. 금융사 중 CEO의 자격 조건으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의 내용만 나열하거나, 회사의 비전 공유 등 모호한 서술로 끝내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회사 측은 "금융산업 경력을 보유한 만 70세 이하 등이 최소 요건"이라며 "신규 선임뿐 아니라 연임시에도 계속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은행장의 장기 연임을 방지하기 위해 사내이사의 연령 상한을 만 70세로 정하는 정관 개정을 4대은행 최초로 2018년 결의했다.


이밖에 경영성과 점수도 은행 3위(11점)로 고득점했다. 4대 시중은행 중에선 최고점이란 부분이 눈길을 끈다. 경영성과는 총주주수익률(TSR)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 총자산순이익률(ROA) 등 3개 기준(15점 만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표별 13개 은행의 순위를 5등분 분포로 나누는 방식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2024년 말 기준 총주주수익률(TSR)이 41.12%(지주사 기준)로 은행 중위권(6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각각 4위, 3위로 수위권을 차지해 점수를 끌어올렸다.

상대적으로 고전한 지표는 구성을 뽑을 수있다. 총점 46점(60점 만점)으로 은행 6위다. 6개 지표 가운데 유일하게 5위권에 들지 못했다. 낮은 평가의 원인 중 하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있다. 하나은행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지 않고 기타비상무이사인 박종무 하나금융지주 그룹재무부문 부사장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외이사에서 기업인 비중이 적은 점도 점수를 깎아먹었다. 현재 하나은행은 6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기업인 출신이 김도진 전 중소기업은행 은행장 1명 뿐이다. 반면 관련 항목에서 최고점(5점)을 받은 우리은행을 보면 윤수영 전 키움증권 부사장, 신요환 전 신영증권 대표, 박원상 전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 대표 등 사외이사(6명) 절반을 기업인 출신으로 채워넣었다.

나머지 지표 점수는 △참여도 32점(35점 만점) △정보접근성 23점(35점 만점) △평가개선프로세스 31점(35점 만점) 등으로 매겨졌다. 13개 은행 가운데 순위는 각각 공동 5위, 공동 4위, 공동 4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