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M&A가 흔해진 시대, 기업의 '국적'은 여전히 상징적·실질적 의미를 지닌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반대로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을 사들였을 때 단순한 소유권 이전 이상의 다층적인 변화가 발생한다. 지배구조와 계열사, 경영환경의 재편과 그 과정에서의 거버넌스 충돌 등이다. 글로벌 M&A를 앞둔 기업들이 미리 대비해야할 어젠다이기도 하다. theBoard는 국적 변화가 지배구조와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조망해본다.
포시마크는 '소셜 리셀 플랫폼'으로 출범했다. 풀어 쓰자면 개인 간의 중고품 거래를 중개해주는 장이자 일종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역할도 함께 했다. 미국·캐나다·호주·영국·인도 등에 자회사를 두고 개인 간 중고의류 거래를 연결하는 구조다. 팬데믹 기간 MZ세대 이용자를 중심으로 급성장했고 2021년 나스닥에 입성했다. 상장 직전까지는 매출 성장 속도가 손익의 부담을 가려줄 만큼 빨랐던 시기였다.
네이버가 포시마크를 품으며 개별 실적보다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 포트폴리오로서 어떻게 기능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개별 실적이 공개되지 않는 대신 네이버의 커머스 생태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 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네이버의 품에 안긴 후 포시마크는 순익의 재료를 수수료에서 광고까지 확대하고 수익 모델을 개편한다.
◇팬데믹 특수로 흑전한 나스닥 유망주
포시마크는 한때 미국 중고 패션 플랫폼 붐의 상징이었다. 나스닥 상장 당시 기업가치는 75억달러까지 치솟았다.
나스닥 상장을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와 2021년 사업보고서 등을 보면 포시마크의 매출과 수익성의 흐름이 읽힌다. 매출도 좋았고 거래액 성장세도 가팔랐지만 수익성은 아직 따라가지 못했다.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마케팅 비용과 인력 충원 등이 겹친 결과다.
상장 전 포시마크의 실적 추이. 출처=미국증권거래소
매출액 추이를 보면 2019년 2억500만달러, 2020년 2억6210만달러, 2021년 3억2600만달러로 나타났다. 거래액 성장도 가팔라서 총 상품 거래액(GMW)은 2018년 8억달러에서 2019년 11억달러, 2020년 14억달러, 2021년 18억달러로 늘었다. 초반 연간 성장세만 보면 30%에 가까운 수치다.
다만 매출액과 성장세가 곧 수익성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상장을 준비하고 팬데믹 기간 급성장을 이루면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인력을 늘렸기 때문이다. 2021년 조정 EBITDA는 700만달러였지만 상장을 위한 일회성 비용 등을 반영한 순익은 적자였다.
인수 시점의 기업가치는 12억달러였다. 유사 플랫폼의 등장 속 경쟁 심화와 이용자 성장 둔화가 원인이었다. 상장 직전에는 매출 성장 속도가 투자의 부담을 가릴 만큼 빨랐으나 이후에는 그렇지 못했다.
2023년부터 포시마크의 성과는 네이버의 커머스 부문에 합산된다. 초기 편입 효과는 수치로 바로 드러난다. 2023년 1분기 네이버의 커머스 매출액은 60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포시마크의 연결 편입 효과로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같은 해 2분기와 4분기에도 커머스 매출액은 6000억원을 상회했다.
포시마크의 개별 손익은 선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크림, 어뮤즈와 함께 커머스 자회사로 묶어 발표해 왔다. 다만 어뮤즈는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널에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2024년 4분기부터 손익에서 제외됐다. 크림과 포시마크 등이 합산된 분기별 실적을 보면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조8367억원, 2분기 1조9320억원, 3분기 2조834억원으로 늘었다.
메리츠증권이 이달 내놓은 리포트에 따르면 포시마크의 연간 매출액은 2023년 4740억원, 2024년 5030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전망치는 5060억원, 2026년 5140억원, 2027년 5220억원으로 점진적인 성장을 전망했다.
인수 전 발표했던 포시마크 만의 상품 거래액 등은 전달하지 않는다. 비상장사로서 세세한 지표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수익모델 구조가 변화한 것도 이유로 보인다. 포시마크의 주요 수익원으로 광고가 떠올랐다. AI기반 상품 이미지 검색 서비스 포시렌즈와 광고 상품 프로모티드 클로짓 등이 출시됐다. 인력 효율화와 수익모델 전환을 거쳐 지난해 1, 2, 4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개별 실적보다 그룹 포트폴리오·시너지 초점
나스닥 독립 상장사에서 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중요하게 보는 지표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매출액과 순이익 등이 가장 중요한 수치였다. 지금도 이 수치가 중요하지만 전과 같은 무게감으로 보기는 어렵다.
네이버 편입 이후에는 그룹 차원의 자본 배분과 포트폴리오 관리 관점이 더 중요해졌다. 포시마크가 단독으로 얼마를 벌고 얼마나 쓰는지보다는 네이버 커머스 전체의 매출 성장과 이익률, 신규 서비스 조합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네이버는 2024년 상반기 실적을 공개하며 포시마크가 인수 후 1년여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고 언급했다. 그 배경으로 셀러가 돈을 내고 자신들의 상품 노출을 높이는 프로모티드 클로젯 광고 상품이 꼽힌다. 광고와 수수료를 함께 거두는 구조로 전환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의미다.
네이버의 비즈니스 리포트 등을 참고하면 포시마크 인수 목적은 북미에서의 C2C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글로벌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C2C를 주요 수익원으로 키우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