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초 소재 쪽에서 오래 일한 기름때 묻은 엔지니어에 가까워요. 그런데 무신사에서 사외이사를 해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바라는 점은 명확했어요. 조직이 커졌고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는 단계인데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잘 갖추도록 조언해 달라 했죠. 무신사에 제가 가진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고, 글로벌 기업 경영 원칙도 공유할 생각이에요."
이행희 전 한국코닝 대표이사(사진)는 지난 3월 무신사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무신사가 선임한 첫 사외이사진 중 한 명이다. 이 전 대표는 1988년 한국코닝에 입사해 20년(2004년~지난해) 동안 대표이사를 지낸 전문 경영인이다. 2022년부터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올 2월 사회복지 단체 '사랑의 달팽이' 회장을 맡아 청각장애인 인공 달팽이관 수술·보청기 지원 활동도 챙긴다.
이 전 대표는 무신사가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사회 시각이 다양해졌다고 평가했다. 무신사는 사내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4명, 사외이사 3명 등 총 10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했다. 이 전 대표는 "투자자가 선임한 기타비상무이사는 현재 실적 관련 질문을, 사외이사는 미래 투자 관련 질문을 많이 한다"며 "투자 계획이 적절한지, 본업에 충실한지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행희 전 한국코닝 대표이사는 최근 theBoard와 만나 "사외이사는 경영진 감시뿐만 아니라 자문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며 "경영인 출신 사외이사는 경험과 지식, 네트워크를 대표이사와 임원에게 공유하는 일종의 코칭을 넘어선 자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포스코인터내셔널, 무신사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 전 대표는 대표이사와 사외이사가 해야 할 역할을 크게 구분 짓지 않았다. 둘 다 이사회에서 기업이 목표하는 바를 잘 이루도록 하는 포지션이라 했다. 기업 경영 경험을 지닌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사외이사는 경영진 감시뿐만 아니라 자문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며 "경영인 출신 사외이사는 경험과 지식, 네트워크를 대표이사와 임원에게 공유해 코칭을 넘어선 자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활동 범위를 넓게 가져가는 사외이사다. 필요하면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먼저 찾아가 의견을 내기도 한다. 이 전 대표는 "지난주 일본에 갈 일이 있었는데 무신사 매장이 보여서 둘러보고 왔다"며 "한국에 돌아와 CEO, CFO에게 현지 매장을 보고 느낀 점, 같이 간 일행이 했던 얘기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해외 출장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지난 2월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 멕시코 출장을 다녀왔다. 구동모터코아 생산 공장 증축 현장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이 전 대표는 한국코닝에서 일하며 자동차 관세, 원가 구조 꿰고 있었다. 자동차·생명공학·반도체·광통신·전자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한국코닝은 미국 소재 기업 코닝이 세운 한국 법인이다.
이 전 대표는 "전체적인 멕시코 공장 운영 방식과 라인, 장비를 보고 현지에 파견 나간 한국 직원들과 소통했다"며 "출장을 다녀와 대표이사, CFO에게 투자 피드백과 직원들에게 들은 애로 사항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까지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현직 CEO였다. 2022년부터 3년 동안 한국코닝 대표이사와 포스코인터내서녈 사외이사를 겸직했다. 현직 CEO가 다른 기업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건 미국에 자리 잡은 기업 문화다. 웬델 윅스 코닝 회장도 아마존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 전 대표는 사외이사 활동이 한국코닝 경영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다른 기업 이사 얘기를 들으니 역지사지,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이 보였다"며 "여러 산업 변화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사회에 요구하는 책임과 사외이사가 받는 보상, 주어진 권한이 적절한지도 경중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사외이사가 지는 책임에 비례해 보상도 커져야 한다"며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경영에 집중적으로 참여하게끔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