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정치인 출신 원혜영 전 국회의원(
사진)과 풀무원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40여년 전 서른 살 무렵 풀무원을 창업한 원혜영 전 의원은 민주화 운동에 전념키로 하면서 회사 지분 전량을 당시 친구였던 지금의 남승우 풀무원 기타비상무이사에게 넘겼고, 남 이사는 지금의 풀무원을 키워냈다. 풀무원 작년 매출액은 3조원 영업이익은 920억원이었다.
2020년 정계를 은퇴한 원 전 의원은 이듬해 사외이사를 맡아 풀무원으로 돌아왔다. 수십년 만의 친정 복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사회 합류 후에는 주식을 매입해 책임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풀무원은 원 전 의원을 '국가 정책 수립과 행정 등 다양한 분야 경험과 지식을 겸비한 전문가', '새로운 시각과 가치를 제시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 선임 후 7300만원 들여 주식 매입…누적 수익률 15%
원 전 의원의 풀무원 이사회 참여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건 주식 투자다. 원 전 의원은 이사회 합류 후 2년여 뒤인 2023년 12월 보통주 215주를 주당 1만350원에 매수한 데 이어 며칠 뒤 3000주를 1만844원에 추가 매입했다. 이듬해 그는 1811주를 주당 1만655원에 취득했으며 석달 뒤에는 1638주를 1만1510주에 매수했다.
현재 원 사외이사가 보유한 주식은 6664주 매입가는 총 7300만원이다. 풀무원이 2021년 원 전 의원을 사외이사로 기용하면서 그해 그에게 지급한 보수는 약 34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 해에 걸쳐 받은 이사 보수 전량을 주식 매입에 투입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주식 매수는 책임 경영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현재 풀무원 이사회는 사내이사 1명과 기타비상무이사 2명,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원 사외이사 주식 보유량은 사외이사 중 가장 많기도 하다. 사외이사 중에는 인공지능연구원 대표 김영환 사외이사가 5050주,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김우진 사외이사가 1662주, 나눔경영컨설팅 대표 이수연 사외이사가 2000주를 갖고 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순항하며 풀무원 주가도 오름세에 접어들었다. 풀무원 주가는 8일 종가 1만2510원을 기록해 원 사외이사의 주식 가치는 8300만원을 넘어섰다. 풀무원은 30년 연속 결산배당을 실시하고 있는데, 지난해 주당 102원씩 현금배당한 점을 감안하면 원 사외이사의 현재 시점 누적 수익률은 15%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21년 최초 선임 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93%의 이사회 참여율을 기록하고 있는 원 사외이사는 현재 이사회 산하 보상위원회와 사외이사평가위원회, 전략위원회 등 다양한 소위원회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풀무원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2137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7.4%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18억원으로 48.2% 확대했다.
◇ 시장에선 독립성 우려도…차기 총괄CEO 선임 역할도
다만 시장에서는 원 사외이사의 이사회 합류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창업주가 사외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함으로써 이사회 전체 독립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원 사외이사 선임 당시 풀무원 최대주주는 지분 51.56%를 갖고 있던 당시 남승우 이사회 의장이었다. 남 의장은 원 전 의원의 오랜 벗이다. 원 전 의원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주총에서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원 사외이사가 풀무원 이사회에 합류했을 당시 그의 역할은 다른 사외이사와 구별됐다. 원 사외이사는 이사회 산하 총괄CEO 후보추천위원회에 남승우 당시 이사회 의장과 심수옥 당시 사외이사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풀무원은 2017년 33년 간의 오너경영을 마치고 2018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 총괄CEO를 선임해 경영을 맡기고 있다.

시장에서는 원 사외이사가 총괄CEO 후추위에 참여하자 창업주를 배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는데 원 사외이사는 이듬해 총괄CEO 후추위에서 내려왔다. 원 사외이사 자리에는 다른 사외이사들이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이우봉 풀무원 전략경영원장을 신임 총괄CEO 후보로 선임했다. 이 신임 총괄CEO는 올초 정식 총괄CEO에 취임했다.
원 사외이사가 40여년 전 풀무원을 떠나면서 남승우 대표가 1대 총괄CEO를 맡아 1984년부터 2017년까지 풀무원을 이끌고 2018년 이효율 2대 총괄CEO에게 배턴을 넘겼는데, 이효율 총괄CEO 뒤를 이우봉 신임 총괄CEO가 잇게 된 셈이다. 남승우 대표는 현재 기타비상무이사로, 이효율 전 CEO는 이사회 의장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풀무원은 국내 상장사 중에는 이사회를 선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풀무원 이사회는 2017년 ESG위원회를 선제적으로 설치해 ESG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시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말 기준 theBoard가 실시한
풀무원 이사회 평가 점수는 255점 만점에 168점으로 500대 기업 중 전체 62위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이 433위였던 점에 비춰보면 이사회평가 점수는 상대적으로 상위권에 랭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