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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이사회 평가

한미반도체, 편향된 육각형…경영성과 빼면 '제자리걸음'

[총평]255점 만점에 124점, 경영성과서 8점 개선…기타 지표 평점은 1~2점대 정체

고진영 기자

2025-09-02 15:32:55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Board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한미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TC본더 시장에서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HBM3E 12단 생산용 TC본더의 경우 점유율이 무려 90%를 넘는다. PBR(주가순자산비율) 16배를 넘는 높은 밸류를 인정받는 배경이다.

다만 명성과 비교해 이사회 운영은 아직 기초적 단계를 고수하고 있다. theBoard가 한미반도체 이사회를 육각형 모델로 평가했을 때 대부분의 지표에서 1~2점대 평점을 받았다. 작년 대비 점수가 나아지긴 했으나 오로지 경영성과 덕분이다. 경영성과를 제외한 나머지 지표들은 1년 전과 똑같은 수치에 머물렀다.

theBoard는 자체평가 툴을 제작해 '2025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4년 사업보고서, 2025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한미반도의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2점으로 산출됐다. ‘더보드 지수’로 환산할 경우 48.2%다.

2024년 116점이었던과 비교하면 8점이 올랐다. 전부 ‘경영성과’ 지표에서 획득한 점수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경영성과에서 총점 43점(55점 만점), 평점 3.9점(5점 만점)을 받았지만 이번엔 총점 51점, 평점 4.6점으로 점프했다. 작년 실적과 주가가 동반 약진한 영향이 컸다.

한미반도체는 작년 연말 주가가 8만2500억원을 기록, 연초보다 75% 가까이 상승했다. 매출 역시 3.5배, 영업이익은 7배 이상 올랐다. 올해에도 2분기 역대 최대 성적을 내면서 실적 증가세를 이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갈등이 있었지만 일단락됐고 마이크론도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한 상태다. 6세대 HBM(HBM4)용 TC본더 수주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6개 지표 가운데 평점 4점을 넘긴 지표는 경영성과가 유일했다. 나머지 5개 지표는 1~2점대에 포진해 있다. 구성 평점이 1.4점, 평가 개선 프로세스 1.7점, 견제기능 2.0점, 참여도 2.1점, 정보접근성은 2.2점으로 채점됐다.

자산 규모가 7000억원대로, 2조원 이상의 상장사에게 적용되는 이사회 관련 여러 규제를 적용받지 않다 보니 소극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평이다.

우선 구성 지표의 경우 총점 13점(45점 만점), 평점은 1.4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사회 의장이 사외이사이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 선임사외이사를 두고 있는가?’를 묻는 항목을 빼면 다른 지표에서 전부 최하점을 받았다. 이사회 멤버가 3명에 불과한 점, 이사회 내 위원회를 전혀 운영하지 않는 점이 전반적으로 점수를 깎아먹은 탓이다.

한미반도체는 현재 영업/연구총괄인 김민현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담당 중이며 곽동신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다. 사외이사는 반도체 애널리스트 출신인 이가근 윤선파트너스 의장 뿐이다. 회사 측은 “사외이사가 의장은 아니지만 이사회 공정성과 독립성을 도모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와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역시 1점대를 받은 평가 개선 프로세스의 경우,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저득점이 불가피했다. 총점은 12점(35점 만점)이 매겨졌다. 외부 거버넌스 평가기관으로부터 받은 ESG 등급도 D등급으로 낮은 편이다.

견제기능, 참여도, 정보접근성 등 3개 지표는 2점대로 큰 점수차 없이 비슷한 평점을 기록했다. 견제기능 지표에선 대부분의 문항에서 1~2을 받았는데 주주가치 제고 성과 등에 연동된 보수체계가 플러스 요인이 됐다. 한미반도체는 2023년 12월 말로부터 3년간 재직한 임직원에게 주식상여를 제공하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을 운영하고 있다.

참여도의 경우 이사회 출석률은 100%로 완벽했고 개최횟수도 지난해 23회가 열리는 등 활동이 활발했다. 월 평균 거의 2번 이사회를 개최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낮은 점수를 얻은 이유는 감사위원회를 비롯한 소위원회가 전무한 데다, 이사회 안건을 촉박하게 통지하기 때문이다. 이사회 개최 전 평균 안건통지 기간이 하루에 불과했다.

이밖에 정보접근성은 경영성과를 제외한 5개 지표 중에선 가장 양호한 평점(2.2점)을 받았다. 특별히 고득점한 문항이 있었다기 보단 대부분 무난하게 3점으로 채점된 덕분이다. 다만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26.7%에서 20%로 오히려 낮아졌다. 채점 구간이 달라지지 않아 점수에 영향은 없었으나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