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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경영 거버넌스 점검

경영진 중심 SK하이닉스, 이사회 조치엔 아쉬운 목소리

곽노정 대표 중심의 정책 이행, 이사회 및 산하 소위원회는 보고 중심 활동

이돈섭 기자

2025-08-08 09:02:14

편집자주

연이은 산업재해 소식으로 안전경영이 화두에 올랐다. 재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계기로 산업안전 정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고 그동안 의미있는 변화를 달성한 기업도 적지않다. 하지만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곳들이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theBoard는 주요 기업의 안전경영 관련 거버넌스를 심층 분석해본다.
SK하이닉스는 산업안전 정책 수립과 이행을 경영진에게 일임하고 있다. 경영진들은 사업장 안전 정책을 챙기고 정기적으로 관련 내용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있다. 이사회는 현행법이 요구하는 대로 매년 초 안전경영 계획을 심의하고 있지만 추가적으로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관여하고 있진 않다. 지난해 SK하이닉스 재해 방지 성적표는 전년대비 나아지진 않았다. 시장에서는 거버넌스 차원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 SK하이닉스 산업안전 정책은 경영진 중심

SK하이닉스의 곽노정 대표(사진)은 반도체 업체 대표(CEO) 중 최고안전책임자(CSO) 이력을 가진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안전보건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사실상 CSO 역할인 '안전개발제조총괄' 직책을 신설했는데 곽 대표가 해당 총괄 직책을 맡아 2022년까지 약 1년여 간 근무했다. 곽 대표는 2022년 SK하이닉스 대표로 선임돼 올해로 3년째 SK하이닉스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곽 대표가 SK하이닉스 CSO로 활동한 이력은 사업보고서 상 수사기관 제재 기록에 남아있기도 하다. 고용노동청은 2021년 정기감독 과정에서 SK하이닉스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내용을 적발, 당시 안전보건총괄책임이었던 곽 당시 사장과 SK하이닉스를 기소했는데 2022년 4월 수원지방법원이 벌금형을 확정한 것. 앞서 SK하이닉스는 과거 하청업체 근로자 유독가스 질식사고로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곽 대표 취임 후 안전개발제조총괄직을 없애고 현재 양산총괄 담당인 김영식 부사장에게 CSO 역할을 맡기고 있지만 곽 대표는 여전히 전사 안전보건 정책을 관장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주요 임직원으로 구성된 ESG경영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전사적 ESG 정책을 총괄케 했는데 곽 대표가 대표로 취임하면서 해당 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안전보건뿐 아니라 환경 거버넌스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것.

김영식 CSO는 국내외 생산 거점의 안전(Safety) 보건(Healthy) 환경(Enviornment) 등 이른바 'SHE' 정책을 주관하면서 특이사항이 있는 경우 이사회에 보고하곤 한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이사회 산하에 지속경영위원회를 구축, 전사적 산업안전 정책 이행 상황 등을 보고받도록 했다. 다만 지속경영위는 설립 이후 8년 간 경영진 보고를 받았을 뿐 소위원회 차원에서 경영진이 올린 안건을 심의한 바는 전무하다.

◇ 지난해 산재 사망자 1명, 재해율은 제자리 걸음

이는 삼성전자 등 경쟁사 안전경영 거버넌스와 다른 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사회 산하 지속가능경영위원회가 ESG 정책을 심의케 하고 경영진으로 구성된 지속가능경영협의회로 하여금 해당 정책을 이행케 한다. SK하이닉스와 달리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돼 있는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위는 작년 한해 향후 3년 주주환원 정책을 사전 심의했고 IR동향을 비롯해 국내외 안전보건 현안을 보고받기도 했다.

한 상장사 사외이사는 "SK하이닉스 경영진이 이사회에 현안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수는 있다"면서 "구체적 계획에 대해 이사회 심의 절차가 있는 것은 이사회가 경영진 결정을 허락한다는 의미로 제3자의 시각이 더 반영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현재 SK하이닉스 지속경영위는 한국씨티은행에서 CFO로 근무한 바 있는 김정원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아 주도하고 있다.

[표=SK하이닉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업장 관리 측면에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산재보험적용근로자수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 수 비율을 가리키는 재해율은 지난해 0.1%로 1년 전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재해율은 2021년 0.08%를 기록한 이후 이듬해 감소했지만 2023년 다시 증가했다. 2023년 산재 사망자는 1명. 정부는 현재 산재 사망자 1명에도 영업정지 요청이 가능하도록 제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보건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체적 차원에서 사고 발생 시나리오를 그리고 그에 맞춰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산업 선진국 수준으로 현장 사고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안전보건 정책 구축에 기여한 임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발적 동기를 부여하고 기업이 각 직원들이 자기 업무뿐 아니라 전체 그림을 관장할 수 있도록 자원을 배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