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지배구조 분석 HL그룹

HL홀딩스, 기관 투자자 의식해야 하는 이유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장기 투자한 5% 이상 주주 셋, 정몽원 회장 개인 지분과 비등

김형락 기자

2026-01-30 13:40:46

편집자주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 강화 움직임을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연금에 직접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며 "원시적이고 후진적 경영 행태를 보이는 곳은 확실히 통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금 운용이 정치·정책 논리에 영향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수탁자 책임 원칙(스튜어드십 코드) 확대 기조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금융지주, 소유 분산 기업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theBoard는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에 들어간 주요 기업들의 지배구조 변곡점, 주주 구성, 의결권 행사 내역 등을 살핀다.
HL그룹 지주사 HL홀딩스는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관 투자자가 셋이다. 세 기관이 뭉치면 정몽원 HL그룹 회장 개인 지분과 비등한 의결권 지분을 행사할 수 있다. 정 회장은 직계 가족과 범현대가인 KCC 등 특수 관계인 지분을 합해 36%에 가까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민연금이 HL홀딩스 3대주주로 올라섰다. 국민연금이 HL홀딩스 지분 1.87%를 장내매수해 기존 6.54%였던 지분이 8.41%로 증가했다. HL홀딩스 지분 7.96%를 보유한 베어링자산운용(이하 베어링)은 4대주주로 밀렸다. HL홀딩스 2대주주는 지분 12.03%를 보유한 VIP자산운용(이하 VIP)이다.

HL홀딩스 최대주주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지분 27.63%를 보유한 정 회장이다. 정 회장 부인 홍인화 씨(0.02%)와 장녀 정지연 씨(1.65%), 차녀 정지수 씨(1.65%), KCC(4.69%) 등 특수 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은 35.64%다.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HL홀딩스 지분은 0.86%다.


세 기관 투자자는 HL홀딩스 장기 투자자다. 국민연금은 2011년, 베어링과 VIP는 2017년 5% 이상 주주로 등장했다. 국민연금과 베어링운용은 HL홀딩스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밝혔다. VIP는 2022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바꿨다. 당시 HL홀딩스에 자사주 매입·소각 등 명확한 중기 주주 환원 정책을 수립해 발표할 것을 권고했다.

HL홀딩스는 2023년 11월 중기(2024년~올해)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놨다. 해당 기간 주당 배당금은 최소 2023년(2000원) 이상으로 유지하고, 2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분할 취득해 소각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후속 중기(올해~내년) 주주 환원 정책도 발표했다. 해당 기간 주당 배당금은 최소 기존 수준(2000원) 이상으로 유지하고, 200억원 규모 자사주 분할 취득해 소각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2014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높였다. 그해 9월 당시 만도를 투자 사업을 영위하는 한라홀딩스(현 HL홀딩스)와 자동차 부품 제조·판매업을 영위하는 만도(현 HL만도)로 인적분할했다. 분할 전 만도 최대주주는 지분 7.71%를 보유한 정 회장이었다. 분할 전 만도 지분 17.29%를 보유한 한라(현 HL D&I 한라) 등 특수 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은 25.13%였다.

인적분할 직후 한라홀딩스가 만도 지배력을 늘리는 거래가 이어졌다. 2014년 11월 한라홀딩스는 한라가 보유하던 만도 지분 17.29%(3630억원) 양수했다. 이어 11~12월 한라홀딩스가 만도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만도 주식을 현물출자받고, 한라홀딩스 신주를 발행하는 일반 공모 증자 형태였다. 공개매수 뒤 정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은 22.91%로 늘었다. 한라(7.98%) 등 특수 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은 30.93%다.

KCC가 우군으로 등장한 건 2015년이다. 그해 4월 한라가 한라홀딩스 지분 전량(7.98%, 543억원)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이 중 한라홀딩스 지분 4%(272억원)는 KCC가 인수해 최대주주 특별 관계자로 묶였다. 블록딜 뒤 특수 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은 26.95%. 이후 정 회장이 지주사 주식을 장내매수하고, HL홀딩스가 자사주를 소각해 발행 주식 수가 줄면서 지금과 같은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인적분할 전부터 주요 주주였던 국민연금은 HL만도 5% 이상 주주이기도 하다. 인적분할 직후 국민연금이 보유한 HL만도 지분 13.48%다. 지난해 12월 기준 HL만도 지분 13.05% 보유한 2대주주다. HL만도 최대주주는 HL홀딩스(30.25%)다.

국민연금은 HL홀딩스HL만도 주주총회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HL홀딩스 정기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이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 안건을 반대했다. 보수 한도 수준이 보수 금액에 비춰 과다하거나, 보수 한도 수준과 금액이 경영 성과 등에 비춰 과다하다고 봤다. 해당 안건은 찬성 주식 비율 90.2%, 반대·기권 등 주식 비율 9.8%로 가결됐다.

HL만도는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부결 안건이 나왔다. 경영 임원에 대한 업무 집행권을 강조하기 위해 정관에 '업무 집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영 임원(비등기 이사) 선임을 대표이사에게 위임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하려 했다. 해당 안건은 특별 결의 요건인 출석 주주 3분의 2 찬성에 못 미쳐 부결됐다. 찬성 주식 비율은 60.2%, 반대·기권 등 주식 비율은 39.8%였다. 국민연금과 대표이사 권한 확대로 해석한 일부 주주가 반대표를 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