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상 등기 임원은 사내이사,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로 나뉜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중간에 위치한 이사회 구성원이다. 비상근 이사지만, 법률상 결격 요건 규정은 없다. 국내 재계에선 여러 계열사 이사회를 겸직하는 임원이나 재무적 투자자(FI)가 선임한 이사가 기타비상무이사인 경우가 많다. 전문 경영인에게 대표이사를 맡긴 오너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만 챙기기도 한다. theBoard는 주요 기업 기타비상무이사 면면과 역할을 조명한다.
효성그룹이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을 축으로 계열분리를 마무리하면서 형제는 서로의 회사 이사회에서도 완전히 발을 뺐다. 조현상 부회장은 지난해 효성 사내이사와 효성티앤에스 기타비상무이사에서 물러났고, 조현준 회장 역시 HS효성 계열사에서는 이사직을 맡고 있지 않다.
눈길을 끄는 건 계열분리보다 이사회 운영 방식이다. 상당수 대기업집단은 총수나 지주사 핵심 임원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여러 계열사에 보내 지주사와 사업회사를 연결한다. 반면 효성에서는 총수와 핵심 참모가 사내이사를 겸직하며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기타비상무이사를 별도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효성, 총수도 전문경영인도 '사내이사 중심'
계열분리 이후 효성과 HS효성 모두 기타비상무이사 대신 총수와 전문경영인이 사내이사로 직접 참여하고 있다. 이는 새롭게 나타난 모습이라기보다 기존 효성그룹이 오랫동안 이어온 관행에 가깝다.
기존 효성 체제에서도 조현준 회장은 지주사 효성을 비롯해 효성티앤씨와 효성투자개발, 에프엠케이 등 주요 계열사의 사내이사를 겸직했고, 조현상 부회장 역시 효성과 효성첨단소재 사내이사를 맡아왔다. 다른 그룹에서 기타비상무이사가 맡는 기능을 효성에서는 총수와 핵심 경영진이 사내이사 자격으로 수행한다. 법적 지위는 다르지만 그룹과 사업회사를 잇는 실질적 기능은 유사하다.
다만 이런 방식이 항상 긍정적으로만 평가받은 것은 아니다. 과거 조현준·조현상 형제의 계열사 사내이사 선임을 두고 국민연금과 일부 시민단체는 과도한 겸직이라며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총수가 직접 책임을 지는 구조인 동시에 여러 계열사 이사회를 장악하는 방식이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조현준 회장, 상장·비상장·해외법인까지 직접
사내이사 중심이라는 큰 틀은 같지만 형제의 이사회 운영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조현준 회장은 지주사와 핵심 사업회사에 직접 사내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런 방식이 상장사와 비상장사, 해외법인을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이어진다.
조 회장은 현재 지주사 효성에서는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고, 효성티앤씨와 효성중공업 등 주력 상장사에도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효성투자개발과 에프엠케이 등 비상장사는 물론 Hyosung Japan과 Hyosung HICO 등 해외법인에서도 이사직을 맡고 있다. 직함은 모두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다.
총수가 여러 법인의 등기이사를 맡는 만큼 그룹 주요 사업을 직접 챙기고 등기에 따른 법적 책임까지 지는 구조다. 다만 모든 계열사를 조 회장 혼자 맡는 것은 아니다. 황윤언 효성 대표이사 부사장은 효성아이티엑스와 효성벤처스, 김광오 효성 부사장은 진흥기업과 갤럭시아디바이스 등 일부 계열사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황 부사장은 효성 전략본부장, 김 부사장은 재무본부장이다. 그룹의 전략 책임자와 재무 책임자가 일부 계열사 이사회에 역할을 나눠 참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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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상 부회장, 사업회사로…빈자리 채운 안성훈 부사장
조현상 부회장은 다른 방식을 택했다. 조 부회장은 올해 3월 HS효성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미등기 임원이 됐다. 대신 핵심 사업회사인 HS효성첨단소재에는 새롭게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지주사에서는 한발 물러났지만 그룹의 핵심 사업은 직접 챙기는 형태다.
지주사 운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노기수 부회장과 안성훈 부사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노기수 부회장은 LG화학 출신 전문경영인으로 그룹 운영 전반을 총괄한다. 안성훈 부사장은 조현상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전문경영인이다.
특히 안 부사장의 존재감은 다른 계열사에서 한층 두드러진다. 3월 분기보고서 기준 안 부사장은 지주사를 포함해 계열사 11곳의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과 HS효성토요타, HS효성첨단소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를 두루 맡고 있다.
지주사 핵심 임원이 여러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대기업집단과 비슷하다. 다만 안 부사장은 기타비상무이사가 아니라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 자격으로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총수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이 정도 권한을 쥐는 것은 흔치 않다. 조현상 부회장이 지주사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그룹 운영에 공백이 크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조 부회장의 신임이 그만큼 두텁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안 부사장은 1971년생으로 조현상 부회장과 동갑내기다. 29살 때 베인앤컴퍼니에 부장으로 입사해 5년 만인 34살에 상무보로 승진했다. 이후 효성의 미래 성장 전략 컨설팅을 맡은 게 인연이 돼 효성으로 영입됐고 효성 전략본부와 효성중공업 전력PU 총괄 등을 거쳐 HS효성 출범과 함께 초대 대표이사를 맡았다.