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기업 저변에 깔린 문화와 헤리티지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경영 철학을 제시했다면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은 글로벌 확장에 전력합니다. 저는 식품 산업 메가트렌드와 외국 사례를 소개하며 동원산업 이사회에 자극을 줍니다. 일본 미쓰비시가 배양육 기술을 가진 이스라엘 스타트업 알레프 팜에 지분 투자한 시사점을 짚어보는 식이죠."
윤종록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겸임교수(사진)는 동원그룹 지주사에서 5년째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윤 교수는 2020년 당시 동원그룹 비상장 지주사였던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처음으로 선임한 사외이사다. 2022년에는 사업 지주사로 전환한 동원산업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동원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준비하며 윤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기업·공직을 두루 경험한 정보통신기술(ICT)·미래 기술·과학 부문 전문가를 찾았다. 윤 교수는 1979년 15회 기술고등고시 합격해 체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체신부에서 독립한 KT 민영화와 국내 ICT 산업 성장 한복판에 있었다. 2009년 성장사업부문장(부사장)을 끝으로 KT를 떠났다.
윤종록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theBoard와 만나 "동원그룹은 결벽증이라 할 정도로 사소한 시장 반응이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문화가 있다"며 "주주를 배려하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동원산업 사외이라소 활동 중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2013~2015년)을 맡았다. 이스라엘 벤처 기업 육성 정책을 참조해 정부 핵심 정책 비전인 '창조경제'를 설계한 이론가이기도 하다. 윤 교수가 번역한 책 '창업국가(STATT-UP NATION): 21세기 이스라엘 경제 성장의 비밀'을 근간으로 창조경제 정책 비전이 탄생했다.
윤 교수는 "동원그룹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의지가 보였다"며 "장기적으로 큰 변화를 꾀하는 동원그룹 여러 사업에 ICT를 융합하는 역할을 한다는 각오로 동원엔터프라이즈 사외이사를 승낙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2022년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 합병비율 변경한 이사회 일원이었다. 당시 동원그룹은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의견을 반영해 기준시가(24만8961원)였던 코스피 상장사 동원산업 합병가액을 자산가치(38만2140원)로 바꿨다. 합병비율이 바뀌며 김남정 회장이 보유할 합병 동원산업 지분은 5%포인트(P)가량 줄었다.
윤 교수는 "동원그룹은 결벽증이라 할 정도로 사소한 시장 반응이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문화가 있다"며 "주주를 배려하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이 심은 기업 문화도 언급했다. 최근 김 명예회장 관심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업무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오픈AI가 개발한 GPT 4.0 기반 AI 플랫폼 '동원GPT'를 도입했다. 참치 이물 검출과 실리카겔 검사 등 자체 개발한 5가지 AI 기술에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김 명예회장은 거친 남태평양 바다에 배를 띄워 가치(밸류)를 낚아 동원그룹을 키웠다"며 "지금은 데이터라는 바다에 AI라는 배를 띄워 밸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2세 경영인인 김남정 회장과는 이사회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함께 한다. 김 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에 이어 동원산업 사내이사로 활동 중이다. 지난 4월 동원그룹은 지배구조 변화를 동반한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동원산업이 식품 계열사 동원F&B를 완전 자회사 편입했다. 코스피 상장사인 동원F&B를 상장 폐지해 중복 상장을 해소한다.
동원산업 사외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인 김주원 전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주주 관계를 주도했다. 이사회는 그룹 글로벌 식품 사업 확대 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사업구조와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식품 디비전(Division)'을 신설하고 국내외 식품 계열사가 보유한 자원을 유연하게 활용하면서 통합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겼다.
윤 교수는 "생명 과학, 유전 공학 분야와 협업해 식품 사업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며 "최고경영자(CEO) 뜻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강력하고 단일한 글로벌 채널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동원산업은 사외이사진과 경영진이 자주 소통한다. 사외이사가 머무를 수 있는 공간도 두고 있다. 윤 교수는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경영진이 알아야 정보가 있을 때 수시로 연락한다"며 "경영진이 궁금한 게 있으면 사외이사에게 전화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