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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로펌 거버넌스TF

"주식 분산·시차임기제 등 기본 충실 방어전략 재조명"

법무법인 지평 이태현·배기완 변호사 "사외이사 자문 러시…전자투표, 주총판도 흔든다"

이호준 기자

2025-09-16 15:35:58

편집자주

연이은 상법 개정으로 기업 거버넌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각종 법률 리스크 요소를 점검하고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기업 거버넌스 자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법조계에서는 전문 조직들이 연속적으로 꾸려지고 있다. theBoard는 주요 로펌마다 신설된 개정 상법 대응 조직을 릴레이 인터뷰하고 그들의 조언을 시장에 전달한다.
연이은 상법 개정 이슈가 기업 거버넌스를 흔들고 있다. 제도 시행이 본격화되면 주총 현장은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지평은 이를 기회이자 도전으로 보고 기존 경영권 분쟁팀을 확대해 ‘경영권 분쟁·주주관여 대응센터’를 출범시켰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 본사에서 만난 법무법인 지평 경영권 분쟁·주주관여 대응센터의 공동 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태현 변호사와 배기완 변호사는 경영권 분쟁의 양상과 대응이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봤다.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은 책임을 피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찾고 이를 견제하려는 주주들의 권한 행사가 강화될 것이라는 게 주요 분석이다.

◇"사외이사 자문 러시"…"전자투표, 주총 판도 흔드는 키워드"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특히 사외이사들의 법률 자문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이해상충 가능성이나 소수주주 권익 침해 우려가 있는 안건은 사외이사들이 결의를 보류하고 변호사 의견서를 받은 뒤 결정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 리스크가 커지면서 예방 차원의 법률 수요가 크게 늘었고 감사위원 분리선출·집중투표제 등으로 소수주주가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이에 대비한 시나리오 자문도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 본사에서 만난 법무법인 지평의 이태현 변호사
배 변호사가 체감하는 변화는 주주제안의 보편화다. 그는 “이제는 일반 주주들도 요건만 맞으면 적극적으로 주주제안에 나서고 있다”며 “회사는 회사대로 절차 안내를 요구받고 주주는 주주대로 법률 검토를 거쳐 제안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전자투표 의무화’ 역시 판도를 바꾸는 요인이다. 상법 개정에 따라 2027년부터 시가총액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는 전자주총 개최가 의무화된다.

배 변호사는 “예전에는 의결권 권유 기관들이 주주를 만나 표심을 분석할 수 있었지만 전자투표가 도입되면 누가 누구에게 투표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소수주주가 개별 판단에 따라 표를 행사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기업 입장에선 IR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Back to the basic'…"주식 분산·시차임기제 등 방어 전략 재조명"

이달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이슈도 주목된다. 이 변호사는 “자사주는 회사의 자산이다. 의무 소각은 시총과 재무제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다만 이미 제3자 권리와 연계된 자사주는 권리 보호 차원에서 예외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EB 등 자사주 활용 구조를 검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소각 등 연이은 상법 개정 이후의 경영권 방어 전략은 ‘기본에 충실한 자세’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는 “시차임기제로 대량 선임을 막고, 기존에 있는 주식을 분산시켜 3%룰을 관리하는 방식이 유효하다. 자사주를 못 쓰면 주식교환을 통한 분산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 본사에서 만난 법무법인 지평의 배기완 변호사
내년 하반기 주총 시즌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배 변호사는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 주총마다 자료와 논리가 쏟아질 것”이라며 “주주 간 이해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해석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정관과 이사회 운영 기준을 정비해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평은 상설 조직 운영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다. 이 변호사는 “다른 로펌이 TF로 대응했다면 우리는 상설 센터로 확장했다. M&A, 지배구조, 소송, PE, 자본시장 전문가가 한 팀으로 움직이고, 중요 사건은 별도의 지원 센터가 전사적으로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팀 간 성과가 분절되면 원팀 전략이 흔들린다. 지평은 대표가 직접 컨트롤타워를 맡아 협업을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평의 올해 비전 슬로건은 ‘Legal & Beyond’다. 이 변호사는 “질문은 법에서 시작하지만 답은 그 너머에 있다”며 “법률에 머무르지 않고 컨설팅까지 아우르는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