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주가가 꾸준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보수 일부를 주식으로 받은 사외이사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2022년 전후로 이사회와 주주 간 이해관계를 일치시킨다는 취지에서 스톡 그랜트 형식으로 사외이사 보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는데, 배터리 관련 계열사의 경우 주가 하락으로 사외이사 보수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다.
SKIET가 사외이사진에 주식을 지급하기 시작한 건 2022년부터다. 2022년 사외이사 한 명당 305주를 주당 13만1000원에 지급한 것을 시작으로 2023년 517주(주당 7만7300원), 지난해 913주(주당 4만3800만원)를 제공했다. 매년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에 자사주를 지급키로 결의한 날의 전일 종가 기준 사외이사 한 명당 약 4000만원 어치 주식을 지급했다. 매년 주식 제공량이 많아진 건 주가가 떨어진 데 따른 결과다.
2022년 이후 최근 3년 간 SKIET가 사외이사 1명에게 지급한 연간 보수 평균은 약 1억2000만원이다. 사외이사 한 명당 매년 연 보수 총액의 3분의 1 정도를 주식으로 지급받은 셈이다. SKIET 사외이사 4명은 올해로 길게는 5년째 짧게는 3년째 재직하고 있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회사가 3차례 지급한 주식을 모두 지급받을 수 있었다. 지난 3월 말 현재 사외이사 4명 전원 개인당 1735주를 보유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건 SKIET 주가가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4월 SKIET 이사회가 사외이사에 주식을 지급키로 했을 때까지만해도 주식은 주당 12만원 수준에서 거래됐는데 이후 꾸준히 주가가 하락해 현재는 2만원대에서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각 사외이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는 12일 종가 기준 5000만원 수준. 현금으로 받았다면 1억2000만원 수익이 5000만원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SKIET 최근 5년 주가 추이 [그래프=네이버 금융]
주가 하락은 전기차 수요 정체에 따른 영향이 크다. 2021년 한해 연결기준 6038억원 규모였던 매출액은 지난해 2179억원으로 거의 3분의 1로 줄어들었고 89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910억원으로 고꾸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차입금과 유동성 장기차입금 증가 여파 등으로 부채 규모가 1530억원가량 증가하는 반면 실적 부진으로 잉여금 규모가 작아지면서 재무상황도 악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런 가운데 SK이노베이션 산하 계열사 리밸런싱 작업의 일환으로 SKIET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운영자금 3000억원을 끌어온다는 방침을 밝히자 SKIET 주가는 장중 2만60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 SKIET는 비핵심 자산 매각을 진행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도 분주한 상황. 지난해 말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SKIET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기도 했다.
SKIET가 사외이사에 주식을 지급하고 있는 건 사외이사와 주주 간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한다는 취지에서다. SKIET 이사회는 매년 그해 주식 보상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하는데 사외이사는 안건의 당사자인만큼 해당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사외이사 입장에서는 보수 형식으로 받은 주식이 주가 하락으로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이사회 차원에서 이견을 제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상장사 사외이사는 "보수의 일부를 주식으로 제공하는 것은 이사회와 주주 간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주가 부양 의지를 북돋는다는 면도 있지만 주가 흐름에 미치는 요소가 워낙 다양해 이를 컨트롤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주가가 떨어질 경우 이사회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SKIET는 지금까지 배당을 실시한 이력이 없으며 밸류업 정책을 발표한 바도 없다.
현재 SKIET 이사회에는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송의영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강율리 지평 소속 파트너 변호사, 김태현 중앙대 교수, 안진호 한양대 교수 등이 사외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중 송의영 강율리 김태현 등 세 사외이사는 내년 3월 임기를 모두 마치게 된다. SKIET가 사외이사에 지급한 주식은 스톡그랜트 형태로 제공됐기 때문에 임기 전 자의적으로 현금화하긴 어려워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