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상법 개정으로 기업 거버넌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각종 법률 리스크 요소를 점검하고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기업 거버넌스 자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법조계에서는 전문 조직들이 연속적으로 꾸려지고 있다. theBoard는 주요 로펌마다 신설된 개정 상법 대응 조직을 릴레이 인터뷰하고 그들의 조언을 시장에 전달한다.
최근 기업 거버넌스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를 계기로 경영권 분쟁 시 다양한 전략이 테이블에 오르고 있고 연이은 상법 개정으로 새로운 제도도 쏟아지고 있다. 중대재해 이슈와 노동쟁의 확대는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일련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지배구조 센터와 경영권 분쟁·기업승계자문 센터 중심으로 개정 상법 TF 조직을 꾸리고 있다.
해당 TF는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장을 역임한 오용석 고문과 은성욱 파트너 변호사(경영권분쟁·기업승계자문 센터장, 사진) 중심으로 관련 분야 베테랑 변호사들이 포진해 있다. 기업 법무와 송무, 공정거래, 세무, 노동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정책 실무적 시각을 반영, 맞춤형 리스크 진단과 대응 전략을 제공한다. 은성욱 변호사는 지난 2일 더벨과 만나 "기업의 선제적 예방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연이은 상법 개정으로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일반주주의 권한이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영향으로 이사회와 감사위 진입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이번에 바뀐 제도를 기반으로 낯선 얼굴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커진 셈이다. 상당수 기업은 현행 제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거버넌스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 변호사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의 중요 역할 중 하나가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기업 경영을 함께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조언과 협력의 역할 역시 간과할 수 없다"면서 "이사회와 감사위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들어오는 인사에 대해서는 기존 경영진이 우려를 나타낼 수밖에 없고 시시각각 바뀌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의 의사결정 기동성이 저해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이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기업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은 변호사는 일련의 상법 개정안 내용이 사후적 억제보다 사전적 대응을 주문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주로 문의하는 내용 중 하나는 이사 주주충실 의무 확대에 따른 리스크 방지 방안인데 사전 점검을 시작으로 논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정당성 입증자료를 확보해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
은 변호사는 "이사회가 쟁점 사안을 심의·의결할 때 이해상충 여부를 명확히 검토했는지 그리고 대안과 손익 분석을 수행했는지 정당성 입증 절차 및 자료를 확보했는지 사외이사와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영향을 고려했는지 등이 점검돼야만 한다"면서 "논의의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이 정당성 입증자료 확보로 이어지도록 프로세스를 내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은성욱 파트너 변호사는 개정 상법 대응책으로 "논의의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이 정당성 입증자료 확보로 이어지도록 프로세스를 내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법무법인 율촌]
감사위원 선해임 3%룰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역시 기업 거버넌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감사위 구성과 운영에 대한 대주주 영향력이 작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 변호사는 "감사위 주도의 보수적 의사결정이나 기밀유출 우려 등도 현실적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면서 "전통적 경영 지배 방식에 큰 변화가 닥칠 것으로 보고 감사위원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국회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내용은 기업의 자사주 활용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국회 내 여러가지 버전의 법안이 제출돼 있고 향후 어떤 안이 선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장에 구체적 대응책을 권하긴 어렵지만 자사주 취득 목적과 시기, 물량을 재설계하고 지분구조 재편과 우호지분 확보, 정관 및 이사회 규정 정비 등의 선제적 조치는 꼭 필요하다.
은 변호사는 "자사주 소각은 배당 확대와 유사한 재무적 효과를 가지므로 현금흐름과 자본비율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제도 변화에 따라 주주환원 정책을 명확히 하고 소통을 확대해 경영권 공격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과 세무, IR 부서가 참여하는 통합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시나리오별 대응 플랜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른바 '상법 개정 패키지'가 모두 시행될 경우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지배구조의 실질적 책임이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은 변호사 생각이다. 시장 측면에서는 이사회 독립성과 자본정책 투명성이 강화하면서 거버넌스 디스카운트가 축소되는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경영권 분쟁 등으로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순 있지만 투명성과 책임성을 갖춘 기업이 박수를 받는 분위기로 전환될 수 있다.
대내외 환경 변화로 상당수 경영진은 책임 부담에 시달릴 수 있다. 은 변호사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해 이사의 합리적 선의의 결정에 대해서는 면책을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할 것을 제안키도 했다. 향후 추가 법률 개정 움직임 관련 "견제와 균형 관점에서 이사의 책임 강화와 주주권 확대, 경영권 방어 수단 보완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며 "신뢰 기반 제도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