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이엘씨 사외이사(
사진)는 산업안전 분야 전문가다. 올해 일흔 셋을 맞은 그는 에너지 기업 경험을 바탕으로 노익장을 발휘하고 있다. 2008년 현직에서 퇴직한 이후 학교와 각종 학회 등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20년에는 코스닥 상장사 이엘씨에서 사외이사 커리어를 시작했다.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소재 SK유공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 사외이사는 ESG 분야에도 창조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외이사는 대한석유공사(유공) 출신이다. 현 SK그룹의 전신 선경그룹이 1980년 유공을 인수하면서 김 사외이사도 SK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그룹을 이끌고 있던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은 지금의 그룹 의사결정 기구 수펙스(SUPEX) 전신 조직을 구축했고, 매주 한번 각 계열사 요직에 있는 이들로 하여금 그의 방에서 업무 현황을 보고케 했다. 김 사외이사 역시 최 회장 방을 드나들던 이중 한 명이었다.
김 사외이사는 "당시 최 회장님 방에서 경영 수업을 듣기도 했는데, 선각자적 생각에 완전히 매료돼서 나중에 유학가서 교수가 되겠다는 계획도 바꾸게 됐다"라면서 "전국의 황무지를 사들여 나무를 심는 운동을 전개한 것이라든지, 그룹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동차 산업 진출을 고사한 것, 직원 복지에 만전을 기한 것 등이 그 당시에는 접하지 못한 경영 철학이었고 굉장히 신선했다"고 회고했다.
SK그룹에서는 유공 인수 후 유공가스(지금의
SK가스)를 출범시키는 작업에도 깊게 관여했다. 당시 국내 가스 산업은 경제 성장과 함께 그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던 상황. 김 사외이사는 기획과 영업 업무뿐 아니라 국내외 대외정책 관계 업무 등에도 참여했고 그 성과를 두루 인정받아 임원으로 승진키도 했다. 미국 국제경영대학원을 비롯해 영국 옥스포드대 등에서 장·단기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후에는 그룹의 도시가스 계열사인 충청에너지로 적을 옮겨 산업안전 관리 담당 전무로 근무하다가 2008년 퇴직했다. 충청에너지 전무 경험을 살려 퇴직 후 현재까지 한국ESG학회 감사를 비롯해 한국탄소중립환경연합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틈틈히 그의 업무 분야에서 책을 출판키도 했다. 에너지 기업에서 산업안전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을 퇴직 후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김 사외이사는 "해외 연수와 산업 경험을 통해 자기 중심 위주로 생각하는 버릇을 깨닫곤 했는데, 이 경험이 산업 안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산업 현장에서 크고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각 파트의 전문가들이 자기 영역에만 집중할 뿐, 전체 그림을 관조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되는 영향이 크다. 자기 영역뿐 아니라 다른 이 입장에서 전체를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판교 공연장 환풍구 붕괴 사고라든지 천안 고속도로 공사 교각 붕괴 사고 등이 대표적. 상당수 기업들이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바쁜데, 사고 잠재요소를 미리 파악해 사고 발생을 막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잠재요소 파악과 동시에 창조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속도로 진출입 구간에 색을 넣어 사고를 방지하는 식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기업 ESG 규제 강화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기도 하다. 김 사외이사는 "고 최 회장님께서 사업의 본질을 꿰뚫고 그에 맞춰 대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던 그 말씀을 지금의 산업안전 정책에 도입하면 다양한 해결 방안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업 이사회 역시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장기적 안목과 실력을 함께 갖추게 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에는 산업안전 분야 활동 인연으로 제어계측기기 코스닥 상장 업체 이엘씨 측 연락을 받았다. 경영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외이사를 물색하던 터, 주변인 추천을 받았다. 김 사외이사는 본인의 전공 분야를 살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 사업 추진 환경 변화가 일 때, 이에 대한 여파 등을 분석해 경영진에 전달키도 했다. 지난해 말까지 김 사외이사는 모든 회의에 참석해 꾸준히 의견을 내고 있다.
김 사외이사는 "산업안전 분야에서 기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관리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많은 기업에서 ESG 분야라고 한다면 특정 전문가를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기업 구성원으로 하여금 안전 분야에 더 신경을 쓰도록 제도를 구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동기 부여 관점에서 기업 구성원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하는 것(접근적 동기)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