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정기주주총회 시즌 개막을 앞두고 다양한 기업의 이사회가 변화를 앞두고 있다. 새롭게 이사회에 진입해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이들이 있는 반면, 그간의 임기를 마치고 이사회를 떠날 채비를 하는 이들이 있다. 이사회에 합류해 재직하는 동안 몸담은 회사 주식을 취득한 경우, 임기를 마친 지금 그 투자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기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 사외이사 중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인물의 그간 투자 성과를 측정해본다.
황이석 사외이사의 동양 주식 투자는 성공할 수 있을까. 올해 동양 이사회에 합류한 황이석 사외이사(사진)는 지난 5월 이후 거의 매달 500만원씩을 투입해 주식을 모으고 있다. 사외이사 경력이 풍부한 황 사외이사가 소속 기업 주식을 매입한 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 금호석유화학 사외이사로 재직했을 당시 황 사외이사는 사재 1억여원을 투입해 주식을 매집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수익률은 아쉽게도 마이너스에 그쳤다.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황 사외이사는 이사회 경력만 20년이 넘는다. 현직 공인회계사이기도 한 황 교수는 회계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아모레퍼시픽을 시작으로 LG실트론과 LG생활건강, 하나UBS자산운용, 크라운제과, 금호석유화학 등 다양한 기업 이사회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삼성증권 사외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올초에는 동양 이사회에도 합류, 현재 두 기업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황 사외이사를 맞은 동양은 그의 회계 전문성에 주목했다. 동양은 황 사외이사에 대해 '경영과 회계 전문가로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재무적 현안에 관한 통찰력 있는 자문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황 사외이사 기용 이후 동양은 지난 6월 말 현재까지 총 세 차례의 이사회를 개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비롯해 윤리규범 개정 안건 등을 처리했다. 지금까지 황 사외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은 100%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점은 황 사외이사가 올 5월부터 주식을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 사외이사는 지난 5월 동양 주식 8305주를 주당 635원에 530만원을 들여 매수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이달 초까지 총 4차례에 걸쳐 도합 3만1242주를 사들였다. 매수 평단가는 632.5원 수준이다. 지금까지 투입한 자금은 총 1963만원이다. 현재 3명의 동양 사외이사 중 동양 주식을 직접 매수해 보유하고 있는 이는 현재 황 사외이사가 유일한 상황이다. [이미지=서울대학교]
동양이 작년 한해 사외이사 한 명에게 지급한 연 보수는 5000만원으로 황 사외이사는 사외이사 월 보수에 자기 돈을 더 얹어 주식 매수에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소속 기업 주식을 매입하는 건 시장에 주가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갖게 할 수 있다"면서도 "등기이사 주식 매입은 공시 대상이기 때문에 번거로운 절차가 따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주식을 사모으고 있는 건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황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활동하며 소속 기업 주식을 매입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황 사외이사는 금호석유화학 재직 시기(2021~2023) 2021년 1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매달 평균 550여만원씩 장장 19개월에 걸쳐 총 1억500만원을 투입, 717주를 끌어모은 바 있다. 2022년 금호석유화학이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한 명에게 지급한 연 보수는 7400만원으로 월 보수 대부분을 대부분 재직 기간 주식 매입에 투입한 셈이다.
하지만 당시 황 사외이사는 금호석유화학에서 이렇다 할 투자 성과를 내진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해당 주식을 모두 매도한 건 2023년 6월이다. 사외이사로 재직한 2년여 간 매집해 온 주식을 한 번에 장내 매도해 9479만원을 현금화했다. 금호석유화학이 2021년과 2022년 각각 보통주 한주당 5400원과 1만원씩을 배당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황 사외이사의 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 9%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의 공급 확대로 수익성이 떨어지던 상황이었다.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2021년 상반기 28만원대를 넘나들다가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가파른 우하향 그래프를 기록, 현재 11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황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몸담고 있었을 때 금호석유화학 이사회는 친환경 설비 투자와 안전환경 경영을 강화하는 등 시장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안건을 다수 처리했다.
1955년 출범해 건설유관 사업에 주력해 온 동양은 2015년 동양시멘트(현 삼표시멘트) 매각에 따른 처분이익으로 회생채권을 전액 변제하고 2016년 법정관리를 졸업하면서 유진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5일 오후 2시 현재 주가는 651원으로 시가총액은 1556억원이다. 올 3월 말 연결 자산총액은 1조2833억원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8배에 불과하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9206만원으로 2년 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했다.
동양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 등 5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으며 정진학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지금까지 별도의 밸류업 정책을 선보인 바는 없지만 최근 9년 연속 결산배당을 실시, 지난해의 경우 77억원을 결산배당으로 지급했다. 레미콘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동양은 올초 박주형 전무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시장에선 수익성 확보를 위한 체질 개선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