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AI 거버넌스 리포트

유통 플랫폼 발맞춘 게임사, 이사회 전문성 보강 '숙제'

[IT]③ 유통 플랫폼부터 AI 기본법까지…게임사 AI, 이사회와 C레벨 통제력 시험대

허인혜 기자

2026-02-06 08:19:29

편집자주

인공지능(AI)의 무한한 확장성만큼 통제의 수준이 기업의 신뢰와 기업가치에 직결되는 시대다. 도입 경쟁이 한창이던 시기를 지나 질문은 AI를 쓰느냐에서 '인공지능을 어떻게 잘 사용하며 통제하는가'로 확장됐다. AI 기본법이 세계 최초로 시행되면서 더 이상 국내 기업들은 AI를 사업과 성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더벨은 국내 산업계에서 선제적으로 AI를 도입해온 통신사와 IT기업을 시작으로 플랫폼과 금융, 제조 등 주요 산업에서 AI 거버넌스 체계가 얼마나 갖춰졌는지 현주소를 점검한다.
롤플레잉 게임을 즐기다보면 필연적으로 플레이어가 아닌 존재, 논플레이어캐릭터(NPC)와도 소통하게 된다. 이전까지 NPC들은 주어진 대사나 행위를 통해 플레이어를 인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적용된 NPC가 서서히 게임 속에서 구현되는 중이다. 생성형 AI를 통한 개발은 이미 게임업계에서 당연한 주제가 됐다.

게임업계의 AI 거버넌스가 중요한 건 이때문이다. 컨셉 아트와 기능 테스트 등 내부 개발을 수행할 뿐 아니라 사용자와의 직접적인 소통, 이용자의 의사결정과 경험에 바로 영향을 주는 대화와 추천도 이뤄진다.

글로벌 굴지의 유통 플랫폼이 선제적인 설명을 요구하는가 하면 AI 기본법 대상인 인공지능개발사업자에도 포함된다. 국내 게임사들은 이사회 단계의 AI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최고기술책임자(CTO)·최고전략책임(CSO) 등 실무 차원의 C레벨을 갖췄다.

◇법제화 전 유통사부터 요구한 AI 거버넌스

2년 전 AI 음성기술 회사 레플리카 스튜디오는 AI형 NPC를 시험할 수 있는 데모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뉴욕 도심을 오가며 지나가는 캐릭터들에게 자유롭게 말을 걸도록 했다. 게임 속 이야기를 용이하게 전개하도록 설정된 대화를 선택하기만 했던 게임 이용자들은 이 데모 프로젝트에 몰려가 여러 실험을 했다.

가장 흔했던 실험이 '이 세계가 설계된 것을 아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NPC들은 자신이 진짜 사람이라며 자기소개를 하거나 시간이 없다며 유저를 무시한다. 다소 허술한 답변도 나왔지만 AI NPC와의 소통만으로도 충분한 게임 진행이 가능했다. 글로벌 게임 유저들은 NPC들이 던진 철학적 질문에 수년 후가 두렵다고 했다. 과거의 유저들이 두려워했던 시간이 이미 시작됐다.

게임 유통사들은 한발 앞서 게임사들에게 AI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제출하도록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소프트웨어 유통망인 스팀(Steam)이 대표적이다. 스팀은 대표적인 PC게임 플랫폼이다. 인디게임부터 대형게임까지 사실상 글로벌 시장에 유통되는 모든 게임이 이 플랫폼을 거친다. 스팀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유통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유통망 스팀의 AI 콘텐츠 기준. 사진=스팀

스팀은 2024년 게임사들에게 AI를 사용한 사전 생성 콘텐츠와 실시간 생성 콘텐츠를 각각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게임이 업데이트·확장되더라도 AI의 방향성이 일관되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또 게임 개발 전후 AI가 불법적인 콘텐츠를 양산하지 않도록 어떤 내부적 거버넌스를 구축했는지를 소명해야 한다.

국내 게임사들의 허들은 더 높아졌다. AI 기본법의 최우선 대상자 중 하나다. 게임은 AI 투명성 확보 가이드라인에 따라 예술적·창의적 표현물로 인정되지만 전시·향유를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AI 사용을 고지 또는 표시해야 한다. 스팀의 규정과 달리 법적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게임사로서는 부담스러운 요소다.

◇글로벌 겨냥하는 게임업계, 위원회와 C레벨 거버넌스 구축

게임업계가 글로벌 콘텐츠를 표방하는 만큼 기준점이 이미 해외 수준에 맞춰져 있다. 특히 스팀이 선제적으로 AI 거버넌스를 요구하면서 국내 게임사들도 일찌감치 글로벌 표준에 맞춘 체계를 구축했다.

국내 게임사들은 실무 위원회를 만들고 ESG 위원회나 리스크관리 위원회에서 관련 의안을 다루도록 분류해 뒀다. C레벨 관리자도 갖췄다. 다만 이사회 내 기술과 과학 전문가는 많지만 AI에 특화된 사외이사가 보편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의 간판 주제로 AI를 내세웠다. 2022년 신설된 AI 전담조직 딥러닝 본부가 구심점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직접 이 조직을 이끈다. 중대성 평가의 핵심 이슈로도 생성형 AI 기술에 따른 법적 분쟁이나 비용, 저작권 침해에 따른 제재 및 소송 리스크 등을 명시했다.

2023년부터 AI 윤리위원회를 출범해 운영 중이다. AI 윤리위원회는 법무, 데이터, 프라이버시 등 여러 조직 구성원이 참여하도록 했다. AI 윤리 의제는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인 ESG 위원회와 연계해 논의한다고 크래프톤은 설명했다. 경영진을 대상으로 AI 관련 주요 리스크와 운영 이슈를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연1회 이상 관련 점검을 수행한다.

엔씨는 AI기술을 게임 제작 전반에 활용하고 있다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아트, 오디오, 고객 지원(CS) 등이다. 이에 따라 2021년부터 AI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시리즈를 연재하는 등 AI 윤리와 거버넌스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2025년 3월 별도의 AI 전문 기업을 신설했다. AI Safety Team을 별도로 운영한다. 넷마블은 '바른 AI' 체계로 AI 윤리원칙을 서비스 기획·설계·구현·운영 전 과정에 적용한다.

글로벌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의 AI 관련 거버넌스 설명. 사진=EA

◇글로벌 게임사, 국내보다 앞선 이사회 결정 체제

해외 사례와 비교해보면 국내 기업들이 보강해야할 점이 보인다. 이사회 내 별도의 AI 전용 위원회 구성이나 AI 전문 사외이사 영입, 이사회에서 AI관련 의제가 논의된 횟수 등에서 차이점이 있다.

소니는 2019년 소니 그룹 AI 윤리위원회를 설립했다. 별도의 실무팀도 운영 중이다. 위원회와 오피스를 분리해 정책과 심의, 운영과 집행을 구분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는 AI 관리감독을 AI와 인간의 이중 검수를 통해 수행한다고 밝혔다.

심즈 등의 유명 게임을 개발한 일렉트로닉아츠(EA)는 이사회가 항상 AI 전략에 대한 감시를 이행한다고 적었다. 또 AI 기술을 안전하고 공정하게 구현하기 위해 AI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는 신뢰와 안전을 이사회가 정기적으로 감독한다. 연 1회 이상 trust&safety 프로그램과 전략, 관행, 정책 평가를 리뷰하는데 여기에 AI 관련 의제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