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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이사회 평가

채권단 관리 10년…HMM, 이사회 평가제도 '전무'

[Weakness]평가개선프로세스, 평점 2.1점으로 고전…CEO 승계정책도 부재

고진영 기자

2025-08-25 14:23:19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Board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HMM의 이사회 운영을 살펴본 결과 평가 시스템이 눈에 띄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평가는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이사회가 제대로 역할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기업 자체적으로 성과와 한계를 진단하고 개선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HMM은 현재 이사회나 사외이사에 대해 별도의 평가 제도가 없다. 최고경영자(CEO) 승계정책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가 채권단 입김 하에 있다는 소유구조상의 제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theBoard가 진행한 '2025 이사회 평가' 결과 HMM이 가장 고전한 지표는 ‘평가 개선 프로세스’로 나타났다. 평점이 5점 만점에 2.1점, 총점은 35점 만점에 15점에 그쳤다. 평가는 평가 개선 프로세스를 포함해 △구성 △참여도 △견제 기능 △정보 접근성 △경영 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채점했다.

평가 개선 프로세스의 경우 이사회와 사외이사 활동이 내·외부적 평가를 거쳐 추후 개선이 이뤄지는지를 짚어보는 항목이다. 이사회가 핵심 의사결정기구이자 경영진 견제기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HMM은 2024년 평가 개선 프로세스 평점이 1.6점에 불과했는데 올해 개선되긴 했으나 여전히 1점대를 간신히 면했다. 전년 대비 점수가 오른 것 역시 사법이슈와 관련한 감점 요인이 사라진 덕분이 컸다. 운영체계 측면에서 변화가 있어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지난해 HMM은 김경배 전 대표가 근로자 불법 파견 혐의로 기소돼 2023년 11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평가 점수가 크게 깎였다. 반면 올해는 이 패널티가 적용되지 않았다. 채점 기준상 직전연도 이슈만 반영하기 때문이다.


리스크 해소에도 불구 저득점을 피하지 못한 이유는 미진한 내부평가 시스템에 있다. HMM은 사외이사에 관한 평가 정책이나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재선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사 시스템도 없다. 또 보수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한도 내에서 직무수행 책임이나 타사 사외이사 보수수준 등을 고려한 내부 기준에 바탕해 지급하고 있다.

이 탓에 HMM은 △이사회에서 이사회 활동에 관한 평가를 수행하는가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가 △평가 결과에 근거를 둔 개선안을 마련하는가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를 수행하는가 △평가 결과를 이사의 재선임에 반영하는가 등 이사회 평가와 관련한 5개 문항에서 전부 최하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현행 규정상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 정책이 마련되어 있진 않다”며 “다만 향후 이사회 평가와 보상, 재선임 연계체계 구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평가 개선 프로세스 다음으로 HMM이 낮은 점수를 받은 지표는 견제기능 부분이다. 평점은 2.7점, 총점은 45점 만점에 24점을 받았다. 지난해와 동일한 점수다. 경영진의 간섭 없이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회의가 지난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고 올해는 5월 말까지 1회에 그친 점, 임원들의 보수 산정에 주주가치 제고 성과를 연동하지 않는 점 등이 주요 감점요인이 됐다.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거버넌스의 특수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HMM은 현대상선 시절이던 2016년 해운시장 불황이 극에 달하면서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왔다. 현재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각각 지분 36.02% 35.67%를 보유 중이다.

그 뒤 수차례 매각 시도가 있었고 작년엔 하림그룹 컨소시엄과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했으나 최종 결렬됐다. 불안한 소유구조 이슈는 인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채권단 관리체제 아래 있는 만큼 CEO 선출을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주도한다. 올 3월 부임한 최원혁 대표를 포함해 근 10년간 4번 연속으로 외부 출신이 CEO에 발탁된 배경이다.

이같은 대주주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엔 실효성 있는 승계정책을 마련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외이사가 대부분 채권단 측 인사로 채워진다는 점에서 이사회 평가규정이 미흡한 이유와도 무관치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회사 측은 “현재 CEO 선임은 이사회에서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경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를 검증해서 진행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추후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